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청 범정팀 인력 보강, 지방청으로 확대…“검찰 수사하겠다는 것”

경찰이 전국의 지방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의 범죄정보과(이하 범정)를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앞두고 정보경찰 업무 재편에 나선 것이다. 현재 3000명 수준인 전국의 정보경찰 중 절반가량을 범죄정보 수집 업무로 재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즉, 1500명가량의 범죄정보 경찰들이 검찰 등 고위 공직자에 대한 비위를 수집할 수 있게 됐다. 경찰의 이 같은 움직임은 공수처 신설과 맞물려 있다. 공수처가 신설될 경우 영장 청구 및 기소와 관련해 검찰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검찰의 눈을 피해 검사 등의 비리를 수집할 수 있는 조직이 바로 범죄정보과다. 범죄정보 수집 단계는 수사가 아니기 때문에 검찰에 보고할 필요가 없다. 경찰이 수집한 검찰 비리 정보가 공수처에 제공될 경우, 검찰의 견제를 받지 않고 수사 착수가 가능하다. 현행 공수처법에는 정보 수집 기능이 없는데, 경찰이 수집한 범죄 첩보가 공수처에 제공된다면 공수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 경찰의 범죄정보 수집 인력이 검사를 비롯한 공직자 비리정보 수집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공수처의 임무와 연결되는 지점이다. 경찰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검찰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동안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왔다. 공수처에 대해서는 ‘옥상옥’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연말에 벌어질 ‘패스트트랙 대전’에서 검경의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경찰이 막대한 인원수를 무기 삼아 검찰을 견제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경찰이 막대한 인원수를 무기 삼아 검찰을 견제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정보관을 범정으로 운용…“사실상 범정과”

시사저널 취재 결과, 지난 8월 서울지방경찰청은 정보1과 산하에 있는 범죄정보팀 인력을 대대적으로 보강했다. 그동안 팀장을 포함해 2명가량이었던 인력을 7명까지 확대했다. 경찰은 서울청을 시작으로 지방경찰청에서 활동하는 정보관 인력의 절반가량을 범죄정보 수집 인력으로 개편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고급정보 수집을 위해 수사 부서의 인력을 범죄정보 수집 파트로 이동시키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일선 경찰서에 근무하는 정보경찰의 업무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일선 경찰서의 경우에는 별도의 범죄정보과를 신설하지 않지만, 경찰서 정보과 소속 절반가량을 관할구역과 관계없이 범죄정보를 수집하는 정보관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선 서에서도 사실상 범죄정보과를 운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범죄정보 수집 기능은 검찰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2011년 당시 경찰청은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에 상응하는 개념으로 경무관급 수사기획관을 만들고 범죄정보과를 신설했다. 범죄정보과는 주로 검사 등 공직자 관련 비리 등의 정보를 수집 대상으로 삼았다. 당시 경찰은 범죄정보과 신설 후 검찰 관련 비리 수사에 착수했지만, 검찰의 개입으로 고배를 든 적이 허다하다. 대표적인 사건이 윤석열 검찰총장 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바 있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의혹 사건이다. 당시 경찰청 범죄정보과는 윤 전 서장 관련 비위 정보를 수집하고 서울청 광역수사대에 수사를 맡겼다. 윤 총장을 비롯해 검찰 고위 간부 여러 명이 연루됐다는 의혹도 함께 나왔다. 하지만 이 사건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경찰이 관련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요청했지만 검찰이 6~7차례에 걸쳐 영장 요청을 기각했고, 검찰에 송치된 후에는 불기소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대해 ‘사건 은폐’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검경 수사권 조정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검찰의 손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권 조정안에 담긴 경찰의 수사종결권 예외조항에 따르면, 피해자 등 고소·고발인이 경찰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검찰이 사건을 맡아 수사 지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경찰이 검찰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직무를 배제하거나 징계할 수 있다. 즉,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돼도 경찰이 검찰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경찰-공수처 콜라보’로 검찰 견제

하지만 공수처가 신설될 경우엔 상황이 달라진다. 경찰에서 수집된 검사 및 고위 공직자 관련 비리에 대한 수사를 검찰의 개입 없이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는 공수처법 및 여야 합의에 따르면, 공수처는 수사권을 비롯해 영장청구권까지 확보했다. 또한 공수처 수사사건 중 판사, 검사, 고위 경찰이 기소 대상에 포함된 경우 기소권도 갖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따라서 경찰 범죄정보 부서에서 수집된 검찰의 비리정보가 공수처에 제공된다면 검찰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와 기소가 가능해질 수 있다. 경찰이 생산하는 범죄정보는 내사 등 수사가 아니기 때문에 검찰이 들여다보는 데 한계가 있다. 또 공수처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로서도 손해 볼 것이 없다. 공수처는 정보 수집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유명무실한 기구에 그칠 수밖에 없는데, 정보 수집 부분을 경찰 범정과의 공조를 통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검사 관련 비위의 경우 영장이 발급되지도 못해 수사가 막히는 경우가 많았지만, 공수처가 신설되면 이를 통해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면서 “공수처가 신설되면 검사 여럿이 다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찰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검찰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에서는 그동안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 설치안에 대해 지속적인 반대기류가 나타났다. 경찰권력의 비대화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검찰은 정보경찰의 분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데, 범죄정보 수집 업무를 강화하는 경찰의 움직임을 반길 리 없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동향정보를 줄이고 범죄정보에 집중한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인 정보경찰의 업무를 분리해야만 경찰권력의 비대화를 막을 수 있다”면서 “범죄정보라는 것이 결국 검찰을 겨냥한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치안비서관 직제를 없애고 국정상황실에 총경 1명만을 배치하는 등 경찰권력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따라서 범죄정보 수사인력 확대 방안이 정권의 개혁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류근창 폴네티앙 회장은 “범죄정보는 수사국에 별도로 흡수하고 집회 관련 정보 수집은 경비국으로 넘겨야 한다”면서 “정책 관련 정보 수집은 없애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