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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문턱 못 넘고…정치생명 최대 위기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3월2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제84차 최고위원회의 산회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3월2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제84차 최고위원회의 산회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결국 야권 단일화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서울시장 단일화를 발판으로 화려하게 정계에 데뷔한 안 후보는 역설적이게도 단일화 때문에 정치생명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안 후보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지적한 대로 안 후보는 10년 간 정치적인 '실체'를 보여주고 '새 바람'을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 안 후보는 이번 패배로 차기 대권을 향한 '제3지대'에서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 또 한번의 혹독한 검증을 거쳐야 할 처지에 놓였다.     

'10년 공백' 오세훈에 밀린 쓰라린 패배

23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단일화 실무협상단은 여론조사 결과 야권의 서울시장 단일후보로 오 후보가 최종 선출됐다고 발표했다. 양측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정확한 득표율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안 후보는 그야말로 쓰라린 패배를 안게 됐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정치생명을 걸었던 안 후보에게 단일화 패배로 인한 충격과 내상은 상당할 전망이다. 특히 어떤 형태로든 정치권에 꾸준히 발을 담그고 있던 안 후보가 사실상 10년의 공백을 가진 오 후보와의 경선에서 졌다는 점에서 '패배의 파급력'은 더 크다. 오 후보의 승리로 단일화가 마무리 된 것은 안 후보가 10년 간 제대로 된 '정치적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초반 레이스에서 여유있게 앞서 갔다. 오 후보가 '중도 사퇴'로 여당의 서울시장 독주 체제를 불러온 장본인이고, '내곡동 셀프보상 특혜' 의혹이 부각되면서 안 후보로서는 불리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안 후보는 이를 지키지 못했다. 국민의힘 내부 경선과 오 후보 확정 직후까지만 해도 안 후보의 승리 가능성은 높게 점쳐졌다. 그러나 양측이 단일화를 놓고 입씨름을 벌이고 단일화 피로도가 상승하면서 점차 오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가 잇달아 발표됐고, 막판까지 초접전 양상이 이어졌다. 안 후보 역시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모두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알고 단일화 과정에서 여러차례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국민의힘과의 '합당' 승부수나 '여론조사 양보' 등은 표심을 가져오는 '결정적 한방'이 되지 못했다. '대승적 양보'라고 하기엔 시점도 너무 늦었다. 평행선 단일화로 유권자들이 염증을 느낄 무렵 던진 승부수는 오히려 국민의힘과 보수 지지층의 반발을 샀고, 결과적으로 안 후보에게 표심을 돌아서게 한 '악수'가 돼버렸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3월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단일화에 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3월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단일화에 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제3지대'도 대권주자 입지도 모두 '흔들'

차기 대선에서의 역할과 입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안 후보는 단일화 과정에서 여러차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러브콜을 보내며 '연대' 의사를 타전했다. 스스로를 '제3지대' 플랫폼으로 규정하고, 양당 체제에 실망한 중도·무당층 유권자들을 자극했다. 그러나 서울시장 본선 진출조차 막혀버리면서 '안철수는 또 철수'라는 세간의 평가를 넘지 못하게 됐고,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입지 타격도 불가피하게 됐다.   정확히 10년 전인 2011년 안 후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당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의 단일화를 아름답게 마무리 하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후 2012년 대선과 정당 창당·운영은 '파열음'의 연속이었다.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38석을 얻으며 다시 주목을 받는 듯 했지만, 당시 여권의 분열로 인한 의외의 성과임을 증명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후 서울시장 선거에서 재차 치명상을 입으며 여의도에서 거리를 유지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또 한번의 감동을 연출하며 극적 효과를 내는가 싶었지만, 역시 실패했다. 매번 거대 양당과의 단일화 승부로 존재감은 키웠지만 그 과정에서 보인 안 후보의 방식은 그가 비판해 온 구태의연한 정치와 큰 차이가 없었다. 때문에 안 후보가 시정은 물론 정국 운영을 해나갈 역량이 과연 있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표는 이번에도 해소되지 못했다.  안 후보가 내놓는 메시지나 발언에서 '후보 자체의 매력'이나 서민과의 공감대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 안 후보는 단일화 여론조사가 진행되고 있던 전날 상대 진영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도쿄에 집 있는 아줌마"라는 표현을 썼다가 비판에 직면했다. 이번 선거가 전임 시장의 성추문으로 인해 치러짐에도 불구하고, 성인지 감수성이 지나치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터져나왔다. 자신을 무주택자라고 소개했지만, 1500억원대의 자산을 보유한 안 후보가 부동산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은 여론의 공감대를 사지 못했다. 오히려 여권으로부터 '귀족 전세'라는 공세만 불러들였다.  아직 안철수의 시간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박 후보와 경쟁해야 할 오 후보를 얼마나 지원할 지, 서울시장 선거 야권 승리에 어떤 역할을 할 지에 따라 변수는 남아있다. 이날 안 후보는 입장문을 내고 자신의 단일화 경선 패배를 인정하며 "여론조사 결과를 서울시민의 선택으로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야권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 돕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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