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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 등에 업고 2018년부터 매출은 이미 역전돼 주목

시사저널은 대기업집단 59곳의 최근 10년간 자산총액과 매출, 계열사 수 등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국내 대기업의 자산은 지난해 처음으로 2000조원대를 돌파했다. 59개 대기업집단의 자산은 2039조7530억원으로, 10년 전(1106조2130억원)과 비교할 때 83.4%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GDP 성장률이 31%인 점을 감안하면 3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그룹별로 보면 SK그룹의 최근 10년간 자산 성장률이 149.5%로 10대그룹 중에 가장 높았다. 2012년 SK텔레콤이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자산이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이 148.7%로 SK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화그룹 역시 2016년 삼성으로부터 화학과 방산 사업부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뒤를 이어 현대자동차그룹(121.8%), 삼성그룹(115%) 등이 각각 3, 4위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사실은 지난해부터 재계 순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 재계 순위는 삼성→현대차→SK→LG→롯데그룹 순으로 고착됐다. 지난 10년간 이 순위는 한 번도 깨지지 않았다. 최근 이 구도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산은 223조4930억원으로 3위인 SK그룹(218조130억원)을 누르고 간신히 2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매출은 이미 역전된 상태다. SK그룹의 매출은 183조7380억원으로 삼성그룹(326조6550억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173조7910억원으로 3위로 밀려났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22조6880억원과 4조770억원으로 두 그룹 간에 5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2012년 SK그룹이 SK하이닉스를 인수했고, 이후 사상 최대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면서 2018년 한 해에만 40조원대의 매출과 20조원대의 영업이익, 15조원대의 당기순이익을 SK하이닉스가 기록했다. 이 때문에 SK는 현재 단일 그룹으로 범LG가의 자산을 모두 합친 것보다 규모가 커졌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2015년 이후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2017년 불거진 ‘사드 사태’로 중국의 불매운동이 지속되면서 베이징 1공장이 최근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두 그룹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다만, 반도체 고공 행진이 지난해 이후 주춤하고 있는 만큼, 올해 두 그룹의 실적 추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흥건설과 호반건설, 부영 등 중견 건설업체와 셀트리온, 넥슨 등 IT 및 바이오 기업이 새로 대기업집단에 진입한 것도 눈에 띈다. 특히 정창선 회장이 이끄는 중흥건설그룹은 최근 몇 년 동안 ‘고공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중흥건설이 처음 대기업에 지정된 2014년 말 대비 자산은 78.4%(5조5650억원→9조9250억원), 매출은 54%(3조2610억원→5조120억원)나 증가했다. 덕분에 재계 순위 역시 48위에서 37위로 3년 만에 11계단이나 수직 상승했다. 시사저널이 최근 기업 경영 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2014년부터 2018년까지의 재벌 후계자 보유 지분 현황을 의뢰해 분석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분석 결과 200억원 이상 지분을 보유한 후계자는 모두 63명으로 집계됐다. 중흥건설 2세들의 경우 내로라하는 재벌 후계자들을 제치고 신흥재벌 중에선 유일하게 순위권에 진입했다.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은 전체 6위(9989억원), 정원철 시티건설 사장은 전체 11위(5050억원)를 기록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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