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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의 당권-대권 도전과 민주당 176석의 선택
민주당 최대 계파 친문 분석

2017년 5월10일 오전, 기자는 이낙연(NY) 당시 전남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날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첫 인사로 그를 국무총리에 내정했다는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었다. 다행히 그는 걸려오는 전화를 가급적 받고 있었다. 첫 대답은 역시 이낙연다웠다. “공식적으로 할 말이 없다.” ‘만약 총리 내정이 사실이라면’ 어떤 의미냐고 다시 물었다. “호남을 국정 동반자로 삼겠다는 (문 대통령 발언의) 이행 과정일 것”이라고 했다. 이때 그는 이미 서울행 KTX에 몸을 실은 상태였다. 승객들이 불편해할까 봐 객실을 나와 복도 접이식 의자에 앉은 채였다. 3년 후 그는 4·15 총선에서 ‘야권 잠룡’ 황교안을 꺾었고, 6월 현재 거대 여당의 유력한 당권 및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극적인 ‘레벨업’이다. 그가 다음 스테이지를 위해 꼭 손에 넣어야 할 마법카드가 있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親文)’의 선택이다. 21대 총선은 ‘친문 선거’였다.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공식적으로 친문 아닌 이는 별로 없다고 봐야 한다. 현재 176명, 박병석 국회의장(무소속)을 포함해 177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다수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약속하며 표를 얻었다. 이들은 △가장 좁게는 2012년과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핵심 친문인 ‘진문(眞文)’ △넓게는 문 대통령과 인간적·정치적 인연을 다양하게 맺은 ‘친문’ △더 넓게는 문 대통령과 특별한 친소관계가 없지만 민주당에 영입된 초선 의원들의 ‘신친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와 이낙연 의원(오른쪽부터)이 6월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와 이낙연 의원(오른쪽부터)이 6월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문, ‘文 뒷받침’ 명분에 ‘친NY’ 될 수도

기존 정치 문법에 따르면 세 그룹을 합해 최소 60명, 최대 90~100여 명으로 분석된다. 이 숫자는 유동적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오르면 친문을 자처하는 의원도 늘어날 것이다. 신친문 즉 초선을 제외한 재선 이상급은 이해찬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당권파’, 친문을 자처하는 ‘부엉이모임’, ‘더미래(더좋은미래)’ 소속 등으로 다시 나눌 수 있다. 일부는 복수의 그룹에 중첩되기도 한다. 어쨌든 이들이 민주당의 주류다. 다른 관점도 있다. 176명 대다수를 넓은 의미의 친문으로 보면, 당내의 이른바 비문(非文)과 반문(反文)이라는 별도의 세력분포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주류’와 ‘비주류’가 있을 뿐이다. 주류 중에서도 ‘신주류’와 ‘구주류’로 다시 나뉜다. 구주류는 2016년 총선, 멀게는 문 대통령 첫 대권 도전의 해였던 2012년 총선에 당선되고 2017년 대선캠프 핵심 보직에도 앉았던 인사들이다. 경력에서 보듯 친노에 뿌리를 두고, 재선 이상 3~4선 중진인 경우가 많다. 거칠게 말하면 당권파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이 김태년 원내대표를 밀었다. 중진 가운데 일부와, 초선 중심 신친문이 신주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이번에 초선으로 등원한 이들이 포함된다. 6월 현재 이 같은 구별짓기 활동은 많이 줄어들었다. 외부 여건의 변화도 있고 내부 움직임도 있다. 외부에선 코로나19 여파가 크다. 남북관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도 엄중하다. 이 와중에 계파 줄세우기 같은 구태를 보여줄 수 없다는 이심전심이 내부에 형성됐다. 권력지향적 계파로서 친문이 부각되는 데 대한 부담이 있다. 하지만 8월 전당대회가 다가온다. 친문 즉, 주류의 선택은 다시 당내 이슈로 떠오른다. 이낙연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와 대권 도전을 ‘상수’로, 친문의 분화와 선택을 ‘변수’로 놓으면 크게 세 가지 답이 나온다. 첫째, 민주당 의원의 다수는 주류, 대선 잠룡들은 대개 비주류 출신이란 독특한 구도다. 원내외 또는 광역단체장인 대권주자들은 비주류다. 이낙연 의원도 출발은 비주류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했지만, 노무현 정부의 이해찬 국무총리와 같은 정치적 동지 관계와는 또 다르다. 또 다른 ‘잠룡’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도 친문의 관점에선 비주류다. 바꿔 말하면 친문 주류에선 당권이든 대권이든 뚜렷한 주자를 앞세우지 못한 상태다. ‘원조 친노’ 이광재 의원도 있지만 아직 불확실하다.

당 대표 되더라도 실력 못 보이면 ‘친문’ 다시 넘어야

따라서 친문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분화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답이다. 구체적으론 친문이 ‘친NY’와 ‘비NY’로 분화할 가능성이다. 6월 현재 이낙연 의원의 정치적 몸집이 다른 잠룡들보다 월등히 크다. 여기서 세 번째 답까지 가는 길이 가장 험난하다. 이 의원의 당권 접수는 대권 직행을 예고할까. 당내 다수의 생각은 ‘글쎄’에 가깝다. 친문 주류 의원들로선 그를 당 대표로 인정하더라도, 곧장 대선주자로 여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그가 진짜 실력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대선주자로 다른 선택지도 많다. 민주당 의원과 대의원, 당원들은 문 대통령을 계승할 진짜 대선주자를 다시 골라 선택하려 할 것이다. 물론 내년까지 문 대통령 지지가 어느 정도 유지된다는 게 전제다. 친문이건 주류건 이들이 과거의 정치계파와 다른 모습을 보일까. 아직 단정할 수 없다. 친문은 문재인 대통령과 친소관계나 특정 보스를 정점으로 하는 주종관계로 설명할 수 없는 성격이 강하다. 비대면, 디지털과 모바일, 개인화 등 새로운 정치문화의 결과일 수 있다. 일부는 그 흐름에 올라타서 당선됐고, 그렇지 않은 일부도 대세를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굿 시나리오다. 별수 없이 ‘문심(文心)’ 프레임이 작동할 거란 시선도 여전하다. 이에 따르면 지금의 계파활동 소강국면은 자의든 타의든 잠시 숨고르기에 불과할 뿐이다. 전당대회 국면, 이어지는 대권가도에서 ‘진문이 누구냐’는 식으로 피아 구분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고약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권력놀음에 빠졌던 과거의 숱한 ‘친○’ 계파들과 다를 것이 없어진다. 요컨대 친문에게 이낙연 의원은 가능성과 의문이 여전히 뒤섞여 있다. 이들이 전당대회에서 친NY와 비NY로 갈라지고, 그 중 다수가 이 의원을 당 대표로 선택할 수는 있다. 하지만 ‘당 대표 이낙연’이 대선판으로 향하려면 ‘친문’이라는 관문을 다시 넘어야 한다. 처음 소개한 일화는 그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담고 있다. 정치적·지역적으로 ‘호남’을 넘어서는 그 무엇을 보여줘야 한다. 그 성패는 친문 주류그룹의 선택과 영향을 주고받을 것이다. 그가 ‘국무총리’ 후광 없이도 실력이 있다는 걸 증명하면 주류의 시선이 그에게 쏠릴 것이고, 거꾸로 그가 많은 친문 의원을 끌어안는 것도 ‘가능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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