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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산화·혈류 개선 효과로 건강 유지에 큰 도움⋯부상 위험 탓에 일정 시간·장소 걷기가 바람직

경주시는 황성공원 소나무숲에 황톳길을 만들었고, 대전시 봉황산에도 황톳길이 있다. 요즘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숲길이 여기저기에 조성되고 있다. 이런 길을 맨발로 걷는 사람이 늘어났고 맨발 걷기 동호회도 여럿 있다.

집에서는 신발을 신지 않고 지낸다지만 야외에서도 맨발로 걷는 이유는 무엇일까. 맨발 걷기 예찬론자인 박동창 맨발 걷기 시민운동본부 회장은 맨발 걷기의 가장 큰 장점으로 ‘지압 이론’과 ‘접지 이론’을 꼽는다. 지압 이론이란 신체 여러 부위와 연결된 발의 어떤 지점들을 자극하면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박 회장은 “맨발로 흙길을 걸으면 돌멩이, 나무뿌리, 나뭇가지 등이 발바닥을 자극한다. 그러면 우리 몸의 각종 장기에 혈액이 왕성하게 공급돼 면역력이 좋아진다. 맨발로 걸으면 웬만한 병에 걸리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뉴스뱅크

맨발 걷기의 장점, 지압 이론과 접지 이론 

접지 이론은 세탁기나 냉장고와 같은 전기제품을 땅과 연결해 오작동을 막는 논리다. 인체에도 전기가 흐르므로 땅을 밟는 것이 건강 유지에 이롭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암, 고혈압, 고혈당 등 현대 문명병의 90%가 활성산소(active oxygen) 때문이다. 우리 몸에 있는 활성산소는 양(+)전하를 띤다. 땅에는 음(-)전하를 띤 자유전자(free electron)가 있다. 맨발로 땅을 걸으면 자유전자를 받아 활성산소가 중화된다. 실제로 신발을 신을 때 우리 몸에 흐르는 전압은 약 300mV(밀리볼트)지만 맨발로 땅을 밟으면 0mV로 측정된다. 이와 같은 맨발 걷기 관련 논문이 20~30편 있다”고 주장했다.

접지 이론은 그의 생각이 아니라 외국에서 연구로 알려진 이론이다. 미국 심장 전문의 스티븐 시나트라 박사는 2013년 ‘대체 및 보완의학 학회지’에 접지는 혈액의 점성을 묽게 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혈액이 끈적해지면 혈전이 생기기 쉽고, 혈전은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일으킨다. 그런데 맨발 걷기 즉, 발이 땅에 닿으면 혈액 속 세포끼리 밀어내는 힘이 활성화되면서 혈액이 묽어진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한마디로 맨발로 걸으면 항산화 작용과 혈액 희석 효과를 볼 수 있다. 항산화 작용은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고 노화도 늦춘다. 혈액 희석 작용으로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막을 수 있다. 게다가 발에 있는 대동맥이 자극을 받아 펌프질 작용이 생겨 혈류가 세진다. 등산화를 신고 2~3시간 걸으면 지치지만, 맨발로 걸은 후에는 오히려 활력이 넘친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그런 점들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올해 고희(古稀)를 맞은 박 회장은 경제학 박사로 금융 전문가다. 평생 금융권에서 일했고 KB금융지주 부사장직을 마지막으로 2016년 은퇴했다. 그는 폴란드의 한 은행에서 행장으로 근무하던 2001년 국내 지상파 TV 프로그램에서 간암 말기로 삶을 정리하던 사람이 매일 맨발로 걸은 후 다시 건강을 되찾은 사례를 접했다. 그 방송을 보고 맨발 걷기에 빠졌다. 당시 박 회장 자신도 건강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맨발로 걸은 후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사례를 보고 맨발 걷기에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다. 나도 그때 간 수치가 매우 높아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바르샤바 카바티 숲을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그 첫날부터 불면증이 사라졌고, 달고 살던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았다. 물론 간 수치도 3개월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약 하나 먹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맨발 걷기의 효과를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 관련 책을 3권이나 썼다. 2016년부터는 맨발 걷기 숲길 힐링스쿨을 개설해 매주 토요일 여러 사람과 서울 대모산을 맨발로 걷는다. 2018년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인 맨발 걷기 시민운동본부를 만들어 맨발 걷기를 장려하고 있다. 요즘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사람이 모일 수 없어 유튜브를 통해 맨발로 걷는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맨발 걷기로 건강을 지켰다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2018년 방영된 KBS 《생로병사의 비밀》이라는 프로그램에는 잦은 음주와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갖가지 병에 시달리던 사람이 맨발 걷기 10년 만에 마라톤을 완주할 정도로 건강해진 사례도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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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치유부터 암 재발 방지 효과까지 

맨발 걷기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관심이 많아 과학적으로 그 효과를 입증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는 2010년 1월 맨발의 건강 효과를 분석한 대니얼 리버만 미국 하버드대 교수(인간진화생물학)의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연구팀은 미국에서 항상 신발을 신고 생활한 사람에게 맨발로, 케냐에서 맨발로 살아온 사람에겐 운동화를 신고 달리게 했다. 그 결과, 신발을 신고 달린 사람의 75% 이상은 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았고, 맨발로 달린 사람은 발뒤꿈치보다 발바닥 앞쪽 바깥 부분이 먼저 땅에 닿는 경향을 보였다. 맨발로 달리는 사람은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으면 충격이 심하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발뒤꿈치 딛기를 피하는 것이다. 

