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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 된 배우 이정재

이정재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시리즈물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에 등극했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톱10’ 1위에 등극했다. 9월28일(현지시간) 기준 전 세계 83개국 중 76개국 ‘TV 쇼 부문’ 1위로 올라서면서 하나의 신드롬이 돼가고 있다. 멋짐의 대명사였던 이정재는 찌질한 모습으로 전 세계 관객을 만나 초대박을 친 셈이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 중 이정재는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후 사채와 도박을 전전하다 이혼하고 한심하게 사는 40대 기훈 역할을 맡았다. 어머니의 병원비를 구하던 중 의문의 남자의 제안을 받고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게임에 참여한다.

《오징어 게임》은 《남한산성》 《수상한 그녀》 《도가니》 등 장르의 한계 없이 새로운 이야기와 깊이 있는 주제의식을 선보여온 황동혁 감독이 2008년부터 구상해온 작품이다. 추억의 게임이 극한의 서바이벌로 변모하는 아이러니를 담아내며 경쟁에 내몰린 현대사회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와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이정재 외에도 박해수, 오영수, 위하준, 정호연, 허성태, 트리파티 아누팜, 김주령 등 배우들이 벼랑 끝에 몰려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이들로 분해 각기 다른 선택과 이야기를 선보인다.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현실인가 싶을 정도로 믿을 수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친구들이 연락을 많이 해온다. 감사하다. 서바이벌 게임 관련 콘텐츠가 이전에 많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봐주신 것 같다. 막상 보다 보니 참신했던 게임들도 있고, 실제로 예전에 한국에서 많이 했던 게임이었다는 것도 신선하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다. 캐릭터들의 애환들을 실제로 겪은 분들이 공감해 주신 것 같다.”

‘기훈’이라는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처음엔 감독님이 주신 시나리오라고 소속사를 통해 대본을 받았다. 평소 같이 작품을 해보고 싶은 감독님이었다. 막상 읽어보니 시나리오가 흥미진진하고 인물들을 세밀하게 만들어 놓아서 좋았다. 제가 맡은 역할 역시 상황과 심리 묘사가 잘돼 있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작품에 참여했다.”

대본을 읽고 난 뒤 첫인상과 완성된 작품을 보고 난 뒤 소감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인물과 인물 간 케미가 촘촘하게 짜여 있어서 감탄했다. 시나리오가 아주 간단하지만 명료했다. 그래서 글을 읽으면서 감독님이 정말 글을 잘 쓰신다는 생각을 했다. 완성된 작품을 보고 난 뒤에는 시나리오에 담지 못했던 메시지, 언어, 표현, 감정까지 풍요롭게 만들어져서 감독님께 다시 감탄했다.”

기훈의 비주얼도 인상적이었다.

“언젠가부터 영화나 드라마에 참여할 때 스타일에 대한 의견을 내는 일을 자제한다. 제 머리에서 나오면 비슷한 캐릭터에서 못 벗어날 것 같아서다. 스태프가 매 작품마다 바뀐다. 그래서 스태프의 의견을 받아들여 내가 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대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만 레이가 독특한 캐릭터이다 보니 아이디어를 냈었다.

《오징어 게임》에서는 제 아이디어보다는 스태프의 의견을 따르는 게 효과적일 거 같아서 전적으로 따랐다. 애초엔 빨간 머리도 꼭 해야 하나 싶었지만 극한 상황을 빠져나온 기훈의 입장에서는 용기를 내서 과감하게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의 의도, 기훈의 내면을 보여줄 수 있는 포인트였다고 생각한다. 덧붙이지만 촬영을 드라마 순대로 하지는 않아서 염색을 하지 않고 가발을 사용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넷플릭스 제공

