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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알릴레오’와 홍준표 ‘홍카콜라’, 진영 대표 경쟁 구도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가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뜨거운 정치·사회 이슈 상당수는 유튜브에서 시작됐다.  청와대의 정부 압박설을 제기했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지난해 12월29일 유튜브에 ‘신재민’ 채널을 개설한 뒤 폭로를 시작했다. 청와대가 민간기업인 KT&G 사장 인사 개입과 적자 국채 발행을 강요했다는 내용은 단숨에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언론도 신 전 사무관의 유튜브 채널에 주목하며 연일 기사를 쏟아냈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해 12월30일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추가로 업로드했다. 언론은 이번에도 신 전 사무관의 유튜브를 받아쓰기 하며 경쟁을 벌였다. 야권에서는 청와대를 향해 연일 공세를 이어갔다. 개인이 올린 동영상 하나가 세상을 들었다 놨다 들썩이게 했던 것이다.  신 전 사무관의 폭로는 ‘노이즈 마케팅’ 논란을 불러왔다. 그가 동영상에 후원계좌를 올려놓고 강의계약을 맺은 학원을 홍보하면서 ‘돈벌이 수단’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실제 신 전 사무관의 폭로는 많은 반사이익을 가져다줬다.  그의 유튜브 채널은 두 개의 동영상 업로드로 1월9일 현재 구독자가 3만 명에 육박했다. 동영상의 누적 조회 수도 47만 여 건에 달한다. 보통의 유튜버들이 몇 년에 걸쳐서 운영해야 가능한 것을 신 전 사무관은 단 며칠 만에 이뤘다. 그는 여기에 명성까지 얻어 자신의 몸값을 높였다. 그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유튜브를 통한 폭로 방식이 유행처럼 번질 것으로 전망했다. 
ⓒ 일러스트 정찬동·유튜브 캡쳐
ⓒ 일러스트 정찬동·유튜브 캡쳐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 9명 전원은 지난해 12월20일 7박10일 일정으로 미국과 캐나다 국외연수를 떠났다. 선진도시 도심재생 사업현장을 둘러보겠다고 했지만 말이 연수지 사실상 여행 목적이 다분했다. 의원들은 연수기간 내내 술판을 벌였고, 급기야 폭행 사건으로 이어졌다.  연수 나흘째인 12월23일 박종철 부의장이 현지 가이드를 때려 상처를 입힌 것이다. 이로 인해 박 의원은 부의장에서 사퇴하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당초 박 부의장은 “때린 게 아니라 손톱으로 긁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MBC 뉴스데스크가 캐나다 토론토 현지 관광버스 안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면서 거짓이 드러났다. 영상에서 박 부의장은 가이드에게 다짜고짜 다가가 주먹을 날렸고, 이 모습이 그대로 공개됐다.  네티즌들은 해당 언론사의 유튜브 영상을 공유했고, 순식간에 퍼져 나가면서 일파만파 파장을 불러왔다. ‘예천군의원 전원 사퇴 추진위원회’까지 결성되는 등 전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아내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 광주 폭행 사건, 익산 응급실 의사 폭행 사건 등도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이슈가 됐다. 유튜브의 전파력과 영상의 위력을 보여준 사례다.  정치권도 유튜브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유튜브의 파급력과 영향력이 커지면서 정치인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미 상당수의 정치인과 정치 지망생들이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했다. 지금까지 유튜브 여론은 보수 우파가 사실상 장악했다.  인터넷 보수지인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가 운영하는 《신의한수》는 구독자가 47만여 명이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실장이 개설한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는 1월9일 현재까지 5600여 개의 영상을 업로드했고, 구독자 수가 35만 명을 넘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됐을 당시 지상파가 아닌 《정규재TV》와의 인터뷰를 통해 결백함을 주장하기도 했다. 


