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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박원순 ‘찬사’에 곤혹…집토끼 잡으려다 역풍 닥칠라

더불어민주당이 ‘집토기 사수’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4‧7 보궐선거에서 야권 후보에 뒤진다는 잇단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면서다. 이해찬 전 대표와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 여권의 핵심 인사들은 친여 지지층을 향해 거침없는 메시지를 내뱉고 있다. 통상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높지 않은 만큼 진영 결집으로 승산을 높이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동시에 지지층을 결집을 시도할수록 중도층의 반감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여권 일각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재소환하면서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의 당사자인 임 전 실장은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경고에도 박 전 시장 찬사를 이어갔다. 임 전 실장이 박 후보의 발목을 잡는 ‘엑스맨’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한 이유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3월24일 서울 종로구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서울시 노인복지 정책 간담회에 참석, 온라인으로 연결된 서울지역 복지관 어르신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3월24일 서울 종로구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서울시 노인복지 정책 간담회에 참석, 온라인으로 연결된 서울지역 복지관 어르신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與의 박원순 ‘성비위’ 꼬리표 떼기…박영선은 ‘난감’

임 전 실장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 옹호 글을 재차 올렸다. “박 전 시장은 시민의 새로운 요구에 순명한 사람”이라면서다. 전날 “박 전 시장이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 “박 전 시장은 가장 청렴한 공직자”라고 치켜세운 데 이어 두 번째다. 특히 박 후보가 이날 오전 임 전 실장을 향해 “그런 일 안 해줬으면 한다. 도움 안 된다”는 경고성 발언을 들은 직후에도 이 같은 글을 올리면서 논란을 키웠다.  임 전 실장뿐 아니라 최근 여권에선 박 전 시장 재평가 움직임이 꾸준하다. 임 전 실장의 페이스북 글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슬퍼요’를 통해 공감을 표했다. 이전에는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박원순은 혁신의 롤모델이자 동지”라고 말한 바 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2018년 10월31일 오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2018년 10월31일 오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여권 핵심 인사들이 2차 가해 논란을 무릅쓰고 박원순을 소환하는 이유는 지지층 결집을 노린 의도로 풀이된다. 더 나아가 대선을 염두에 두고 박 전 시장에게서 ‘성 비위’ 꼬리표를 떼려는 게 아니냐는 진단이 나온다. 이번 기회에 박 전 시장의 공을 부각시키며 그의 정치적 부활을 위한 밑 작업에 돌입한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여권의 의도와는 별개로, 박 전 시장 재평가 움직임이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박 후보는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게 공개 사과하고, ‘피해호소인’ 논란을 일으킨 고민정‧남인순‧진선미 의원을 캠프에서 물러나게 하는 등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이번에도 임 전 실장은 야권으로부터 ‘2차 가해를 멈추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박 후보로선 선거를 2주 앞두고 다시 ‘박원순’ 이름을 선거판에 소환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0년 7월10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집토기 잡으려는 이해찬, 중도층 내쫓는다?

박 후보에겐 이해찬 전 대표의 출격 카드도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이 전 대표의 강경한 발언이 중도층의 반감을 사면서 지지율을 떨어뜨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정하고 마이크를 잡은 이 전 대표는 유튜브를 통해 광폭 행보를 이어가며 강경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야권 후보를 향해 거침없는 비하 발언을 쏟아내는 가하면 노골적으로 “이길 수 있다”며 지지층을 독려하기도 했다. 그가 출연한 유튜브 영상이 수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친여 지지층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전 대표의 강한 발언이 오히려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가 LH 사태와 관련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물타기’란 비판이 일면서다. 이 전 대표는 과거 “서울은 천박한 도시”라거나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는 비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이 전 대표의 입김이 강해질수록 역풍을 불러 올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3.8 세계 여성의날 행사에 참석한 모습 ⓒ 시사저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3.8 세계 여성의날 행사에 참석한 모습 ⓒ 시사저널

제 발 등 찍은 땅 투기 ‘발본색원’…박영선에겐 ‘산 넘어 산’

박 후보의 발목을 잡는 이들은 또 있다. 땅 투기 의혹에 휘말린 민주당 의원들과 정부 인사들이다. 박 후보로선 LH(한국토지주택공사) 특검까지 요구하며 사태를 서둘러 잠재우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정부여당 주요 인사들의 투기 의혹으로 빛바랜 상황이다. 지금까지 본인이나 가족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것만 민주당 현역 의원 8명(김경만·김주영·김한정·서영석·양이원영·양향자·윤재갑·임종성)에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전 보좌관과 송철호 울산시장의 부인 등이 있다. LH 사태를 잡으려던 칼날에 여권 인사들이 줄줄이 걸려든 셈이다. 박 후보로선 LH 사태 국면 전환도 더욱 어려워졌다.  박 후보 측은 일단 오세훈 후보를 ‘MB아바타’로 몰아가고 오 후보의 땅 투기 의혹에 화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박 후보 본인도 일본에 아파트를 소유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부동산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박 후보는 오 후보의 확장세를 꺾는 것 이외에도 ‘엑스맨’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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