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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 신동빈에 보낸 편지 보니…
“韓 롯데 명운 틀어쥔 日 경영진, 신동빈과 사이 나빠”
“형제가 각각 한·일 롯데 경영하는 게 유일한 해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연년생 친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수감 중이던 2018년 4월24일 보낸 편지. '아키오(昭夫·동빈)에게'라고 시작되는 편지는 한·일 롯데를 분리해 각자 경영하자는 제안을 골자로 한다. 신 회장이 제안을 받지 않자 신 전 부회장은 그해 7월6일, 8월31일, 10월8일 잇달아 비슷한 내용을 담은 편지를 전했다. ⓒ 신 전 부회장 측 제공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2018년 4월24일 당시 수감 중이던 친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보낸 일본어 자필 편지. '아키오(昭夫·동빈)에게'라고 시작되는 편지는 한·일 롯데를 분리해 각각 경영하자는 제안을 골자로 한다. 신 회장이 제안을 받지 않자 신 전 부회장은 그해 7월6일, 8월31일, 10월8일 잇달아 비슷한 내용을 담은 편지를 전했다. ⓒ 신 전 부회장 측 제공

한·일 관계가 해를 넘겨서도 끝도 없이 악화하고 있다. 일본 초계기 사건과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불복 등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도발성 행보가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한ㆍ일 관계가 나빠질 수록 가장 불안한 국내 기업이 바로 재계 5위 롯데그룹이다. 태생(胎生)과 경영 구조상 양국의 눈치를 모두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미 끝난 줄 알았던 롯데가(家) 형제의 난까지 최근 다시 재발하려는 조짐이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연년생 친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화해안’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화해안의 이면엔 심상찮은 일본 상황을 근거로 한 신 전 부회장의 한·일 롯데 분리 의도가 담겨 있었다. 즉, 일본 롯데는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는 신 회장이 각각 경영할 수 있도록 지분 관계를 정리하자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은 “한국에 알려진 바와 달리 일본 롯데 내에서 신 회장의 권력 기반이 매우 취약하며, 향후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지금 분리하지 않으면 한국 롯데의 명운이 일본 경영진 손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말 그대로 ‘최후통첩’이다.

화해안은 신 전 부회장의 일본어 자필 편지 형태로 전달됐다. 신 회장은 지난해 2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은 그해 4월부터 8월까지 세 번에 걸쳐 신 회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에도 신 전 부회장의 편지를 받았다. 신 회장이 편지 네 통의 존재를 확인했으나, 뜯어보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양측 법률대리인은 전했다.

현재 신 회장 측은 ‘신 전 부회장의 관심 끌기 혹은 명분 쌓기일 뿐’이라며 화해안을 애써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속내는 복잡하다. 국내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자 일본 롯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선책인 호텔롯데 상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점점 악화하는 한·일 관계는 신 회장 속을 더욱 태우고 있다. 일본 롯데 핵심 경영진과의 불화설 속 한·일 ‘원(one) 롯데’ 수장 지위를 탈환할 수 있을지, 반한(反韓) 노선을 걷는 아베 정부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지 등 핵심 과제엔 빨간불이 켜졌다.

롯데가(家)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 신격호 롯데 창업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3부자가 2017년 12월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이 끝난 뒤 각각 법정을 나서는 모습 ⓒ 연합뉴스
롯데가(家)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 신격호 롯데 창업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3부자가 2017년 12월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이 끝난 뒤 각각 법정을 나서는 모습 ⓒ 연합뉴스

 

”일본의 한국 롯데 지배구조 해소하자”

시사저널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편지를 모두 입수했다. 먼저 신동빈 회장 수감 기간 동안에 전해진 편지 세 통은 공통적으로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를 해소해 서로 간섭할 수 없게 만들자”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후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5일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사흘 뒤, 신 전 부회장은 “꼭 대화하고 싶다”는 편지를 마지막으로 보냈다.

“신 회장이 신 전 부회장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일 롯데를 분리할 현실적인 방법은 없다.” 신 전 부회장 측 료지 타나베(田邊 亮二) 복스글로벌 일본지사 부사장(광윤사 입장 대변)의 말이다. 그는 1월3일 서울 광화문 SDJ 코퍼레이션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신 전 부회장 제안이 왜 받아들여져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핵심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 그리고 경영진과 신동빈의 관계다.

 

한국 롯데 지배하는 일본인 경영진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호텔롯데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호텔롯데의 지분 91.72%가 일본 롯데홀딩스와 그 관계사 몫이다. 롯데의 국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 도쿄 신주쿠의 일본 롯데그룹 본사 건물 ⓒ 연합뉴스
일본 도쿄 신주쿠의 일본 롯데그룹 본사 건물 ⓒ 연합뉴스

 

시사저널은 지금껏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의결권 비율을 입수했다. 의결권은 회사의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권한이기 때문에 경영 측면에서 일반 지분율보다 더 중요하다. 이에 따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광윤사(光潤社)가 가장 높은 의결권(31.49%)을 갖고 있었다. 또 나머지 의결권 중 50% 이상은 △종업원 지주회(31.06%) △임원 지주회(6.67%) △미도리 상사(5.85%) △패밀리(5.16%) △롯데 그린서비스(4.59%) 등이 나눠 갖고 있다.

이들 다섯 곳은 일본인 경영진이 장악하고 있다. 또 이들을 움직이는 주축은 일본 롯데홀딩스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과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 최고재무책임자(CFO)다. 두 사람은 국내 언론에 의해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대다수도 ‘신 회장 우호 지분’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료지 부사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에 따르면, 신 회장과 쓰쿠다 사장이 표면적으로 협력하고 있을 뿐 실제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일본 롯데홀딩스 간부라면 대부분 아는 사실이다. 관련 내용은 일본 현지 언론을 통해서도 수차례 보도된 바 있다.

