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드라마 《SKY캐슬》, 시청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오히려 카타르시스로 승화시켜 눈길 사로잡아
JTBC 드라마 최고 시청률 세운 《SKY캐슬》
사실 드라마가 좋으면 시청률은 어느 정도 오르기 마련이지만, 1%대로 시작한 드라마가 15%가 됐다는 사실은 그것이 단지 드라마 내적인 힘에 의해서만이라고 보긴 어렵다. 드라마가 가진 힘도 충분했지만, 외적인 힘이 작용함으로써 신드롬에 가까운 상승세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 외적인 힘은 다름 아닌 우리네 사교육 문제를 건드린 부분에서 촉발됐다. 물론 우리네 교육 문제를 다룬 드라마들은 이전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SKY캐슬》이 더 뜨거울 수 있었던 건 이른바 학생부 전형이 만들어내고 있는, 교육의 불평등을 정면에서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핵심 키워드는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사교육이 만들어낸 괴물 직업군에 있다. 《SKY캐슬》은 사교육 문제의 무게감 때문에 애초부터 가볍게 웃을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었다. 만일 코믹 풍자극이 가능했다면, 이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에 들어와 동화작가로서 과도한 사교육에 비판적 입장을 드러내는 이수임(이태란)이라는 인물이 훨씬 공감 가고 비중도 높아졌을 게다. 이곳에서 비정상적인 사교육 때문에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을 동화로 쓰겠다며 한서진(염정아)과 대립각을 세우는 이수임은 분명 바람직한 자녀 교육의 비전을 제시하는 인물이다.《SKY캐슬》 신드롬은 도무지 바뀌지 않는 현실 앞에서 분노하고 절망할 수밖에 없는 대중들에게 잠시 동안의 판타지를 준 데서 비롯한다.
입시공화국과 맞닿아 있는 스펙사회의 그림자
하지만 또 하나의 정서는 저들의 돈과 정보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사교육이 철저하게 파괴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갖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다. 현실은 돈과 정보가 입시를 판가름하고 그래서 심지어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가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이 드라마 속 인물들이 겪는 비극을 통해 잠시나마 위안을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교육에 따라 아이의 입시가 결정되는 실제 현실을 두고 보면 이건 다소 마취적인 판타지라고 볼 수 있다. 현실이 더 공고하고, 어떤 대학을 가느냐가 사실상 그 사람의 삶을 결정하고 있다는 건 이 드라마의 부모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SKY캐슬이라는 곳에 들어올 수 있는 것 자체가 의사나 변호사, 교수 같은 성공한 직업군이어야 하고, 그들은 모두가 이른바 ‘SKY’로 불리는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 성공한 직업군에 들어가 이 특별한 곳에서 살아가는 그들은 그 위치에서도 입시 때 해 왔던 그 치열한 경쟁과 줄 세우기에 시달린다. 같은 병원의 의사로 있는 강준상(정준호)과 우양우(조재윤) 그리고 황치영(최원영)의 병원 내 권력다툼이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축으로 그려지는 건 이 입시공화국의 그림을 좀 더 총체적으로 보기 위함이다. 아이들의 입시 경쟁은 고스란히 사회에서의 경쟁으로 이어지고, 그 경쟁 시스템은 어느 대학 출신이냐에 따라 가름되는 파벌과 권력이라는 현실에 의해 더욱 공고해진다. 《SKY캐슬》은 우리네 스펙사회의 그림자를 그려내며, 그 근간에 비뚤어진 입시 경쟁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준다. 교육이 공정한 기회를 주지 못하고, 가진 자들에게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구조 속에서 우리네 서민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다. 나의 곤궁한 삶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대물림되는 걸, 어찌할 도리 없이 쳐다봐야만 하는 절망감. 《SKY캐슬》 신드롬은 도무지 바뀌지 않는 현실 앞에서 분노하고 절망할 수밖에 없는 대중들에게 잠시 동안의 판타지를 준 데서 비롯한다. 판타지가 현실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만들어낸 신드롬이라는 데서 이 드라마의 엄청난 성공은 그저 즐거울 수만은 없는 일이다.※연관기사
☞[《SKY캐슬》신드롬②] 0.1% 상대하는 ‘입시 코디’ 실제 존재할까
☞[《SKY캐슬》신드롬③] “미쳐 날뛰는 부모 연기하며 현실 걱정”
☞[《SKY캐슬》신드롬④] 드라마 속 헬리콥터맘의 양육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