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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대체 무슨 일 있었나?

올해는 최하위다. 국세청의 청렴도 평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국세청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하는 ‘2018년 청렴도 측정결과’에서 지난해보다 한 단계 낮은 5등급을 받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2월5일 오후 서울 KT스퀘어에서 반부패 주간 기념식을 열고 612개 공공기관에 대한 ‘2018년 청렴도 측정결과’를 발표하면서 “전체 공공기관의 종합청렴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8.12점으로, 지난해보다 0.18점 올랐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기관 정원 등을 고려해 14개 유형으로 나눠 종합청렴도 점수에 따라 1〜5등급을 부여했다. 중앙행정기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교육청, 공직유관단체를 통틀어 5등급을 받은 기관은 국세청을 포함해 대한체육회, 한국장학재단 등 총 48곳이었다. 다른 사정기관인 검찰청(3등급), 경찰청(4등급), 공정위(2등급) 등은 국세청보다 1~3등급 높았다. 무엇보다 평가 결과가 4등급에서 5등급으로 떨어진 기관은 국세청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조사는 올해 8월부터 11월까지 민원인 15만2000여 명과 소속 직원 6만3000여 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 이메일, 모바일 등을 통해 설문조사 형식으로 진행됐다. 종합청렴도는 외부청렴도, 내부청렴도, 정책고객평가 점수를 가중평균한 뒤 부패 사건 발생 등을 감점으로 반영해 산출했다.

 

ⓒ 뉴시스

 

4등급서 5등급 떨어진 기관은 국세청 유일

감점 요인이 있긴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비중이 크기 때문에 해당 기관에 대한 청렴도를 온전히 나타내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온다. 그러나 조사 결과, 기관 자체만으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국세청에 대한 실망감이 더욱 크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더욱이 만년 하위권을 맴도는 국세청의 평가 결과에 대해 “이젠 기대하지도 않는다”는 목소리가 국세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납세협력에 대한 불필요한 불안감 조성이다. 세수 확보의 첨병 역할을 해 온 국세청이 최근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바로 납세자들의 납세협력이 절대적이었다. 국세청이 성실신고 유도를 위해 다양한 방책들을 고안해 내고 있지만, 납세자들의 자진신고가 국세청 세수 확보에 큰 비중을 차지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세무서에서 만난 박아무개씨는 “국세청의 청렴도가 낮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라며 “납세자들에게는 성실히 신고하라고 안내하면서 정작 세수를 책임지는 국세청은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는 현실에 대해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국세청 소속 직원들이 평가한 내부청렴도에선 1등급을 기록하고 민원인들이 매긴 외부청렴도에선 최하위인 5등급을 기록한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세무업계 한 관계자는 “국세청이 청렴도 관리를 위해 일종의 내부직원 단속에 나섰던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간 드러난 국세청 소속 직원들의 비위·범죄 행위가 결국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5년 국감에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금품수수·음주운전 등으로 적발된 국세청 공무원이 무려 672명에 달한다”고 밝혀 충격을 안겨줬다. 더욱 가관은 당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244명 중 107명은 조사 과정에서 공무원 신분임을 밝히지 않았고, 13명은 징계는커녕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청렴도가 낮다는 것 자체로 국세청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세무공무원 입장에선 현장 세무조사에 투입될 때 괜한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직원들의 비위 문제가 계속되자 박명재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국세청은 세무행정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킬 수 있는 보다 근원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 국세청의 굴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잊을 만하면 다시 국세청 문제가 수면 위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청렴도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본연의 업무인 조세징수 분야에 있어서도 굴욕사를 써왔다. 일본 NTT도코모 측에 해외 법인을 매각했다가 역외 탈세 혐의로 기소된 국내 A기업이 지난 2012년 1심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국세청은 A기업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인 끝에 100여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당시 언론은 “국세청이 ‘구리왕’ ‘완구왕’에 이어 역외탈세 사건에서 3연패(連覇)를 기록했다”고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A기업이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체면이 많이 상했다.

23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난 2015년 구축한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NTIS) 역시 굴욕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국세행정시스템은 도입 후 한동안 영수증 발급기관이 제출한 의료비, 보험료 등 소득·세액공제 관련 자료가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에서 조회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조회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에는 정치자금 기부금이 법정기부금으로 잘못 분류돼 국세청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1월에도 전산시스템이 과부화되면서 부가가치세 확정신고 기한이 하루 늦춰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07년에는 부하직원에게 뇌물을 받은 현직 국세청 수장이 구속되면서 씻지 못할 오명을 남기기도 했다. 당시 전군표 국세청장은 청장으로 취임하기 직전인 2006년 7월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과 공모해 CJ그룹으로부터 30만 달러, 같은 해 10월에는 고가 명품 시계를 각각 받은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 상고심 끝에 징역 3년6개월을 확정받았다. 구조적인 개선 없이는 국세청 개혁이 요원하다는 비판 여론이 국세청 안팎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근본적인 개혁과 내부적인 혁신 없이는 국세청 개혁이 요원하다는 게 관가(官街)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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