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꼬우면 이직해”라는 조롱 글을 남긴 게시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전방위 수사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작성자의 신원을 밝혀낸다 하더라도, 형사처벌 가능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특정성’이 성립해야 한다. 누구를 향한 명예훼손인지 적시돼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문제가 된 게시글 만으로는 작성자가 구체적으로 ‘누구’의 명예를 실추한 것인지 특정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 형사 사건 전문 변호사는 “작성자를 찾는다고 해도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 글을 본 국민들은 분노할 수 있겠지만, 법리적으로 봤을 때 명예가 실추된 사람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업무방해 혐의 역시 불분명하다”며 “어떤 업무에서 어떻게 방해가 됐는지 알 수 없다. 이걸 입증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성자를 찾아내는 일도 쉽지 않다. 게시물이 올라 온 블라인드 서비스 특성상 작성자 신원 추적이 쉽지 않아서다. 블라인드 앱 서비스는 이름 그래도 ‘익명성 보장’이 핵심이다. 앱 가입 시에도 개인에게 회사 이메일 주소만 요구한다. 한 번 암호화된 정보는 되돌리기 불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인드 운영사인 팀블라인드 측에서는 ‘회사가 작성자를 특정할 수 있는 개인정보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사도 난관에 부딪혔다. 경찰은 작성자를 찾기 위해 전격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유의미한 자료 확보에는 실패했다. 18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오후부터 경남 진주 소재 LH 본사와 블라인드 운영사인 팀블라인드 한국지사 두 곳을 압수수색 했다. 경남 진주 LH본사에서는 블라인드 앱 접속기록 등 관련 자료를 일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결정적인 단서가 나와야 할 팀블라인드 압수수색에서는 작성자를 특정할 수 있는 뚜렷한 증거물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일단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작성자를 특정하고 처벌도 가능할 것이란 입장이다. 이날 최승렬 경찰청 수사국장은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는 점에서 처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작성자 특정은 수사를 진행해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조롱글 파문’은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이 익명 게시판에 올린 글이 단초가 됐다. 해당 누리꾼은 지난 9일 직장인 전용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다니련다”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다” “꼬우면 이직하던가”라는 글을 올렸고 이후 삽시간에 글이 공유되면서 공분을 샀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LH는 “직원과 국민을 모독했다”며 작성자를 명예훼손·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14일 고발하고 작성자 색출에 협조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