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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보도, 그리고 JTBC와 MBC에 대한 다른 평가

“돌아오라, 손석희!” 지난 9월28일 JTBC 《뉴스룸》 생중계 보도에 손팻말이 등장했다. 마이크를 쥔 JTBC 기자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검찰개혁’ ‘조국수호’ 촛불집회 현장을 중계하는 동안 한 시민이 기자 뒤에서 이 같은 팻말을 들고 있었다. 안방에 고스란히 전해진 이 장면이 상징하는 건 ‘언론 불신’이다. 여러 시민들은 JTBC 기자들을 둘러싸고 “진실 보도!”를 연이어 외쳤다. 거센 항의에 기자는 난감하고 씁쓸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야 했다. 이날 중계차에서 집회 현장을 전하던 SBS 기자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격세지감이다. JTBC는 2016년 말 박근혜 탄핵 집회에서 시민들에게 가장 큰 환대를 받았던 언론사였다. JTBC는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를 통해 박근혜 정권의 민낯과 실상을 폭로했다. 이후 JTBC는 ‘구국의 언론’으로 위상을 굳혀 왔다. 이보다 앞서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정권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다른 언론들과 달리 사고 현장 생중계를 이어간 것도 JTBC였다. JTBC 중계차가 집회 현장을 지나갈 때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기꺼이 자리를 열어주던 ‘촛불 시민’들이 지금은 JTBC에 ‘진실 보도’를 촉구한다. 지지자들은 JTBC라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고 믿는 듯하다. 흥미롭게도 과거 JTBC 위상을 대체하고 있는 언론사는 박근혜 탄핵 집회에서 ‘기레기’ ‘엠X신’ 조롱을 받고 현장에서 철수해야 했던 MBC였다. MBC 《뉴스데스크》는 같은 집회에서 드론을 활용해 서울 서초역과 인근 사거리를 상공에서 조명했다. 집회 규모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이 보도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 사이에서 “MBC가 돌아왔다” “역사에 남을 장면”이란 평가를 받았다. 야간 드론 촬영은 원칙적으로 금지됐기에 규칙 위반과 안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강렬한 영상에 우려보다 찬사의 목소리가 더 컸다. 일주일 뒤인 10월5일 검찰 규탄 촛불집회 현장을 생중계하는 MBC 기자 뒤에서 시민들이 “잘한다! MBC!”를 한목소리로 외치는 장면이 이를 뒷받침한다. 무엇이 이들의 위상을 뒤바꿨나.
ⓒ 일러스트 신춘성
ⓒ 일러스트 신춘성

한겨레·KBS 등 언론사 내부 갈등도 깊어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정국에서 JTBC가 중차대한 오보를 저질렀다고 볼 근거는 부족하다. 이를테면 김진애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요즘 조국 장관 관련 JTBC 손석희 뉴스룸 태도는 꽤 실망스럽다. 의혹 주장을 그대로 읊거나 한걸음 더 들어가지 못하며 겉돌고, 원칙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은 이를 여러 차례 공유하며 김 전 의원의 인상 비평에 많은 공감을 표했다. 사모펀드, 자녀 입시 등 여러 의혹의 중심인물로 꼽히는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9월9일 페이스북 계정을 열고 자기 해명을 싣자 손석희 JTBC 앵커가 뉴스에서 “피의자 신분인 법무부 장관의 부인이 직접 여론전에 뛰어드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전한 일도 지지자들 입길에 오르내렸다. 정치권 반응을 전한 것에 불과하지만 손 앵커에게 비난이 폭주했다. 미디어오늘은 JTBC 기자들이 “조국과 검찰 모두 검증과 개혁이 필요한데, 어느 한쪽을 보도하면 한쪽 편을 든다는 비판이 나와 균형 잡힌 보도가 어렵다” “검찰발 뉴스를 철저히 검증하자거나 실체 있는 기사를 쓰자는 등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은 JTBC가 조 전 장관 입장에서 팩트체크를 통해 조 전 장관이 받고 있는 의혹을 풀어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검찰 수사 보도가 타 매체와 다르지 않았다’는 인식이 매체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강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국 정국에서 조 전 장관 측을 적극 대변하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나 유튜브 콘텐츠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등이 기존 매체 보도보다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도 상징적이다. 