기훈은 무기력한 삶을 살아오다 궁지에 내몰리자 절박한 심정으로 게임에 참가하게 되는 인물이다. 하지만 게임장 안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베푸는 마음이 인상적이었다. 연기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기훈은 자신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지 못했던 인물이다. 직장에서 해고를 당할 때도, 이후 이혼하고 아이를 자신이 키우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어머니가 아프실 때 치료비가 없어서 주변에 도움을 청했다. 사람은 누구나 도움을 청할 수도, 받을 수도 있다. 주고받는 게 인생사다. 개인적으로 기훈은 도움이 필요할 때 받지 못했던 기억이 마음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캐릭터라 생각했다. 그래서 기훈은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면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게 기훈의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오징어 게임》에서 기훈이란 인물은 다층적이다. 어머니의 돈으로 경마장에 가는 인물이면서, 딸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인물이기도 하다. 파업하다가 동료를 잃기도 했다. 인물을 표현할 때 일관성 있게 톤을 잡는 것도 힘들었을 것 같다.

“인간은 굉장히 복잡하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지을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대상을 압축시키려고 하는 습관이 있다. 하지만 연기자들은 캐릭터를 분석하고 캐릭터를 발전시켜 나갈 때 캐릭터를 압축하고 단순하게 계획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이다. 기훈은 인간적인 면도 있지만 철이 없기도 하다. 상대를 속이기도 하지만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렇듯 복합적으로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어야 그게 진짜 캐릭터고 사람이다. 결국 여러 상황이 펼쳐지면서 여러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 더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촬영 당시 어깨 부상을 당했던 걸로 아는데 현재 상태는 어떤가.

“오른쪽 어깨는 이미 수술을 한 상태다. 왼쪽 어깨는 《다만악》을 촬영하면서 파열됐는데 다음 작품에 곧바로 들어가게 돼서 아직 수술을 못 하고 있다. 예전에 오른쪽 어깨가 파열됐을 때 수술 일정으로 인해 약속된 작품을 못 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후회가 많이 됐었다. 그래서 이번엔 수술보다도 작품을 선택했는데 결과가 좋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 이후 곧바로 영화 《헌트》 촬영에 들어가게 돼서 수술은 또 미뤄둔 상황이다.”

《오징어 게임》을 통해 전 세계에 ‘찌질한 모습’을 선보이게 됐다. 사실 국내에서는 멋짐의 대명사이지 않나?

“찌질한 역할이든 근사한 역할이든 제 연기를 봐 주신다면 그저 감사하다. 재미있었던 건, 많은 분들이 SNS에 ‘사실 이정재라는 배우가 찌질한 역할만 하는 배우가 아니다’는 걸 해명해 주시려고 멋지게 나온 제 사진을 많이 올려주시더라. 인상이 깊었다(웃음).”

극 중 공유와 잠깐 호흡을 맞췄고, 이병헌도 출연했다.

“공유씨는 작품으로 만난 적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다. 언젠가는 작품을 함께 하지 않을까 했는데 《오징어 게임》에서 만나게 됐다. 극 중에서 제 뺨을 때리는 장면이 있는데, 친분도 있고 제가 선배이다 보니 어려워하더라. 당시 지하철에서 촬영을 했는데 사람이 없는 이른 시간에 진행됐다. 공유씨가 새벽에 와서 제 뺨을 열심히 때리고 갔다(웃음). 병헌이 형도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다. 한때 같은 소속사에 몸담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으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병헌이 형에게도 감사하다.”

데뷔 30년이 코앞이다. 《오징어 게임》은 이정재라는 배우에게 어떤 의미인가.

“매 작품이 다 소중하고 성공보다는 작품을 만든 의미와 진정성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 와중에 《오징어 게임》이 크게 흥행했고, 그 안에서 저희가 보여드리려고 했던 메시지나 재미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관객분들이 잘 이해해 주시고 즐거워해 주셔서 제게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될 거 같다. 좋은 감독, 좋은 스태프 덕분에 호흡이 잘 맞는 작품이었다. 앞으로도 K콘텐츠가 많은 나라에서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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