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문제로 가닥…이전 투숙객들은 문제 못 느꼈나
수능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생 10명이 참변을 당한 강원도 강릉 펜션 사고의 원인이 보일러 문제 등으로 좁혀졌다.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보일러 배관 사이로 연기가 새나가는 것이 확인된 것. 학생 10명 중 3명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고, 나머지 7명은 중태에 빠져 치료 중이다. 강릉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등과 합동수사본부를 꾸려 감식에 나선 가운데, 사건을 둘러싼 의문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1. 가스 샜는데, 냄새 못 맡았나
학생들이 흡입한 걸로 추정되는 일산화탄소(CO)는 무색무취의 유독 가스다. 기체가 새는 지 사람이 인지할 수 없는 셈이다. 일산화탄소를 다량 흡입하면 체내 산소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두통과 현기증, 구토 증세를 보일 수 있고 심하면 중추신경계가 마비돼 의식을 잃거나 사망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야영시설이나 일반 주택에서 이 같은 가스 중독 사고는 23건 발생해 그 중 14명이 숨졌다.
2. 가스가 어떻게 샜나
합동수사본부는 12월19일 실시한 1차 현장 감식에서, 펜션 2층에 설치된 보일러에 배관이 제대로 연결돼 있지 않았고, 그 사이로 연기가 새나갔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틈으로 유독가스가 누출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인 걸로 알려졌다.
다만 배관이 파손된 이유에 대해선 아직 확인 중이다. 외부 충격이 있었거나, 시공 자체가 불량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사고가 발생한 이 펜션은 2014년 사용승인을 받았다. 준공 이후 게스트하우스로 사용되다 올해 7월부터 펜션 영업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강릉시는 “건물 불법 증·개축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일러는 현장 감식이 완료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수거돼 정밀 조사를 거칠 예정이다.
3. 경보음 안 울렸나
펜션에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없었던 걸로 확인됐다. 경보기 설치에 대한 기준과 법령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지난 9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글램핑․카라반 등 야영시설에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했지만, 펜션․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업소는 대상에서 빠졌다.
4. 이전 투숙객들은 문제를 못 느꼈나
문제가 있었는지 보강 조사할 예정이다. 강릉 펜션사고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한근 강릉시장은 12월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가 일어난 방에서 묵었던 이전 투숙객들로도 조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전 투숙객을 대상으로 보일러 배관 틈이 언제부터 생긴 것인지 수사할 계획인 것. 또 사고대책본부는 보일러 납품업체에 대한 정밀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5. 학기 중인데 학생들이 왜 학교에 없었나
피해 학생들은 수능이 끝난 이후 학교 측에 ‘개인체험학습’을 신청해 강릉으로 떠났다. 허가를 받으면 학생 개인은 학기 중이어도 평일에 학교에 나오지 않고 여행 등을 갈 수 있다. 보통 고3 학생들이 수능 직후 학교에 출석하지 않기 위해 이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고3 학생들이 수능 이후 방치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대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시도교육청에 가급적 체험학습 자제를 당부했다. 유 부총리는 “수능 이후 마땅한 교육프로그램이 없어 고3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하겠다”며 시도교육청에 고3 학생들의 학사관리에 대한 점검 결과를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육부는 또 교외체험학습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