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 수행하던 황씨, 시사저널에 “사람 잘못 보셨다” 발뺌
윤 후보 캠프 “골프접대 의혹 자체가 사실 아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본격 검증대에 올랐다. 그가 최종 대선후보로 선출되기 위한 과정 곳곳에 암초가 존재한다. 현재 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고발 사주 의혹을 비롯해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새롭게 불거진 ‘화천대유’ 김만배 대표 연결 의혹, 그리고 배우자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장모 사건 등 처가 관련 의혹,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 관련 개입 의혹 등이다. 여기에 또 하나, 윤석열 캠프에서 민감해하는 의혹이 옛 삼부토건(지금의 삼부토건과는 다른 회사) 유착 의혹이다.
이 의혹은 윤 후보가 과거 대검 중수부 2과장 등을 지내던 특수부 검사 시절,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내렸던 기업으로부터 골프접대와 향응을 받았다는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 일부 언론보도 내용이다. 지난 7월 제기된 해당 의혹은 현재 윤 후보를 수행하는 캠프 인물 중 이와 관련된 인맥이 존재한다는 더팩트의 추가 보도까지 이어지며 더욱 증폭됐다. 당시 윤 후보 캠프는 “캠프에는 (골프접대·향응과 관련된) 기업 관련자 및 친인척이 전혀 참여하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확인한다”며 “윤 후보는 골프접대를 받은 사실 자체가 없고, 삼부토건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은 모두 오보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강력 부인했다.
“황씨가 이른바 ‘문고리’ 아니냐 우려의 시각도”
그런데 최근 시사저널은 취재 과정에서 해당 인사가 여전히 윤 후보를 가장 가까이에서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각에선 해당 인물에 대해 윤 후보의 ‘문고리’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인물은 33세의 황○○씨다. 황씨는 윤 후보 일정 대부분을 차량 보조석에 타 동행하고 있다는 게 주변 관계자의 전언이다. 윤 후보 자택에서 살다시피 할 정도로 늘 윤 후보 곁을 지킨다는 얘기도 들린다.
황씨는 강원도 동해 소재 전기공사 업체인 D전기산업 황아무개 사장의 아들이다. 황 사장은 윤 후보와 매우 오래되고 가까운 인연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가 지난 5월 정치 참여 선언 전 잠행 중에 강릉을 찾았을 때도 두 사람은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사장과 윤 후보의 인연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황 사장은 지난 5월 윤 후보와 만난 직후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윤 후보가 사법고시를 준비하기 전부터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윤 후보가 강릉지청 검사로 있었던 1996년경 두 사람이 처음 알게 됐다고도 전해진다. 지역 재력가인 황 사장이 검사들과 각별히 지냈고, 그 과정에서 두 사람도 친해진 것이란 소문이다.
황 사장의 아들 황씨는 서울 모 대학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이렇다 할 이력을 갖고 있진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고시를 준비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황씨는 윤 후보를 ‘삼촌’, 윤 후보의 배우자 김씨를 ‘작은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가깝게 지낸다고 한다. 윤 후보도 황씨를 ‘조카’라고 칭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황씨는 윤 후보가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이후 잠행 시점부터 윤 후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캠프가 꾸려진 이후에도 황씨는 계속 수행을 맡았다. 직책이 없는 비공식 인사지만, 지근거리에서 윤 후보를 수행하며 함께 수행에 나설 인원을 직접 선발할 정도였다고 더팩트는 보도했다. 황씨에 대해 캠프 내부에서도 사적 인연의 등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한다. 실제 캠프 사정을 잘 아는 야권 관계자들 또한 시사저널에 “황씨가 이른바 ‘문고리’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황씨의 존재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의 부친 황 사장을 통해 옛 삼부토건 인맥으로 연결되는 탓이다. 즉 윤 후보와 황 사장, 그리고 국내 건설업 면허 1호 회사인 옛 삼부토건과의 연결고리 때문이다. 윤 후보가 10여 년 전 특수부 검사 시절 옛 삼부토건의 조남욱 전 회장으로부터 골프접대와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이 지난 7월 언론보도를 통해 제기됐다. 근거는 회장 비서실에서 실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회장의 일정표와 선물 명단 등에 등장하는 ‘윤석열’이란 이름과 ‘윤검’이라는 표기였다. ‘윤검’이 윤 후보라는 것이다. 일정표엔 ‘윤검’과의 골프 약속, 식사 등 일정이 구체적 일자와 장소와 함께 적혀 있다. 선물 명단엔 ‘윤석열’로 후보의 이름이 명기돼 등장하기도 했다.
