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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군, 제19회 국제 연안 정화의 날 ‘보여주기 식 행사’로 눈총
해수부 장관은 SNS 통해 사과

전남 진도군이 쓰레기를 미리 뿌려놓고 해변 정화 행사를 실시한 것으로 드러나 눈총을 받고 있다. 진도군은 지난 9월20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고군면 가계해수욕장에서 '제19회 국제 연안 정화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과 전남도 부지사, 해양환경공단, 수협, 어업인, 학생 등 60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해변에 널려 있는 쓰레기를 2시간여 동안 열심히 치웠다. 하지만 이 쓰레기는 진도군이 행사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인근 해변에서 주워다 전날 미리 뿌려놓은 폐스티로폼·폐어구 등의 해양 쓰레기인 것으로 드러났다. 진도군은 행사에 앞서 지난 9월7일 제13호 태풍 ‘링링’이 우리나라를 덮친 뒤 가계해수욕장을 뒤덮은 폐어구·플라스틱 등 해양 쓰레기를 일주일에 걸쳐 수거했었다.  이렇게 모은 쓰레기 가운데 약 1t을 행사 직전인 9월19일 오후 늦게 해변에 다시 뿌려놓았다. 이날 행사를 본 한 지역 주민은 "정화의 날 행사가 열리기 하루 전에 1t 트럭이 쓰레기를 싣고 와 바닷가에 쩍 펼쳐놓았다"며 "행사를 위해 깨끗한 해변에 쓰레기가 많은 것처럼 꾸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쓰레기가 바람에 밀려 바다로 다시 떠내려갈 수도 있는데 행사를 위해 해변에 쓰레기를 뿌릴 필요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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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군은 해양 쓰레기를 가져다놓은 사실을 인정했다. 군 관계자는 9월24일 "날로 심각해지는 해양 쓰레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고 이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행사장 인근에서 사전에 수거한 폐스티로폼 등을 활용했다"면서 "당일 행사 참석자들이 실제 체험을 해 보자는 취지로 사전에 기획된 프로그램이었다"고 해명했다. 정화 활동 종료 후 해양쓰레기를 즉시 100% 수거해 해안 쓰레기 폐기물 보관장에서 처리했으며 바다로 다시 유입되지 않았다고 군은 설명했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안 정화의 날 행사와 관련해 주최기관인 진도군이 행사 전 일부 쓰레기를 해안에 놓아두는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문 장관은 "이번 일이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지라도 거짓과 과장이 더해지면 행사의 취지마저 무색해지고 불신과 실망을 초래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새기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는 "쓰레기를 버려놓고 쓰레기를 다시 치우는, 그것을 '연안 정화 활동'이라고 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고,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진도군은 올해 지난해보다 두 배가 많은 해양 쓰레기 수거 실적을 올려 해양수산부로부터 '해양 쓰레기 관리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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