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입지 속 ‘보수통합’ 명분에 내몰려
바른미래당의 미래가 암울하기만 하다. 중도보수 정당으로서 이렇다 할 정치적 성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예상대로' 소속 의원 및 당원들의 탈당까지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당 복당’ 이학재…연쇄 탈당 가속화하나
이학재 바른미래당 의원은 12월18일 탈당 후 자유한국당 복당을 선언했다. 올해 초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통합으로 바른미래당이 창당된 후 바른미래당 현역 의원이 탈당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날 바른미래당 대구시당 전 원외 당협위원장 4명은 한국당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당 입당 의사를 밝혔다. 한국당 복당 또는 입당 의사를 밝힌 바른미래당 당원은 류성걸(동구 갑)·황영헌(북구 갑)·김경동(수성구 갑)·권세호(수성구 을) 전 당협위원장이다. 한국당 대구시당은 전날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열어 20대 총선에서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했던 이명규·배영식 전 의원의 복당도 허용했다.
어느 정도 예상됐던 탈당 러시다. 정두언 전 의원은 11월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바른미래당 하면 기억나는 게 없다. '우리는 한국당과 다르다'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느냐"며 "(바른미래당이 2020년) 총선 전에 깨진다고 봤는데, 더 앞당겨질 것 같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 의원의 바른미래당 탈당설이 새어나오던 시점이었다.
이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1월29일 한국당에 입당하면서 바른미래당은 큰 타격을 입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017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을 나가 바른정당에 참여했다가 바른정당이 국민의당과 통합을 앞둔 올해 2월 탈당했다. 바른정당이 전신인 바른미래당 입장에선 정체성이 흔들리고 보수 이슈 주도권까지 빼앗긴 모양새다. 오 전 시장은 복당 일성으로 보수우파 통합을 내세우며 내년 초 한국당에서 통합전대를 치르자고 제안했다. 이 의원 역시 이날 탈당의 변에서 "한국당으로 돌아가 보수의 개혁과 통합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국민의당 출신인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의 한국당 이동설도 끊임없이 거론된다. 이 의원이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구에 한국당 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이 의원은 한국당에 더 가까운 '우클릭' 행보로 바른미래당 지도부와 부딪쳐 왔다. '보수 단일대오가 필요하다'는 이 의원 주장은 오 전 시장, 이 의원 등과 궤를 같이 한다.
야권發 정계개편 조짐 속 불안한 바른미래당
자유한국당은 이 같은 복당·입당 움직임에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 선출, 당 쇄신 작업 등 이슈몰이를 하며 바른미래당을 더욱 코너에 몰고 있다. 이학재 의원의 탈당으로 바른미래당 의석수는 기존 30석에서 29석으로 줄었다. 112석에서 113석으로 늘어난 한국당에 이은 원내 제3당 지위엔 아직 변함이 없다. 문제는 추가 탈당 가능성이다.
이 의원 탈당으로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은 유승민 전 대표, 정병국·이혜훈·오신환·유의동·정운천·하태경·지상욱 의원 등 8명으로 줄었다. 당장 추가 탈당은 없을 거란 관측이 많지만, 야권의 기류가 심상찮다. 내년 2월 한국당 전당대회 등을 기점으로 야권발(發) 정계개편이 시작되면 추가 탈당이 잇따를 수 있다. 바른미래당은 2020년 총선 대비는커녕 당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한편, 이날 이 의원이 탈당 선언을 한 기자회견장에서 바른정당 측 인사들은 이 의원에게 국회 정보위원장직을 내놓으라며 격하게 항의했다. 바른미래당 몫 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던 이 의원은 한국당 복당 후에도 정보위원장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이 의원과 한국당에 정보위원장직 반납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