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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쟁으로 끝난 국회 청문회 ---결론은 검찰 손에 달려

지난 한 달,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논란은 국회 등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이슈들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누굴 만나도 어딜 가도 ‘조국’을 이야기했다. 그를 둘러싸고 갈라진 여론은 좀체 그 간극이 메워지지 않고 있다. 조 후보자는 9월2일 전례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8시간20분 동안 기자들과 100여 개의 문답을 주고받았다. 진통 끝에 청문회도 진행됐지만 조 후보자와 그의 가족들을 둘러싼 의혹들이 명쾌하게 해소되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조 후보자 일가를 향한 검찰 수사가 날카롭게 펼쳐지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는 조 후보자의 운명을 결정할 마지막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향후 관전 포인트를 7문7답으로 정리했다.
9월2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본인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9월2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본인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Q1)검찰이 느닷없이 수사를 개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A)윤석열 검찰총장의 첫 수사 대상이 조 후보자일 거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8월27일과 9월3일 검찰은 조 후보자와 관련한 30여 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공직 후보자가 청문회 전 검찰 수사를 받았던 전례가 없는 만큼, 기존의 수사 문법을 깬 검찰의 결단에 정부·여당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윤 총장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공적 사안’이기에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가 필요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조 후보자가 주도하는 검찰 개혁을 탐탁지 않아 하던 검찰 내부의 기류를 반영해 윤 총장이 이 같은 승부수를 띄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검찰 개혁에 원론적으로 찬성 의사를 보였던 윤 총장이지만, 급진적인 조국식(式) 검찰 개혁에 부정적인 조직 내 여론의 영향을 받았을 거란 얘기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을 그냥 무시하기도, 장관 임명 이후 수사에 들어가는 것도 엄청난 부담이기 때문에, 검찰로선 그나마 부담이 덜한 시점을 적절히 찾아 들어간 거란 평가도 있다. 여기에 ‘사람이 아닌 조직에 충성하겠다’던 전형적인 검찰주의자 윤 총장의 개인적 신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다. 윤 총장은 조 후보자 임명과 무관하게, 향후 그를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 속도를 조금도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Q2)조국 후보자를 겨냥한 혐의는 어떤 것들이 있나

A)조 후보자와 관련해 현재 검찰에 접수된 고소·고발 건은 9월5일 기준 총 12건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향후 그에게 적용될 수 있는 혐의로는 부동산실명법 위반(해운대 빌라 차명 보유),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청탁금지법 위반(딸 장학금 특혜), 업무방해죄(딸 논문 제1저자 등재), 사문서위조(동양대 표창장 수여), 업무상비밀이용금지 위반(사모펀드 투자), 배임(웅동학원) 등이 있다.

가장 많은 고소·고발이 걸린 의혹은 단연 딸의 입시 비리 관련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장학금 특혜와 부산의료원장 임명 개입 의혹 등 총 4건이 접수돼 있다. 딸 관련 사안을 비롯해 매일 조 후보자를 둘러싼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어, 그를 향한 고소·고발 건은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조 후보자가 고발당한 혐의는 최소 1년 이하의 징역부터 길게는 7년 이하의 징역까지 대부분 형량이 무거운 편이다. 현재 웅동학원, 사모펀드 투자, 딸의 부정입학 의혹 등 전방위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조 후보자가 각 사안에 실제로 얼마나 관여했는지를 검찰 수사가 밝혀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Q3)‘피의자 법무부 장관’ 가능한가

A)현재로선 법무부 장관이 취임 직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 앞서 부인·동생 등 가족에 대한 소환조사가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본인이나 가족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해서 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할 ‘법적’인 근거는 없다. 그러나 검찰 지휘권자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다는 건 곧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미라는 게 검찰 내 일종의 불문율이다. 이 경우 정부·여당에 미칠 타격 또한 지금보다 배가될 것이기에 정치적 부담 또한 상당하다. 조 후보자가 검찰 개혁이란 명분을 앞세워 자리를 지킨다 하더라도, 이 같은 신분이 개혁 수행 등 업무마다 그의 족쇄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기자간담회 질문에 조 후보자는 “가정(假定)에 기초했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만 말했다. 가족 수사와 관련한 공정성 논란에 대해선 “장관 임명 후 가족 수사에 대해 일절 보고받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검찰 내 조 후보자의 사퇴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고 윤 총장 역시 조 후보자와 일가에 대한 강력한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어, 그가 검찰 수사가 끝나기 전 장관직에 임명된다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Q4)특검이나 국정조사 열릴 가능성 있나