여기엔 검찰 등 법조계 유력 인사를 비롯해 여러 이름이 등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 후보의 배우자 김씨와 장모 최아무개씨로 추정되는 이름도 있다. 실제 윤 후보와 김씨의 만남에 조 전 회장이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이 리스트에 ‘황 사장’의 이름도 수차례 등장했다. 시사저널이 추가로 확보한 조 전 회장 연락처 수첩에는 황 사장의 본명과 회사명, 연락처 등이 적혀 있다. 수첩은 조 전 회장이 1995~97년경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전 회장과 황 사장의 관계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황 사장의 회사 D전기산업은 삼부토건의 전기공사를 수주해 꽤 적지 않은 수익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보도에 따르면 D전기산업의 2014년도 매출의 85%가 삼부토건을 통해 발생했다. 무엇보다 조 전 회장의 일정표에는 ‘윤검’과 ‘황 사장’이 함께 적힌 만찬 일정도 있다. 세 사람이 함께 연결돼 있음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황씨 “저는 그 사람 아냐” 수상한 반응
옛 삼부토건과의 연관성을 강력히 부인했던 윤 후보 캠프에서 황 사장의 아들 황씨가 현재 윤 후보를 수행한다는 사실은 큰 파장을 낳았다. 여권의 공세로도 이어졌다. 경쟁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캠프는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 채 캠프의 운영·관리에 유착 기업과 직간접 관련된 사람을 참여시키고 있는 것은 선거 관련 법규의 위반 소지가 있고,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캠프는 전면 부인했다. 캠프에 ‘삼부토건 관련자’는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황씨가 문제가 되자 윤 후보 수행을 그만뒀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그러나 시사저널은 최근에도 황씨가 캠프를 떠나지 않았고 여전히 윤 후보를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시사저널은 윤 후보 일정 현장마다 동행하는 황씨를 여러 차례 발견할 수 있었다. 그때마다 황씨는 항상 윤 후보 수행 차량 보조석에 타고 있었다.
황씨는 노출을 극도로 조심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보조석 창문을 내렸다가 사진 촬영을 의식한 듯 서둘러 창문을 올리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자신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9월29일 윤 후보 일정 중 대기하던 황씨에게 직접 다가가 “황○○씨 맞으시죠?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고 물었다. 황씨는 당황한 표정으로 “사람 잘못 보셨다. 저는 그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럼 대선후보를 수행하시니 이름이라도 좀 알려 달라”고 묻자 “제가 알려드릴 이유는 없다. 캠프에서 중요한 인물이 아니다”라며 피했다. 그는 “다른 언론도 몇 번 저에게 묻더라. 제가 황씨라는 사람과 그렇게 닮았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눈 해당 인물은 황씨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캠프 사정을 잘 아는 한 야권 관계자는 “황씨는 계속 윤 후보를 수행하고 있다”며 “윤 후보 집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며 대부분 일정에도 동행한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무조건 부인만 하는 게 문제 더 키워” 지적도
이에 대해 캠프의 입장을 다시 듣고자 질의했다. 김병민 대변인은 통화에서 “캠프 내부에서 특정 인물이 무슨 직책을 맡고 뭘 하고 있는지 저희가 다 확인해서 말해드리기 쉽지 않다. 캠프엔 공식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도 있고, 자연스럽게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대변인은 “애당초 처음 이 부분과 관련해 문제가 제기된 게 골프접대 의혹 등인데, 그것 자체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현재 윤 후보 캠프에선 골프접대 의혹 등의 근거 자료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윤 후보는 해명 자료를 통해 “저는 최근 약 10년간 조 전 회장과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 과거 알고 지내던 사이로, 약 20여 년 전부터 10년 전 사이에 여러 지인과 함께 통상적인 식사 또는 골프를 같이 한 경우는 몇 차례 있었다”면서 “저는 평소에도 그래왔듯 비용을 각자 내거나 번갈아 냈기 때문에 ‘접대’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구체적인 해명보다는 무조건 부인으로만 일관하는 캠프의 대응이 의혹을 더욱 증폭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인이 맞음에도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부인하는 황씨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네거티브성 성격에 대해선 상당히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잠적했나…석연찮은 황 사장의 행보
시사저널은 윤석열 후보의 과거 골프접대·향응 의혹 등 제기되는 여러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황씨의 부친 황 사장을 직접 만나기 위해 강원도 동해를 찾았다. 그리고 그에게 직접 전화를 걸기도 했지만 받지 않았다. 황 사장의 최근 행보 역시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마치 잠적한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사장의 이름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D전기 산업에 대한 온라인 정보가 다수 삭제되기도 했다.
시사저널은 지난 8월 동해에 위치한 D전기산업 소유 건물을 직접 방문했다. 옥탑을 포함해 7층 규모의 건물이었다. D전기산업은 그중 한 층을 쓰고 있었다. 다른 층은 세를 줬거나, 공실 상태였다. D전기산업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건물의 한 세입자는 “(D전기산업엔) 한 달 전부터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 사장 이름이 정치권에 돌기 시작한 시점이다. 오마이뉴스는 최근 황 사장이 D전기산업을 매각했다는 얘기가 동해시에 돌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황 사장은 지역에서도 상당한 자산가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상가 등이 위치한 동해시 중심 지역에 상가와 땅 수천 평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지역엔 윤 후보를 수행하는 아들 황씨 소유의 땅도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