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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서울 답방 때 한라산 방문 가능성…출생의 비밀 드러날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한 방문 코스에 한라산이 포함될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합의한 ‘연내 서울 방문’에 제주가 추가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평양공동선언 제6항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공동선언 발표 때 “가까운 시일이란 의미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올해 안이란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안만 놓고 보면 김정은의 답방과 4차 남북 정상회담 장소는 서울로 한정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제주 방문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상황이 달라지는 양상이다. 문 대통령은 10월28일 청와대 기자들과의 북악산 산행에서 김정은 서울 답방 문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백두에서 한라까지라는 말도 있으니 (김 위원장이) 원한다면 한라산 구경도 시켜줄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번 제가 (북한에) 올라갔을 때 워낙 따뜻한 환대를 받아서 실제 김 위원장이 답방할 때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10월30일 양강도 삼지연군을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오른쪽 사진은 겨울철 눈 덮인 제주도 한라산 백록담 ⓒ 연합뉴스


김정은 생모 고용희의 부친, 제주 출신

청와대와 정부 안팎에서 김정은 남한 답방에 따른 검토가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경호나 북측의 선호도 등의 측면에서 제주가 유력 후보로 부상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앞서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백두산을 함께 오른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제주 방문과 관련한 탐색전 성격의 대화와 마주한 적이 있다. 회담에 수행한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이 김 위원장의 한라산 답방이 화제에 오르자 “우리 해병대 1개 연대를 동원해 헬기 패드(착륙장)를 만들겠다”고 두 정상 앞에서 발언한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제주와 김정은 위원장 가계의 인연이다. 김정은의 생모인 고용희(2004년 5월 사망)는 재일동포 출신 예술인이다. 1952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고용희는 10살 때 만경봉호를 타고 가족과 함께 북한에 갔다. 아버지 고경택은 일제시대 일본으로 건너간 조총련 간부 출신으로 알려졌다. 평양에서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시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눈에 들었다. 북한이 고용희 띄우기에 나서지 못하는 건 북송 재일교포에 대한 주민들의 편견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에선 북송 재일교포를 ‘째포’라며 비하해 왔다.

고용희의 부친인 고경택은 제주 출신이다. 김정은에게 제주는 외가와 같은 의미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성장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생모 고용희로부터 제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랐을 가능성이 크다. 제주에는 아직 고경택의 연고와 흔적이 남아 있다. 제주시 봉개동 ‘탐라 고씨 신성악파 흥상공계 가족묘지’에선 2014년 고경택의 비석이 발견돼 훼손 시도가 이어지는 등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비석에는 이름과 함께 ‘1913년 태어나 1929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1999년에 귀천하시어 봉아름에 영면하시다. 사정에 따라 허총(가묘)을 만들다’라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이런 배경에서 일부 간부층과 주민 사이에서는 김정은의 출생과 관련해 “원수님(김정은)은 백두혈통이 아니라 후지산 줄기와 한라산 핏줄”이라고 수군대는 소리가 흘러나온다고 한다. 고용희의 아버지가 일제시대 육군성이 관할하는 히로타 군복공장 간부로 일한 경력도 껄끄러운 대목이다. 조총련 등이 고용희와 관련한 일본 행적 지우기에 나섰지만 군수공장이 비밀로 부쳐온 자료가 몇 해 전 공개되면서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이다. ‘수령의 항일투쟁’을 선전하는 북한의 논리대로라면 김일성과 빨치산 세력을 토벌하기 위해 나선 일본군의 군복을 만들어준 게 고용희의 부친이란 얘기가 된다.

북한이 김정은 권력의 기반 다지기에 각별한 공을 들이면서도 생모인 고용희와 가계 우상화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제주’와 ‘일본’ 때문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른바 출생의 비밀 때문에 가계 찬양 선전 작업을 머뭇거리는 형국이 드러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북한은 김정은을 소위 ‘백두혈통’으로 내세운다. 소련군 장교 출신인 김일성이 백두산 지역에서 항일 독립투쟁을 주도했다는 신화를 만들어 이를 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게 만든 것이다. 1941년 소련 브야츠크의 병영에서 태어난 김정일의 경우 ‘1942년 백두산 출생’으로 날조됐다. 주민들에게는 김일성과 그의 부인 김정숙, 그리고 아들 김정일 세 사람을 ‘백두산 3대 장군’으로 찬양하는 작업이 일찌감치 이뤄졌다. 봉건 체제에서나 있을 법한 세습형 군주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혁명 계승론’이란 논리도 만들어졌다. 혁명 과업이 워낙 중차대하고 긴 세월을 요구하기 때문에 대를 이어 사업을 끊임없이 추진해야 하며, 그 적임자는 바로 백두혈통이어야만 한다는 주장이다.

북한은 김정은 우상화를 위한 작업에도 극도로 신중을 기하고 있다. 최고지도자로서의 군사 리더십 등을 찬양 선전하는 움직임은 벌어지고 있지만 김정은이나 그 가계를 우상화하는 대목에서는 머뭇거리는 모습이다. 국가정보원과 통일부 등 대북 부처가 김정은 집권 이후 수시로 ‘우상화 본격화’ 등을 점쳤지만 빗나갔고,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은 생일인 1월8일을 공휴일이나 명절로 삼는 건 그에 대한 우상화가 본궤도에 오른다는 걸 의미하지만 아직 징후가 없다. 집권 초기인 2012년 1월 조선중앙TV로 김정은을 우상화하는 기록영화가 처음으로 공개된 적이 있다. 《백두의 혁명위업을 계승하시어》란 이 동영상은 김정은과 관련해 “16살 때 김일성의 업적을 논문 대작으로 완성한 사상이론의 천재”라고 찬양했다. 김일성군사종합대 재학 때는 매일 3〜4시간만 자면서 공부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특이한 후속 움직임은 없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모 고용희의 젊을 때 모습 ⓒ JTBC 캡쳐


“金, 후지산 줄기·한라산 핏줄” 비판도

북한 관영 매체들은 10월30일 김정은의 양강도 삼지연군 방문 소식을 전했다. 이곳은 백두산이 자리한 고장이다. 김정은은 강원도 원산에 이어 삼지연을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삼지연에 대한 관심은 김정은이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악단을 파견하면서 그 이름을 삼지연관현악단으로 명명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김정은이 백두혈통으로 이어지는 북한 권력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정지(整地)작업 차원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김정은의 남한 방문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북·미 간 대화와 트럼프-김정은 간 2차 정상회담이 지연되고 있어 김정은 서울 방문도 해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남북관계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탄력을 붙이기 위해 연내 방문 쪽으로 움직일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김정은의 제주 방문 성사 여부와 함께 그가 한라산을 방문해 어떤 메시지를 남길지도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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