유튜브 강자가 된 보수진영 인사들

보수언론인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도 유튜브 채널 《조갑제TV》를 통해 보수 우익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채널 구독자가 19만여 명에 달한다. 보수 정치평론가인 고성국씨가 운영하는 《고성국TV》도 구독자가 20만 명에 육박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운영하는 《김문수TV》도 구독자가 15만8000여 명이다.    현역 국회의원 중 ‘최다 구독자’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다. 지난해 8월 《이언주TV》를 개설했고, 4개월 만에 구독자가 7만 명을 넘어서면서 구독자 수로 현역 의원 1위에 올랐다. 에스오일 상무 출신의 이 의원은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의 전략공천으로 경기 광명시(을)에 출마해 당선됐고, 2016년 4·13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민주당을 탈당해 바른미래당 전신인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현재 이 의원은 유튜브를 통해 문재인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정치권의 주요 현안을 다루면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에 비해 진보진영의 유튜브 성적표는 초라하다. 구독자 수에서 보수진영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정치인의 경우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박용진TV》가 5만4000명으로 최다 구독자다. 이 외에 정청래 전 의원(5만2000명), 이재명 경기지사(4만8000명), 심상정 정의당 의원(8200명) 정도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당 차원에서 유튜브 채널을 활성화하기 위해 《씀》을 개설했지만 채널 구독자가 2만6000여 명에 불과하다. 자유한국당의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의 구독자 4만2000명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다만, 한국당이 2012년에 채널을 개설한 것과 비교하면 구독자 증가 속도는 훨씬 빠른 편이다.  그렇다면 왜 보수진영의 유튜브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일까.  첫째는 정치 지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보수에서 진보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주류와 비주류가 바뀌었다. 진보진영의 투쟁력은 약화됐고, 정권을 넘겨준 보수는 전투력이 왕성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위기를 느낀 보수진영이 유튜브로 집결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 보수 채널인 《정규재TV》의 경우 2012년 채널 개설 초기에는 구독자 정체현상을 보이다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급증한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둘째는 지상파 방송이나 지면 매체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다. 정권 교체와 맞물려 지상파 방송사의 경영진은 정권에 우호적인 인사들로 채워졌다. 방송과 언론매체가 정권 편향적 내지 우호적이라고 판단한 보수 성향의 중장년층이 유튜브 방송을 더 신뢰하기에 이른 것이다.  셋째, ‘태극기부대’ ‘엄마부대’로 일컬어지는 극보수 성향의 사람들이 주류 언론에서 소외된 것도 하나의 이유다. 이들은 한때 관제 시위를 주도했으나 정권교체 후 설 자리를 잃었다. 어버이연합의 경우 전경련을 통해 기업의 뒷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돈줄마저 끊겼다. 보수 성향의 언론조차도 이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자 새로운 둥지를 찾아 나선 것이 바로 유튜브다.  넷째, 중장년층은 자극에 민감하다. 인기를 얻고 있는 유튜브 채널을 보면 막말 등 자극적인 콘텐츠가 적지 않다.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기성언론에서 보지 못하는 시원함을 대신해 주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의 특성상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유튜브에서 성공하려면 자극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대전을 놓고 설왕설래가 많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3일 유튜브에 《TV홍카콜라》를 개설했다. 한 달 만에 구독자가 18만 명을 돌파했고, 1월9일 현재 23만3000명이다. 


누가 ‘유튜브 대통령’ 될까

여기에 유시민 이사장이 도전장을 냈다. 그는 유튜브에서 혹세무민하는 내용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가짜뉴스 퇴치’를 위해 유튜브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직접 언급은 안 했지만 홍 전 대표를 겨냥한 말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월4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유시민의 알릴레오》는 단숨에 조회 수 200만 건을 넘기며 파란을 일으켰다.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구독자도 59만2000명으로 홍 전 대표 채널을 눌렀다. 보수와 진보 정치인의 1차 유튜브 대전에서 유 이사장이 승리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보수층이 장악하고 있는 유튜브의 대세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유 이사장의 경우 유명 정치인 출신이기도 하지만 팟캐스트 《팟빵》과 JTBC 《썰전》 등을 통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유 이사장을 적극 지지하는 팬덤(특정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상당하다. 정치평론가들이 《알릴레오》의 인기몰이에 대해 “유시민 작가의 팬덤 파워”라고 분석한 것도 이런 것을 염두에 둔 해석이다.   유 이사장 본인은 ‘정계 복귀’나 ‘차기 대선 출마’는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의 유튜브 활동은 언론의 주목을 받을 것이 뻔하다. 싫든 좋든 그는 차기 잠룡에 이름이 오르내릴 수밖에 없다.  홍 전 대표의 저력도 무시할 수는 없다. 1차 유튜브 대전에서는 패배했지만 2차 대전에서는 역전할 수도 있다. 홍 전 대표가 ‘보수의 대표선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다면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것이다. 향후 ‘유튜브 대통령’을 놓고 유 이사장과 홍 전 대표의 맞대결이 숨 막히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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