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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車 업계 ‘테슬라 따라잡기’ 가속화…내년이 전기차 시장 터닝포인트

테슬라를 잡기 위해 자동차 업계 전통 강자들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뒤집기 한판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승부처는 내년이 될 전망이다. 내년에 출시하는 신차의 판매 결과에 따라 향후 전기차 시대를 주도할 브랜드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처럼 테슬라가 독주체제를 굳히게 될지, 새로운 강자가 등장해 판을 뒤집을지도 곧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가 독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슬라를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뒤따라가고 있는 기존 자동차 업계의 긴장감도 고조됐다. 테슬라 독주 시대가 길어지면 자칫 ‘전기차=테슬라’란 인식이 소비자들의 뇌리에 깊게 박힐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자동차 업계의 아이폰으로 불리며 혁신의 아이콘이 됐다”며 “스마트폰 시대를 아이폰이 연 것처럼 전기차 시장에서도 테슬라가 아이폰의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모델3 인도식에 참여해 연설을 하고 있다. ⓒEPA 연합 

‘전기차=테슬라’ 인식 고착화 우려

물론 전기차를 처음 개발한 곳은 테슬라가 아니다. 지금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는 테슬라 제품이지만, 최초의 전기차는 1834년 만들어졌다. 1886년 나온 내연기관차보다 오히려 역사가 더 길다. 다만 근래까지도 장거리 이동이 가능한 전기 에너지 충전이 불가능해 100년 이상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이 주도해 왔다. 최근 유럽과 중국 등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강화하자, 자동차 기업들도 친환경차로 눈을 돌리게 됐다. 기존 자동차 기업들은 내연기관 차량에 엔진과 변속기를 빼고 배터리와 모터 시스템을 넣는 방식의 전기차를 생산해 왔다. 여전히 내연기관 비중을 높게 두면서 전기차는 기술 개발 과정에서 구색 맞추기로 내놓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테슬라가 나오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게 됐다. 테슬라는 2003년 설립된 회사로 역사가 2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자동차 판매를 본격 시작한 것은 불과 8년 전이다. 2017년 모델3가 나오고 나서는 판매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17년 테슬라 판매는 10만 대 수준이었다. 이듬해 24만 대로 판매율이 2배 이상 성장하더니, 지난해에는 36만 대를 넘어섰다. 에너지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가 올해 1~5월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테슬라는 점유율 17.7%로 1위를 기록했다. 국내 전기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사실상 테슬라의 독점체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전기승용차는 1만6833대 팔렸는데, 테슬라는 7080대로 4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국내 완성차를 제외한 수입차 시장 비중은 90%를 넘었다. 테슬라는 오는 9월에도 큰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 테슬라는 9월22일 ‘배터리 데이’를 열고 자시 배터리 관련 기술력을 발표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이날 행사에서 지금보다 수명이 5~10배 긴 ‘100만 마일 배터리’와 효율성이 높아진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공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배터리 기술이 현실화할 경우 테슬라 전기차 가격은 기존 내연기관차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배터리 무게 경량화로 주행거리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테슬라의 독주체제는 내년이 터닝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전 세계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출시를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주도해 왔으나,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보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와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 EVs’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8756만 대를 기록했다. 이 중 전기차 판매는 220만여 대로 2%에 불과하다. 현재까지의 스코어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볼 수도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다르다. 블룸버그NEF는 지난 5월 ‘전기차 장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40년에는 전기차가 전 세계 신규 승용차 판매의 58%, 전체 차량 판매의 31%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친환경 시대가 다가오면서 자동차 업계도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어 기존 브랜드들에도 역전의 기회는 충분히 있는 셈이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아이오닉 브랜드를 출시한다. 시작은 준중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차량(CUV)인 ‘아이오닉5’가 맡았다. 아이오닉5는 포니 쿠페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20분 내 80% 충전과 한 번 충전으로 45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2022년에는 프로페시 콘셉트카 기반 중형 세단을 공개하고, 2024년에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출시하며 체급별로 순수 전기차 진영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아차는 내년 전기차 전용 모델 ‘CV’를 출시하고 2025년까지 1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다.
7월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 중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연합뉴스

지속되는 테슬라 품질 문제가 변수

메르세데스-벤츠는 최초의 순수 전기차 EQC를 시작으로 2022년까지 10여 종의 전기차를 공개하며 EQ 브랜드를 강화한다. BMW는 2023년까지 25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아우디폭스바겐은 e-트론을 비롯해 2025년까지 80종 이상의 전기차를 출시할 방침이다. GM은 2023년까지 20종의 순수 전기차 모델을 공개하고, 볼보는 XC40 전기차, 폴스타2 등을 시작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늘릴 계획이다. 기존 자동차 기업들이 테슬라를 위협할 전용 모델을 출시하는 가운데, 테슬라 내부적으로도 불안 요소는 남아 있다. 품질 문제다. 테슬라는 올해 미국 시장조사 업체 제이디파워의 품질조사에서 100대당 불만 건수 250건으로 30개 자동차 기업 중 꼴찌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테슬라 차주들이 차체 패널의 단차 문제, 잡음과 풍절음, 도장 품질 및 조립 불량 등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선 기존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는 속도가 차량 품질 문제를 개선하는 테슬라보다 더 빠를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혁신 이미지를 강조하며 자동차를 움직이는 전자기기로 보는 것 같다”면서 “전자제품은 고장 나더라도 고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동차는 작은 결함이 사람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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