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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의 1 구간 토지 매입 못 해 ‘반쪽 도로’ 전락
23억원 들인 ‘주차장’ 될라…“이건 도로가 아니라 실패한 행정”

최근 전남 광양시 광양읍 원도심 호북도시계획도로가 ‘반쪽 도로’로 전락할 처지에 빠졌다. 광양시가 일부 편입토지를 매입하지 못해 올 하반기에 전체 3분의 1 구간의 차량 통행이 불가능해져서다. 그런데도 사업은 계속되고 있다. 알고 봤더니 해당 도로는 정현복 전남 광양시장과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를 관통했다. 시의회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여 막대한 보상금을 안겨준 정 시장의 아들 땅에 ‘30m’의 막다른 길을 내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전남 광양시 광양읍 칠성리 117번지 일원에 길이 173m, 너비 8m의 2차선 호북도시계획도로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비 23억원이 투입되며 지난해 10월 공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토지주의 반대로 33m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보상을 마친 정현복 시장의 아들 땅에 30m 막다른 길을 냈다.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 광양시 광양읍 칠성리 117번지 일원에 길이 173m, 너비 8m의 2차선 호북도시계획도로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비 23억원이 투입되며 지난해 10월 공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토지주의 반대로 33m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보상을 마친 정현복 시장의 아들 땅에 30m 막다른 길을 냈다. ⓒ시사저널 정성환

도로 기능 불투명한데도 밀어붙이는 광양시

1일 광양시에 따르면, 시는 광양읍 칠성리 177-3번지 일원에 길이 173m, 너비 8m의 2차선 호북도시계획도로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비 23억원이 투입되며 지난해 10월 공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공사 구간 내 일부 토지에 대한 협의 매수가 난항을 겪으면서 일부 구간은 준공 이후에도 여전히 미개통 상태로 남게 될 우려가 높다.  원도심 시가지를 동서 방향으로 가로 지르는 이 8m 신설도로와 남북 방향으로 잇는 8m 도로가 직각으로 만나는 지점을 경계로 이해를 돕기 위해 편의상 A구간과 B구간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정 시장의 땅이 포함된 A구간 22필지(110m)에 대한 보상은 마무리돼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반면 B구간 2필지(63m) 가운데 정 시장 아들 소유 부지(30m)는 보상이 끝났으나 완전개통을 위해 필요한 나머지 1필지에 대한 토지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매입하지 못한 부지 길이는 33m가량. A·B 두 구간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데는 면적으로 660㎡(200평) 정도가 필요하다. 미매입 토지는 인근 숙박업소의 사유지(주차장)에 포함된 땅인데 광양시는 2019년 말 이 자투리땅을 확보하지 못한 채 그대로 도로 공사를 진행했다. 대신 도로가 나야 할 자리엔 통행을 막는 철제 난간이 설치됐다.   

시의회 만류에도 ‘배짱공사’…화 자초?

해당 숙박업소 측은 ‘주차장이 없어지면 영업에 막대한 타격이 우려된다’며 해당 부지가 도로에 편입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도로 편입 예정지인 주차장과 4층 규모의 모텔을 통째로 매입하지 않으면 해당 부지에 대한 보상 협의에 절대 응할 수 없다며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에 광양시는 규정상 보상액수가 10억원이 넘는 도시계획 시설 결정 밖의 부동산 매입은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후 양측 간 보상 협의가 결렬됐지만, 공사는 계속 진행됐다. 결국 혈세 수십억원이 투입된 도로가 앞으로도 제 기능을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신설 도로의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A구간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들이 미개통 구간을 지날 때면 동서와 남북 양방향 2차선이 겹치면서 되레 병목현상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저녁 늦은 시간대에는 개통 구간에서 미개통 구간으로 운행 시 차단벽이 나타나 안전사고 우려까지 낳고 있다. 
전남 광양시 광양읍 칠성리 117번지 일원에 길이 173m, 너비 8m의 2차선 호북도시계획도로 건설 공사 현장. 정현복 광양시장과 아들이 수억원대의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면서 이해 충돌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남경찰청은 정 시장을 부패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 광양시 광양읍 칠성리 117번지 일원에 길이 173m, 너비 8m의 2차선 호북도시계획도로 건설 공사 현장. 정현복 광양시장과 아들이 수억원대의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면서 이해 충돌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남경찰청은 정 시장을 부패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여기에 우선 시행구간인 110m 구간이 개설되더라도 주차장으로 변해 건축 중인 부영아파트 쪽에서 광양 읍내로 향하는 28m 대로변 교통량을 분산시킬 수 없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만들어도 제대로 쓸 수 없는 도로가 될 가능성이 큰 공사를 당장 진행한 이유가 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도로 건설 계획을 막무가내식으로 밀어 붙인 흔적도 역력하다. 광양시가 이 도로를 도시계획시설 정비안에 포함한 것은 2016년 11월로, 재선인 정 시장의 첫 임기(2014~2018) 때다. 시는 2019년 12월 해당 사업의 실시계획을 인가하고 지난해 10월 공사에 착수했다. 도로 건설 계획부터 시행까지 모두 정 시장 임기에 이뤄진 셈이다.  2018년 당시 시의회 회의록을 보면 담당과장은 “해당 도로가 인근에 건립 예정인 청년 행복주택과 연계한 사업”이라며 “당장 내년부터 보상과 공사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부 시의원들은 “변변한 대학 하나 없는 칠성리에 행복주택과 도로가 놓는다고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기대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광양시는 이듬해 해당 도로 공사비로 5억원, 행복주택 진입로 개설 공사 설계비로 5000만원 예산을 편성했다. 예산심사에서도 일부 의원이 우선순위 측면에서 사업 부적절성을 지적했지만 광양시는 2019년 12월 도로 사업 실시계획 인가를 고시했고 공사에 들어갔다.   

광양시 “도시계획시설 하다보면 곡절 많아”

상황이 이런데도 광양시는 미개통 구간의 공사를 언제,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해당 도로의 준공 예정일은 올해 10월이다. 뾰족한 해법이 없는 한 시민들은 반쪽짜리 새 도로를 쳐다만 봐야 하는 상황이다.  원도심 한복판 이상한 도로에 시민들의 민원도 이어지고 있다. 도로가 완전 개통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한 시민은 “이건 도로가 아니라 실패한 행정”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시민단체 관계자도 “그 난리 끝에 개설한 도로가 제 기능을 못하는 반쪽 도로라니, 도대체 누구를 위해 사업을 강행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광양시는 앞으로 해당 잔여부지 확보에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경우 인접한 청년주택의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광양시 관계자는 “숱한 도시계획시설을 추진하다보면 우여곡절이 많다”며 “우선 시행구간에 대한 사업을 추진한 후 나머지 구간에 대해 순차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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