기성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진 만큼 정파적 뉴스 소비가 증가했고 진보·보수 대결 구도가 극심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조국 정국에서 어려움을 겪는 건 JTBC뿐만이 아니다. 언론사 내부 갈등도 불거졌다. 한겨레에선 조 전 장관 비판 칼럼이 출고 4분 만에 삭제되고, 조국 검증 보도가 부실했다는 일선 기자들 대자보가 발표되는 등 내홍에 몸살을 앓고 있다. 입사 7년 차 이하 한겨레 기자 31명은 9월6일 대자보를 통해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모펀드가 관급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그의 딸이 의전원에 두 번을 낙제하고도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됐을 때 한겨레는 침묵했다”며 “타사 기자들이 손발이 묶인 ‘한겨레’ 기자들을 공공연하게 조롱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민주당 기관지’라는 오명을 종종 들었지만 이 정도로 참담한 일은 없었다”고 자사를 비판했다. 대자보 가운데 “일부 ‘50대 진보 기득권 남성’의 목소리만이 한겨레가 말하는 ‘국민’인가”라는 대목에선 편집국 내 세대 갈등 양상도 읽힌다. 박용현 한겨레 편집국장은 기자들 성명 이후 “권력 감시에 관한 원칙을 한층 구체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며 ‘편집국 쇄신안’을 내놨다. 기자들 소통과 참여를 개선하고 권력 감시 원칙을 재정립한다는 게 골자였다. 공영방송 KBS에서도 보도·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먼저 9월3일 KBS 《시사기획 창》의 ‘조국으로 조국을 보다’ 편이다. 제작진은 조 전 장관이 과거 집필한 책과 SNS 게시글을 현재 제기된 의혹과 비교하며 ‘언행불일치’와 ‘표리부동’을 짚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데스크가 내용 일부를 삭제해 보도 자율성이 침해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BS 보도국은 일부 내용을 추가하거나 삭제한 것이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정성과 균형성을 확보하는 차원이었다는 입장이다. KBS 기자가 9월18일 KBS 《저널리즘토크쇼 J》 패널들이 진행하는 유튜브 생방송에서 “이 프로그램은 충분히 조국 장관한테 유리하게 방송되고 있다”고 발언했다가 시청자들의 거센 저항을 받은 일도 있었다. 조 장관 관련 피의사실 공표 논란에 “조국 장관도 엄연한 권력자”라는 시각으로 “피의사실 공표가 알 권리를 충족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 자사 기자 발언에 J 제작진은 “정제되지 않은 어휘를 사용해 논란을 키운 점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조 전 장관 지지자들에게 호평받는 MBC 보도에 우려와 비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는 지난 8일 노보에서 “조국 장관 후보자 딸의 장학금과 논문 관련 의혹이 불거진 뒤 인사검증 취재팀이 꾸려진 것은 시기적으로 뒤늦은 감이 있다. 이마저도 얼마 안 가 해산되면서 이슈를 추적해 가는 구심점이 사라지다시피 했다”며 “(조국 관련)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서 보도를 자제하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현 최승호 MBC 사장 체제에 적대적인 제3노조 ‘MBC 노동조합’은 자사 보도에 “10월3일 광화문 야권 집회는 갖은 부정적 표현들을 사용해 깎아내렸다. 그런데 10월5일 서초동 여권 집회에 대해선 온통 집회 참가자 주장을 긍정적으로 전달하는 내용뿐”이라고 비난했다. 박성제 MBC 보도국장은 “조국 장관을 반대하거나 문재인 정권을 규탄하는 집회도 보도했다”면서도 “과거 MBC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를 5 대 5로 보도했다가 어마어마한 비판을 받았다. 그런 오류를 다시 범해선 안 된다”고 했다. 원인은 제각각이지만 종합해 보면 보도·제작 자율성 침해, 정권 눈치보기 논란, 기자 간 불통 문제, 주 시청층과의 이해 상충 등으로 갈등이 요약된다. 조국 사태가 진보·보수 진영 간 갈등을 극대화하고 한국 사회 계급 문제를 이슈화한 것처럼 잠재돼 있던 언론사 내부 갈등과 고민이 조국 보도를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9월28일 JTBC 서초동 집회 현장 중계에서 “돌아오라, 손석희!”라고 쓰인 손팻말이 기자 뒤에서 계속 보이고 있다. ⓒ JTBC 뉴스룸 캡쳐
