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건 前총리, 아들의 가상화폐 투자 의혹에 “그런 적 없다고 하더라”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관(특감반) 소속이었던 김태우 전 수사관의 민간인 사찰 제보가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사찰 대상으로 거론된 당사자들이 하나같이 “(청와대 조사 내용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전 수사관은 12월18일 조선일보를 통해 “작년 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여부를 두고 국민 여론이 들끓었을 때 참여정부 인사들의 가상 화폐 소유 여부를 조사하라는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의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지시에 따라, 김 전 수사관은 고건 전 국무총리의 아들 고진씨, 변양균 전 정책실장,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등 참여정부 시절 고위 공직자나 주변인의 가상화폐 투자 동향 정보를 수집해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전 수사관은 그러면서 “박 비서관이 ‘노무현 정부 인사들의 비트코인 소유 여부를 알아내야 한다. (소유 여부가)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고,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가 날 수 있다. 문제 될 소지가 있는 정보를 가져오면 1계급 특진을 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 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사실 여부를 떠나 현 정부가 민간인 사찰에 나섰다는 점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김 수사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민간인에 대한 명백한 사찰 지시”라고 청와대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이런 가운데 명단에 거론된 이들은 하나같이 “사실과 다르다”는 반응이다. 고건 전 총리는 18일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오늘(18일) 아침에 막 강의하러 나선다는 아들과 전화 통화했는데, ‘가상화폐에 투자한 적이 없으니 걱정말라’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고 전 총리 아들 고진씨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시라큐스대에서 컴퓨터공학으로 석,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핀테크 전문기업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이사를 지냈다. 지난해 대선 직전 문재인캠프로 들어가서 신성장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업경제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다. 고 전 총리 측근 인사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 캠프에 들어가는 것도 고진씨가 독자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라면서 “당시 캠프 합류를 놓고 아들과 이견을 가질 정도로 고 전 총리는 퇴임 후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회장도 당황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진 회장 주변 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초창기에 투자했는지까지는 파악할 수 없지만, 올해 초 블록체인 협회장을 맡은 뒤로 가상화폐에 투자한 적은 단 한번도 없는 걸로 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을 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대체로 청와대 특감반의 대응이 미숙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고, 단순히 투자 여부만을 갖고 적법성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자신의 지위를 갖고 부정한 정보를 취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아래 특정 상품에 투자했다는 것만 갖고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면서 “의혹 만으로 내부 보고서를 만드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