A)야권은 줄곧 청와대가 조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할 경우 특검과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따라서 특검·국조를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은 연말까지 정국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예정이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국민과 국회를 능멸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준비해야 하는 건 국정조사 요구서와 특검 법안”이라고 단언했다. 청문회 합의 과정에서 여당에 한 수 꺾인 자유한국당 역시 특검·국조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조 후보자가 사퇴하지 않는 한 계속 검찰에만 수사를 맡길 수 없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할 경우 현실적으로 둘 다 실현해 내기 어렵다. 민주당 지도부는 특검·국조를 수용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강하게 밝혀왔다. 야권은 여론전을 바탕으로 여당을 압박해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관철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Q5)딸의 입학 취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A)조 후보자 딸 입시를 둘러싼 의혹은 ‘조국 논란’에 있어 태풍의 눈일 만큼 가장 크게 비난을 받는 부분이다. 야권은 물론, 일부 학계와 의료계에서도 각종 특혜 의혹에 휩싸인 조 후보자 딸의 대학 입학 취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현재 관건은 한영외고 시절 논문 제1저자 등재와 2014년 부산대 의전원 지원 시 수상 실적으로 제출한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위조 논란이다. 지난 5일 대한병리학회는 조후보자 딸이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을 직권 취소했다. 고려대 입학 취소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고려대 측은 검찰수사 결과가 나온 뒤 논의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허위 인턴 증명서 발급과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을 뒷받침하는 핵심 관계자들의 진술까지 나오면서 상황은 조 후보자 측에 더욱 불리해졌다. 부산대의 경우, 이들 서류가 허위로 밝혀질 경우 규정에 따라 조 후보자 딸의 입학을 최종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검찰이 조 후보자의 딸 조아무개씨의 봉사활동 내역 확인을 위해 9월3일 경기도 성남시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이 조 후보자의 딸 조아무개씨의 봉사활동 내역 확인을 위해 9월3일 경기도 성남시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 연합뉴스

Q6)웅동학원 재산 사회 환원 약속, 지켜질 수 있을까

A)조 후보자는 가족이 운영해 온 학교법인 웅동학원이 위장소송 의혹 등으로 논란이 되자 모든 권리를 내려놓고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여러 번 밝혔다. 그러나 그의 의지와 달리 기부가 이뤄지긴 어려워 보인다. 웅동학원이 가진 채무 규모가 상당해, 이를 깔끔하게 청산하고 관할 교육청의 허가를 받기 전까진 기부 자체가 불가능하다. 현재 웅동학원은 채무(100억원대)가 수익용 재산(약 73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채무를 정리하려면 사실상 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중학교를 폐교하고 학교부지 전체를 매각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 후보자는 기자간담회에서 “학교를 폐교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채무를 정리할 현실적인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야권에선 이러한 그의 태도를 지적하며, ‘빚덩어리’를 기부하는 건 실효성 차원에서도 의미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 조 후보자가 웅동학원 이사회와 어떠한 상의도 하지 않고 헌납을 발표했다는 내부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그의 약속은 더욱 요원해졌다.

Q7)‘조국 논란’, 한국당에 득인가

A)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터져 나오던 초반, 이는 누가 봐도 한국당의 ‘꽃놀이패’와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당 내부엔 상황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데 대한 낭패감이 짙게 깔렸다. 청문회 합의 과정에서 줄곧 우왕좌왕했고, 결과적으로 어떠한 실리도 챙기지 못한 채 민주당에 끌려갔다.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 자리는 그의 일방적인 해명 자리가 되도록 사실상 내버려뒀다.

당내에선 이 모든 과정에서 전략 부재, 리더십 부재를 여실히 보였다는 자성과 함께 지도부를 향한 원망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신상진 한국당 의원은 9월4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청문회 합의는 어떻게 이뤄진 건지, 나경원 원내대표가 한때 말한 ‘중대결심’은 또 뭐였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의원 대부분이 언론 보도를 보고 당 상황을 파악할 만큼 사전 합의가 안 되고 있다”며 “이 같은 혼란에 대한 지도부의 책임이 요구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미경 최고위원 역시 “최고위원인 나도 굴러가는 상황들을 알지 못했다. 지금 당원들도 난리다. 각 당마다 계산기를 두드렸을 텐데 왜 이렇게 여당과 합의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 사태를 거치며 빠져나간 정부·여당 지지율을 한국당이 흡수하지 못했다는 점도 아픈 부분이다. 조국 정국에서도 한국당은 비난과 공격에만 몰두했을 뿐, 정책정당으로서의 어떠한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조 후보자에 대한 진상규명과 관련해선 이미 검찰로 스포트라이트가 넘어간 터라, 이로 인한 더 이상의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사실상 이번 논란의 최대 승자는 야권도, 여권도 아닌 검찰이란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는 향후 장외투쟁 등 ‘제2의 반(反)조국 정국’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도부에 대한 당내 책임론이 들끓고 있어 제대로 동력을 받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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