일본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위)는 2018년 8월 '롯데 관계자'를 인용해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이 신동빈 회장 쪽에 서기 전엔) 신 회장과 견원지간(犬猿の仲)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일본 주간지 주간문춘(아래)은 2015년 11월 '롯데 전직 간부'를 인용, "신동빈 회장은 당초 쓰쿠다 사장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고 회의에서 격한 발언으로 몰아붙인 적이 있었다"며 "그런데 약 3년 전부턴 이 둘이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광윤사 관계자는 "신 회장과 쓰쿠다 사장의 관계가 나쁘다는 건 일본 롯데 간부들은 모두 아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 다이아몬드, 주간문춘
일본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위)는 2018년 8월 '롯데 관계자'를 인용해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이 신동빈 회장 쪽에 서기 전엔) 신 회장과 견원지간(犬猿の仲)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일본 주간지 주간문춘(아래)은 2015년 11월 '롯데 전직 간부'를 인용, "신동빈 회장은 당초 쓰쿠다 사장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고 회의에서 격한 발언으로 몰아붙인 적이 있었다"며 "그런데 약 3년 전부턴 이 둘이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광윤사 관계자는 "신 회장과 쓰쿠다 사장의 관계가 나쁘다는 건 일본 롯데 간부라면 모두 아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 다이아몬드, 주간문춘

 

日 경영진은 신동빈편?… “사실과 달라”

한편 시사저널은 신동빈 회장의 사촌 신동우씨를 2017년 9월에 만났던 한 언론인으로부터 일본 롯데홀딩스 내부 분위기를 전해 들었다. 신씨는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자 동생 신선호(산사스식품 사장)씨의 장남이다. 그에 따르면, 노조가 없는 비상장회사 일본 롯데홀딩스에선 고바야시 CFO가 전권을 휘두르고 있다. 본인이 싫어하는 직원이 있으면 한직으로 보내거나, 기획 쪽에서 일하던 사람을 영업 쪽으로 보내는 식이다. 신씨는 “신 회장에게 문제가 생긴 지금 고바야시 CFO가 일본 롯데홀딩스를 탐내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료지 부사장은 “쓰쿠다 사장과 고바야시 CFO는 언제든지 신 회장을 몰아낼 수 있다”고 했다. 변수는 또 있다. 신 회장의 재판 결과다. 일본은 한국보다 엄격한 컴플라이언스(법규준수)를 기업에 요구한다고 알려져 있다. 대표가 기소만 돼도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관행이다. 지난해 11월 검찰에 체포돼 회장직에서 해임된 카를로스 곤 일본 닛산 회장이 그 예다.

신 회장도 지난해 2월 국정농단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를 사임했다. 다만 이사직은 유지했다. 그해 10월 2심 공판에서 선고받은 집행유예는 유죄의 형에 속한다. 료지 부사장은 “일본에서 경영자가 유죄 판결을 받고 경영을 계속한 사례는 전무하다”며 “나중에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이사직마저 박탈당할 수 있다”고 했다.

 

“신동주-동빈 화해해 日 의결권 없애자”

그럼 신동주 전 부회장은 어떻게 한·일 롯데를 분리한다는 걸까. 료지 타나베 부사장은 “일본 회사법에 의하면 주주들이 합의해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의결권이 없는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력을 상실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는 신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과 의기투합해 일본인 주주들을 움직일 때만 가능한 전략이다.

그러나 신 회장은 독자적으로 한·일 롯데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서다. 구체적으로 기업공개 후 신주발행과 구주매출(기존 주식 중 일부를 공매하는 것)을 감행해 일본계 지분을 희석한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한국 롯데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고, 국정농단 등과 관련한 법적인 부담도 던 다음 한·일 롯데 총괄 수장으로 복귀하겠다는 구상이다.

료지 부사장은 일본 내 분위기에 비춰볼 때 “호텔롯데 상장 가능성은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일본 롯데홀딩스 관계자들이 호텔롯데 상장으로 지분율이 낮아지는 걸 바라겠느냐는 것이다. 동시에 국내 일각에선 호텔롯데가 상장되면 시세차익을 일본 롯데홀딩스 일본인 주주들이 가져간다는 비판이 있다. 때문에 ‘국부유출’이란 지적마저 제기된다.

 

韓 롯데, “신동빈-日 관계 공고해”

한국 롯데(롯데지주) 고위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화해안에 대해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평가절하하면서도 “한국에서 잃을 게 없는 신 전 부회장이 노이즈(잡음)를 일으키면 한국 롯데만 피해를 입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을 포함한 일본인 경영진과 신동빈 회장의 관계는 공고하다”며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이 이사직에서 해임되지 않고 계속 신임을 받아온 게 이를 증명한다”고 했다.

다만 호텔롯데 상장이 미뤄지는 것에 대해선 “마음 같아서야 당장이라도 하고 싶지만 대외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그는 “2016년 6월부터 대대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돼 모든 계획이 연기됐고, 호텔롯데 전체 매출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롯데면세점이 중국에서 큰 손실을 입어 상장 시 가치평가를 제대로 못 받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했다.

신 회장이 신 전 부회장의 화해안이 담긴 편지를 뜯어보지도 않은 이유는 뭘까. 관계자는 “명분 쌓기용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만약 (신 회장이) 편지 내용을 확인해놓고 답장을 거절하면, 신 전 부회장이 나중에 주주총회에서 ‘나는 화해를 시도했는데 동생이 거절했다’며 자신의 입장을 내세울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신 전 부회장 화해안의 구체적 내용을 신 회장이 알고 있는지 여부는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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