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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부동의 1위 ‘영광’ 뒤에 새 게임 개발 무산 등 ‘내우외환’

국내 1위 게임사 넥슨이 최근 위기에 봉착했다. 계속되는 신작 부진에 이어 조직개편에 따른 노사갈등으로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빠진 것이다. 넥슨의 지난해 매출은 2조5296억원으로 국내 게임 ‘빅3’(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중 단연 1위다. 2위인 넷마블(2조213억원)보다 5000억원, 3위인 엔씨소프트(1조7151억원)보다 8000억원가량 앞선다. 지난해 영업이익 역시 9806억원으로 넷마블(2417억원)과 엔씨소프트(6149억원)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올해 상반기 실적도 좋은 편이다. 넥슨은 상반기 매출 1조5852억원을 기록했다.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그러나 이 같은 호실적에도 불구, 게임업계는 넥슨의 현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한다.
신작 게임의 잇단 실패와 노사갈등으로 국내 1위 게임업체인 넥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판교에 위치한 넥슨코리아 본사 건물 ⓒ 시사저널 박정훈
신작 게임의 잇단 실패와 노사갈등으로 국내 1위 게임업체인 넥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판교에 위치한 넥슨코리아 본사 건물 ⓒ 시사저널 박정훈

출시 10년 넘은 게임에 매출 의존

넥슨 위기의 첫 번째 이유는 계속되는 신작들의 흥행 부진이다. 넥슨은 매년 PC 온라인과 모바일 분야 게임 신작들을 출시한다. 국내 1위 게임사답게, 출시 게임 수 역시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넥슨 신작 게임 중 흥행에 성공한 게임은 손에 꼽힌다. 넥슨은 올해 상반기에도 《스피릿위시》 《고질라 디펜스 포스》 《런닝맨 히어로즈》 《린: 더 라이트브링어》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 M》 《트라하》 등 다양한 모바일게임 신작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 가운데 흥행에 성공한 게임은 《트라하》 정도다. 《트라하》 역시 150억원 이상 개발비를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 큰 문제는 ‘미래 먹거리’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게임 성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는 점이다. 9월3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상위권에 넥슨 모바일게임은 없다. 경쟁사인 엔씨소프트 《리니지M》이 매출 1위를, 넷마블의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이 매출 3위를 각각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그렇다면 신작 흥행 부진에도 넥슨이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현재 넥슨의 매출 대부분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출시된 지 10년이 지난 게임들에서 나온다. 실제로 《던전앤파이터》 서비스를 담당하는 넥슨 자회사 네오플은 지난해 매출 1조3056억원, 영업이익 1조215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경우 넥슨 전체 매출(2조5296억원)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며, 영업이익은 오히려 넥슨 전체 영업이익을 웃돌고 있다. 사실상 《던전앤파이터》가 넥슨 전체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넥슨은 최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진행하며 위기 탈출에 나섰다. PC온라인 사업본부와 모바일 사업본부를 지식재산권(IP) 중심으로 통합하고 산하 9개 그룹을 만들었다. 넥슨 관계자는 “플랫폼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시장 흐름에 맞춰 조직을 일원화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사업통합은 다양한 시각에서 옛날부터 검토돼 온 것”이라며 “넥슨이 그동안 계속 1등이기는 했지만 국내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번 조직개편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진행되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조직개편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발생했다. 넥슨은 최근 조직개편과 함께 흥행이 저조한 게임들을 차례차례 정리하고 있다. 아울러 일부 개발 프로젝트 역시 중단했다. 지난 5월 PC 온라인 레이싱 게임 《니드 포 스피드 엣지》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7월에는 PC 온라인 배틀게임 《배틀라이트》 국내 서비스를 종료했다. 아울러 8월에는 PC 온라인 배틀게임 《어센던트 원》 서비스를 중단했다. 현재 넥슨 직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은 최근 이어진 프로젝트 중단이다. 넥슨 노조에 따르면 넥슨은 최근 자회사 넥슨레드와 띵소프트가 개발해 온 《프로젝트G》 《페리아 연대기》 등을 비롯해 4개의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특히 《페리아 연대기》의 경우 띵소프트가 지난 2011년부터 개발해 오던 대작 게임이다. 그동안 개발비만 수백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박지원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GCOO)와 정상원 개발총괄부사장이 넥슨을 떠나기로 결정하는 등 내부적으로도 뒤숭숭하다. 박지원 GCOO는 지난 2014년부터 2018년 1월까지 넥슨코리아 대표를 맡은 바 있으며, 정상원 부사장의 경우 최근까지 《페리아 연대기》 개발을 이끌었다. 정 부사장은 넥슨 개발조직을 총괄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 넥슨의 핵심 임원 2명이 회사를 떠나는 셈이다.
2018년 4월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가 미디어토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8년 4월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가 미디어토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넥슨 측 “인위적인 인력 감축 없을 것”

회사 안팎에서는 구조조정설이 퍼졌고, 넥슨 노조는 9월3일 게임업계 최초로 장외집회를 열었다. 집회를 통해 사측에 고용 보장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는 집회에서 사측이 고용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최근 무산된 《제노 프로젝트(프로젝트G)》 팀원 80여 명 중 30~40%가 아직 전환 배치되지 않은 채 대기 상태에 있으며, 개발이 중단된 《페리아 연대기》 팀원 60여 명 역시 전환 배치를 기다리고 있다. 노조는 프로젝트 종료 이후 팀이 해체될 경우 언제 다른 팀에 재배치될지 장담할 수 없고, 이 때문에 상시적인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은 “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다시 면접을 보고,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일자리를 잃는 업종은 어디에도 없다”며 사측이 고용 보장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홍종찬 수석부지회장은 “고용 안정은 모두에게 이득이다”며 “회사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생기려면 고용 안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고용 안정 없이는 바른말을 하는 사람도 없고 혁신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넥슨 측은 “중단된 프로젝트 소속 직원에 대해선 전환 배치를 적극 진행 중이며 이에 따른 인력 감축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며 “당사자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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