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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계열사 옮겨 다니며 승계 기반 마련
서희건설 측 “2세 밀어주기, 사실 아니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은 재계에 몇 남지 않은 ‘자수성가형’ 오너로 꼽힌다. 1994년 서희건설을 설립한 지 20년여 만에 매출 1조3000억원대, 도급순위(시공능력평가) 37위의 중견 건설사로 키웠기 때문이다. 이런 이 회장에게도 한 가지 고민이 있다. 장녀인 이은희 부사장과 차녀 이성희 전무가 최대주주인 애플디아이 때문이다. 이 회사는 서희건설의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 강화를 위해 2013년 6월 설립됐다. 장녀와 차녀가 각각 34.43%와 14.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 회사의 내부거래가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설립 초부터 안성맞춤, 함평나비, 예산휴게소 등 서희건설이 운영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식당 운영권을 넘겨받았다. 2015년에는 독립형 편의점인 로그인(LOGIN)을 인수하면서 편의점 사업에도 진출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146억4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중 50%가 넘는 73억7000만원의 매출이 유성티엔에스와 서희건설을 통해 나왔다. 2016년 이 회사가 계열사로부터 거둔 매출이 73억1000만원(전체 145억4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2년 연속 내부거래가 50%를 넘어선 것이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은 재계에 얼마 안 남은 ‘자수성가형’ 오너로 꼽히지만, 2세 승계를 염두에 둔 지배구조 개편은 여전히 뒷말을 낳고 있다. ⓒ 연합뉴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은 재계에 얼마 안 남은 ‘자수성가형’ 오너로 꼽히지만, 2세 승계를 염두에 둔 지배구조 개편은 여전히 뒷말을 낳고 있다. ⓒ 연합뉴스

애플디아이 내부거래 2년 연속 50%↑

현행법상 오너 일가 지분이 20% 넘을 경우 내부거래액이 200억원 또는 연 매출의 12% 이상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물론 이전까지는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대기업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중견기업 역시 법의 사각지대에서 일감 몰아주기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2018년 “중견기업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들도 내부거래 줄이기에 혈안이 됐다. 애플디아이는 이런 재계 흐름과 반대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애플디아이에 위탁해 왔던 휴게소 식당 운영을 직접 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애플디아이는 휴게소 식당 운영의 전문성 강화와 휴게소 매출 증대를 위해 설립됐을 뿐 2세들과 무관하다”면서 “애플디아이의 내부 매출(73억7000만원) 중 60.7%(44억8000만원)가 휴게소 식당 위탁운영에 따른 것이다. 이 물량을 서희건설이 직접 운영할 경우 내부 매출 비중은 19.7%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얘기도 나온다. 유성티엔에스가 2015년 애플디아이의 지분 50.82%를 취득해 최대주주로 올라선 점이 우선 주목된다. 유성티엔에스는 서희건설 등 핵심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의 지주회사 격이다. 이 회사가 오너 일가 개인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시점 역시 애플디아이가 편의점 사업에 진출하기 직전이어서 뒷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오너 2세들이 현재 유성티엔에스의 대주주인 점도 주목된다. 시사저널은 지난해 11월 “서희건설 오너 2세들의 유성티엔에스 지분 취득 과정에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다”고 보도했다. 2007년까지 유성티엔에스의 주요 주주는 이봉관 회장(9.07%)과 장인 이소우씨(4.61%), 서희건설(9.04%) 등이었다. 오너 2세들의 지분은 전무했다. 2008년 이 회장의 세 자녀인 이은희 사장과 이성희 전무, 이도희씨가 각각 1.88%와 1.78%, 2.11%의 지분을 취득하며 주주 명단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분율을 5.21%와 4.22%, 3.25%까지 끌어올렸다.  오너 2세들과 반대로 지난 10년간 서희건설의 지분은 9.07%에서 3.23%로 크게 감소했다. 오너 2세들이 지분을 추가로 취득할 수 있도록 기존 주주인 서희건설이 유상증자뿐 아니라 대주주 권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유성티엔에스의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너 2세들의 지분 가치는 크게 증가했다. 반대로 서희건설은 그만큼의 손해를 본 셈이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가 3세들이 과거 에버랜드(현 삼성물산)나 삼성SDS 지분을 취득해 승계의 발판을 마련했던 것과 비슷한 흐름인 것이다(시사저널 제1518호 참조).  당시 서희건설 측은 “적대적 M&A(인수·합병)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오너 2세들이 지분을 취득할 당시 유성티엔에스의 시가총액이 700억원 이하로 낮아 적대적 M&A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며 “상호주의 의결권을 제한한 상법 제369조 3항에 따라 서희건설이 보유한 의결권 없는 지분을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서희건설 서울사무소 사옥 ⓒ 시사저널 박은숙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서희건설 서울사무소 사옥 ⓒ 시사저널 박은숙

건설업 부실에 따른 손실 떠넘기기?

시사저널 취재 과정에서 오너 2세들이 과거 핵심 계열사인 서희건설의 지분도 대거 취득한 사실이 확인됐다. 시기상의 차이가 있을 뿐 방식은 유성티엔에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03년 은희·성희·도희 자매가 각각 3.54%와 0.99%, 1.07% 지분을 취득하며 새롭게 서희건설 주주에 올랐다. 이들은 이후 꾸준히 서희건설의 지분을 늘렸다. 2006년에는 세 자매의 지분이 각각 4.72%, 4.26%, 4.66%까지 증가했다. 서희건설 매출이 고공행진을 거듭할 때였다.  2009년 전후로 세 자매가 보유한 서희건설의 지분 상승률이 주춤하다가, 2012년 갑자기 0.62%와 0.48%, 0.49%로 각각 하락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2010년 서희건설은 매출 1조182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이후 3년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필 이 시기에 2세들이 일제히 지분을 매각하고, 유성티엔에스가 대신 최대주주에 올라선 것이다. 오너 2세들은 서희건설 지분을 매각한 돈으로 유성티엔에스 주식을 매입했다. 한동안 정체돼 있던 유성티엔에스의 매출은 이후부터 급등했다.  결과적으로 서희건설 오너 2세들은 소위 잘나가는 계열사 주식을 옮겨 다니며 주테크를 했고, 현재는 그룹 지배구조 최상층에 있는 유성티엔에스의 대주주가 됐다. 유성티엔에스의 최대주주는 아직까지 이봉관 회장(10.40%)이다. 하지만 오너 2세들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12.68%로 이 회장보다 높다. 모친과 조모로부터 상속받은 돈을 시드머니로 사실상 차기 승계구도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건설업 부실에 따른 2세들의 손실을 피하기 위해 유성티엔에스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서희건설 측은 “유성에 실적 부담을 떠넘긴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서희가 부실해지면 유성 지분을 늘렸던 대주주들이 피해를 본다. 오너 2세들의 경우 서희건설 지분을 매각한 돈으로 유성티엔에스의 지분을 취득한 만큼 부담 떠넘기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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