발뒤꿈치로 착지하는 사람의 30~75%는 발 통증을 호소하지만 맨발로 걸으면 충격을 덜 받는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리버만 교수는 현지 언론을 통해 “발뒤꿈치를 이용하는 것보다 발 앞쪽 또는 옆쪽을 사용하면 발이 받는 충격이 훨씬 줄어든다. 대다수가 맨발로 달리는 것이 위험하고 다치기 쉽다고 생각하지만 그동안 쓰지 않았던 발 근육을 단련하면 아무리 거친 표면이라도 불편함이나 고통 없이 달릴 수 있다. 신발을 신으면 발바닥 근육을 덜 사용한다. 발바닥이 단단한 신발 바닥을 누르며 걷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닷가 백사장을 맨발로 걸으면 발을 디딜 때 모래가 밀려나기 때문에 발 근육을 비교적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맨발 걷기 전도사인 다니엘 호웰 미국 리버티대 생물학 교수는 2010년 펴낸 《신발이 내 몸을 망친다(The Barefoot Book)》에서 “우리는 사회적 관습, 패션, 발 보호, 위생 등을 위해 신발을 신는다. 그러나 신발은 관절에 무리를 주고 발 유연성을 떨어뜨리며, 근막염과 내성 발톱을 초래한다. 퇴근 후 집에 와서 신발을 벗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그만큼 맨발이 편하기 때문이다. 맨발로 걸으면 신체가 정렬되고 건강에도 이롭다”고 주장했다. 

인지 능력을 높이는 데도 맨발 걷기가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트레이시 알러웨이 미국 노스플로리다대 교수는 2016년 18~44세 참가자 72명을 대상으로 맨발과 신발을 신었을 때의 인지 능력을 조사한 연구 결과를 ‘지각과 운동기술’지를 통해 발표했다. 육상 트랙에 장애물을 설치한 후 연구 참가자들에게 달리도록 한 후 속도와 심박 수 등을 측정했다. 맨발인 참가자와 신발을 신은 참가자 모두 달리는 속도에서는 차이가 없었고, 심박 수는 맨발로 뛰었을 때 많이 증가했다. 맨발인 상태에서는 부상에 주의하려고 집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이동훈연세정형외과의원 이동훈 원장은 “신뢰도가 높은 연구들을 살펴보니 맨발 걷기가 건강에 좋다거나 나쁘다는 과학적 증거는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다. 건강에 좋다는 연구들은 ‘고유 감각(신체 위치, 자세, 평형 등의 정보를 인지)’과 발이나 발목 근력 강화에 도움이 되고 부상 위험이 적다고 주장한다. 건강에 나쁘다는 연구들은 부상의 위험이 크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맨발로 걷는 것은 건강에 좋으면 좋았지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맨발로 달리는 행동은 부상 위험이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고 설명했다. 

 

“맨발로 달리기보다 걷기 추천”

그렇다면 맨발 걷기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일반적으로는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걸으면 된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실천할 수 있다. 박 회장은 “맨발로 걸을 때 여러 방법이 있는데, 예를 들어 ‘까치발 걷기’가 있다. 몸무게가 발끝에 쏠리면서 뇌, 눈, 코, 입 등 머리 부위와 연결된 발끝이 자극을 받는다. 

그래서 두통, 비염, 이명, 불면증 치유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까치발로 걸은 후 불면증에서 벗어난 사람이 많다. 신발을 신으면 발가락이 갇혀서 움직이지 못한다. 맨발로 걸으면 발가락을 쫙 펼 수 있다. 특히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발가락이 펴지면 고관절 등 뼈 건강에 좋다. 그 외에도 아주 천천히 한 발 한 발 내딛는 ‘두꺼비 걷기’나 ‘발가락 오므리고 걷기’ 등 여러 방식이 있다”고 소개했다. 

맨발로 걸으면 부상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할 점도 있다. 시멘트, 아스팔트, 우레탄에서는 이른바 지압 효과와 접지 효과를 볼 수 없다. 흙, 돌멩이, 나무뿌리 등이 있는 숲길이나 공원에 조성된 흙길이 맨발로 걷기에 좋고 부상도 예방할 수 있다. 박 회장은 “혹시 모를 위험물을 살피기 위해 2~3m 앞을 보면서 걸어야 한다. 이는 자신의 걸음에 집중하는 효과도 준다. 길이 아닌 풀숲 등은 가시 등으로 다칠 위험성이 크므로 피해야 한다. 못이나 쇳조각에 찔리면 파상풍에 걸릴 수 있으므로 미리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맨발 걷기는 어디까지나 건강 유지에 도움을 받기 위한 행동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유재욱 원장은 “역기를 드는 행동은 운동이지만 역기를 온종일 들고 다니면 노동이다. 걷기 자체는 건강을 위한 행동이다. 그런데 맨발로 온종일 걸으면 오히려 발이 망가질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맨발 걷기는 30분이든 1시간이든 일정 시간만 하는 것이 좋겠다. 심폐 기능 향상 등 운동 효과를 위해서는 오래 걸어야 하는데 이때는 당연히 신발을 신어 발을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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