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결말이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0월14일 끝내 무릎을 꿇었다. 검찰의 유례 없는 수사 압박과 무차별적인 언론 보도를 35일이나 참아냈던 그였지만, 더이상은 무리였다. ‘불쏘시개’가 되어 자신을 하얗게 불태운 그는 다시 ‘허허벌판’에서 시민들과 함께 한다고 했다. 그래서 ‘조국의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약 두 달여 기간 동안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조국 장관은 이날 오후 전격 장관직 사의를 표명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에 따르면, 조국 장관의 사의 표명은 오로지 본인의 결심이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언론의 십자포화 속에서도 스스로 기자회견을 자처했던 조 장관이었다. 검찰 수사망이 가족들의 턱밑까지 옥죌 때도 장관직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겠다는 그였다. 그랬기에 정부여당에 조 장관의 자진 사퇴는 더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단지 시점의 문제였다. 조국 장관의 아름다운 사퇴는 시나리오에 없었다. 조국 장관이 후보 지명을 받기 전부터 언론의 검증은 매서웠다. 후보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그의 가족을 검증대에 올렸다. 무분별한 단독 경쟁 속에서 의혹은 사실인 것처럼 유포됐다. 조국 장관의 탈법·위법 행위보단 그들의 가족에게 ‘상처’를 입혔다. 유례 없는 8시간 20분의 기자회견 속에서도 ‘스모킹건’을 찾지 못한 언론은 그 뒤로도 아주 사소한 일들조차 보도하기 시작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직에 충성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윤 총장이 이끄는 검찰은 그야말로 ‘조직의 명운’을 걸고 조국 일가를 압박했다. 인사청문회가 끝나자마자 조국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를 기소한 데 이어 전례없는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11시간이나 벌였다. 검찰 수사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이례적인’ 언론 플레이를 펼쳤다. “자장면이 아니라 한식 시켰다”고 얘기할 정도로 친절한 모습을 보였다. 정경심 교수를 네 차례나 소환 조사를 하면서도 여전히 구속영장 청구를 차일피일 미뤘다. 검찰 주변에서는 “확실한 건을 잡지 못한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전망까지 나돌고 있다.
조국 정국에선 국회도 멈췄다. 인사청문회에서 ‘결정적 한방’을 찾지 못한 야권은 조국 공세를 벌였다.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마저 ‘조국 국감’이 됐다. 조국 가족을 둘러싼 증인채택 논란도, 조 장관의 호칭 논란도 빠지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총동원령까지 내려가며 광화문 집회를 대규모로 이끌었다.
여론은 갈라졌다. 조국 사태에 대한 감정의 과잉은 진영 싸움으로 번졌다. 광화문과 서초동의 거리만큼이나 멀어졌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과 조국 사퇴 여론 사이에서 검찰개혁을 택했다. 문재인 정부를 보이지 않게 뒷받침했던 중도층의 민심마저 등을 돌렸다. 그로 인해 국정지지율도, 더불어민주당의 정당지지율도 하락했다.
지난한 조국 정국은 이렇게 검찰과 언론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8월 9일 법무부장관에 내정된 지 66일 만에, 지난달 9일 취임한 지 35일 만의 퇴진이다. ‘조국 장관은 안 된다’며 거취를 걸었던 것으로 알려진 윤석열 총장은 끝내 목표를 달성했다. 유례 없는 검증의 칼날을 들이댄 언론도 그의 사퇴를 이끌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권력 지도를 쥐고 흔들었던 이들은 그렇게 웃었다.
그러나 조국 정국의 후폭풍은 쉽게 진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국 장관의 사퇴는 서초동에 모였던 촛불 민심에게 ‘불쏘시개’가 될 전망이다. 당장 조국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정부여당의 검찰개혁을 향한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졌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언론의 무차별적인 의혹 보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게 불보듯 뻔하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여론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사법개혁 법안에 대한 처리도 매서운 눈으로 감시하고 있다. 조국 정국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아직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