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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신라, 작년 직원 연봉 15% 줄였는데 CEO 연봉은 50% 늘어
성과·실적 연동 아닌 ‘묻지마 연봉’ 비판도

서울은 런던이나 뉴욕보다 밀도가 높다. 사진은 서울 종로 일대 ⓒ연합뉴스
작년 한 해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대기업 CEO들의 연봉은 올라 ‘묻지마 연봉’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기업이 밀집돼 있는 서울 종로 일대 ⓒ연합뉴스
올해 주주총회 시즌에도 어김없이 대기업 총수 일가들의 ‘연봉’ 문제가 불거졌다. 작년 한 해 코로나19로 인해 기업 타격이 컸지만, 총수들의 연봉만 올랐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회장님과 사장님 연봉은 성과와 실적과 무관한 ‘묻지마 연봉’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기업 총수 일가의 연봉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호텔신라 등의 총수 월급이 대폭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호텔신라의 경우 작년 한 해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컸음에도 이부진 사장의 연봉은 대폭 늘었다. 이부진 사장의 작년 연봉은 급여 11억8400만원, 상여금 37억여원 등 모두 48억9000여만원으로 2019년보다 52.6% 증가했다. 작년 한 해 매출이 거의 반토막나 직원들의 평균 연봉을 15.3% 줄인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호텔신라의 작년 매출은 3조1881억원으로 44.2%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85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회사 측은 “이부진 사장의 이번 연봉은 3년 단위로 끊어 지급하는 2017~2019년 3년간의 장기성과 인센티브가 포함된 것”이라며 “이는 작년 실적과 무관하고, 실제 고정급여는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도 작년 총수 일가의 연봉을 대폭 상향했다. 한국타이어는 작년에 연결기준 매출이 6조4531억원, 영업이익이 6283억원, 순이익 385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순이익은 전년보다 6.3%, 10.3%씩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5.5%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총수 일가의 보수는 부친인 조양래 회장이 39억7000여만원(급여 15억9800만원·상여금 23억7100만원), 차남인 조현범 사장이 25억2600만원(급여 10억1700만·상여금 15억900만원)이었다. 장남 조현식 부회장은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에서 30억3000여만원(급여 12억2000만원·성과금 18억10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의 연봉은 2019년에 비해 조 회장이 19억원, 조 사장이 약 12억원, 조 부회장이 약 14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회사 측은 “회사 최고경영자로서 기업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고한 점을 고려해 장기성과금을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사실상 대기업 CEO의 연봉이 성과나 실적과 무관하게 책정되는 ‘묻지마’ 연봉이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이수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책임투자팀 팀장은 “국제적 흐름을 보면 CEO들이 직원대비 몇 배의 임금을 받느냐보다, 거액의 보수를 정당화할 수 있는 실적이 중요시되고 있다”면서도 “경영성과를 낸 CEO들이 많은 급여를 받는 것은 주주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만, 근거 없는 고액 연봉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경영자들이 성과에 따른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면, 일반 사원들에게도 회사에 기여한 부분에 대한 과실이 돌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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