9월28일 JTBC 서초동 집회 현장 중계에서 “돌아오라, 손석희!”라고 쓰인 손팻말이 기자 뒤에서 계속 보이고 있다. ⓒ JTBC 뉴스룸 캡쳐

확증 편향 시대 언론의 역할 고민해야

조국 정국에서 여론이 지지와 반대로 갈라진 가운데 적지 않은 언론사가 진통을 겪었고 겪고 있다. 어떻게 보도를 하느냐에 따라 매체 평가가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다. 보도 담당자들도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조국 대전’에서 언론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언론 불신에 대한 자기 성찰이다. 이번 조 전 장관 수사 보도에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 제기됐다. 그러나 전혀 새롭지 않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 수사 때마다 언론의 검찰 받아쓰기 관행은 도마에 올랐다. 이렇다 보니 정치권과 그 지지자들은 정파적 유불리에 따라 ‘피의사실 공표’의 인권침해 문제를 꺼낸다. 자유한국당도 김성태 의원 자녀 관련 KT 채용비리 사건이나 권성동 의원의 선거법 위반 사건 등에서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보도했던 한 기자는 자신의 과거 보도를 반성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박근혜의 몰락 과정, 이명박의 구속 과정은 어땠느냐”며 “그때도 지금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앞장서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 행태를 비판했나. 박근혜, 이명박, 이재용은 원래 나쁜 자들이니 아무렇게나 해도 됐던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검찰발 보도로 특정하면 기자는 ‘아닐 가능성’과 ‘반론’ 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박건식 MBC 시사교양1부장은 8일 언론노조 MBC본부 노보에서 “《PD수첩》은 지난 10월1일 방송한 ‘장관과 표창장’ 편에서 ‘혐의사실’ ‘피의사실’ 대신 ‘혐의내용’ ‘피의내용’이란 어휘를 사용했다”며 “검찰은 사실을 판정하는 기관이 아니라 의혹을 주장하는 일방적 편파 집단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검찰의 반대편에는 변호인이라는 또 다른 일방적 편파 상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흘리는 정보를 당연히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혐의사실’ ‘피의사실(공표)’ 등 사실이 들어가는 검찰 수사 보도를 반복하게 되면 국민이 검찰 수사를 의혹 제기가 아니라 확정된 사실로 여길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국 사태는 우리가 확증 편향, 포스트 트루스(Post-Truth·탈진실)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뉴스 소비자들은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를 밥상에 쉽게 올리고 기자나 매체를 조리돌림한다. 탐사매체 뉴스타파가 지난 7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 청문회 말미에 위증을 뒷받침하는 윤석열 통화녹음 파일을 공개했다가 후원자 3000명이 후원을 해지한 일이 대표적이다. 이는 전체 후원자의 8~9%에 달하는 수치로 광고 없이 후원으로 운영되는 뉴스타파로선 혹독한 ‘보도 대가’를 치른 셈이다. 이런 상황은 반전됐는데 윤 총장의 검찰이 조 전 장관 부인을 기소하고 수사를 본격화하자 “뉴스타파에 사과한다” “내가 어리석었다”며 뉴스타파에 ‘댓글 사과’를 하는 기현상이 연출됐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보도가 본인이나 자기 진영에 불리하면 곧장 불매와 후원 해지로 이어진다”면서 “이에 언론 역시 공적 역할보다 자사 유불리를 따져 보도한다. 결국 언론 스스로 ‘언론이 왜 필요한 것인지’ 의문을 던지고 욕이나 칭찬에 휘둘리지 않는 사명이 요구된다”(미디어오늘 9월10일자)고 분석한 바 있다. 팩트보다 개인의 신념과 사상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 이른바 포스트 트루스 시대다. 이때 우리 언론이 끊임없이 자문해야 할 것은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일 것이다. 아울러 조국 사태로 언론 구독(후원)을 끊고 유튜브 버튼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독자·시청자들에게도 질문 하나 던지고 싶다. ‘나는 왜 언론을 후원하고 구독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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