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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코노미스트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방향성은 맞지만 과열돼 있는 상황”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대유행한 후 세상이 변한 것은 인정한다. 4차 산업혁명 등이 현실화됐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화폐로서의 기능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그런 면에서 자산가치만을 주목하고 가상자산 투자에 나서는 것은 분명 위험하다.” 이는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전문위원의 진단이다. 증권가에서 유명 이코노미스트로 이름을 날리던 그가 가상자산 보고서를 쓴 것은 2019년 6월 ‘페이스북 리브라와 가상화폐’가 처음이다. 이 보고서에서 그는 페이스북이 만든 리브라의 상징성과 안정성, 송금결제 시장의 지각변동을 주목했다. 올 5월22일 펴낸 보고서(‘가상화폐 패닉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서 그는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열기가 진정되면서 일부 자금이 주식 등 여타 위험자산 시장으로 다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6월2일 여의도 하이투자증권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박 전문위원은 가상자산 투자와 관련한 답변은 사양했다. 대신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이 현상을 이코노미스트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선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시사저널 이종현

증권가 가상자산 전문가라던데.

“기술에 대한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화폐로서의 부상 가능성 때문에 관심을 가졌다. 자산으로서의 가치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자산으로서의 가치는 썩 높게 보지 않는다.”

왜 그런가.

“대중성이 있어야 한다. 금, 귀금속처럼 가치가 있다고 보는 판단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범용적 자산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적정한 가치를 매겨야 하는데 판단 기준이 서지 않는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나.

“과열 상황이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 정상적인 가격 변동은 아니다. 알트코인(중소 가상자산)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르고, 묻지마 투자를 한다. 수익률이 좋고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보고 하는 것 같다.”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자체가 탈중앙화이자 양극화에 대한 반감이라고 보는 시각엔.

“중앙은행이 통제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리가 분명 있다. 문제는 질서정연하지 않다는 점이다. 중앙은행의 순기능도 있지 않나. 세계경기가 동반 침체에 들어갔을 때 가상자산이 경기 회복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가상자산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로 발전시켜야 한다. 정부 규제도 과세보다는 제도권 내 통제 가능한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정부 일각에선 가상자산 투자를 MZ세대(2000년대 이후 출생 세대)의 투기 게임 정도로 본다.

“금리가 낮고 유동성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어쩔 수 없긴 하다. 소득불균형, 양극화, 젊은 층에 양질의 일자리가 없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도 대폭락하지 않았나.

“2018년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이 뭔지도 몰랐다면, 지금은 그보다 이해도가 높아진 것은 다행스럽다. 다만 가상자산이 뜨니 가상부동산마저 유행한다고 하지 않나. 이를 어떻게 바라볼지는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누구?

28년간 활동한 베테랑 이코노미스트다.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동유럽 담당연구원으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리서치 사관학교’인 대우경제연구소, 대우증권에서 근무하다 하이투자증권으로 옮겨 투자전략팀장 겸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다. 재직 동안 여러 언론사가 선정한 경제 및 글로벌 투자전략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됐다. 2013년에는 한국은행 총재 표창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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