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제재 비웃는 北-中 밀수 현장 中 묵인 아래 압록강 하류서 밀거래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단둥(丹東)의 신(新)도시 격인 신청(新城)은 요즘 이 지역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이다. 단둥은 전통적으로 압록강철교(중국명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 주변으로 도시가 발달돼 있다. 국경도시답게 단둥역, 버스터미널, 출입국사무소, 해관(海關·세관), 재무국, 공안국 등은 구(舊)도심에 있다. 하지만 구도심은 도시 개발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단둥시 당국이 신도시 개발에 나섰는데 선택지가 바로 신청이다. 단둥시청은 진작 이곳으로 이전했다. 단둥의 대표적인 산업단지인 계측기 단지도 옮겼다. 단둥은 중국 내 가스계량기와 산업용 엑스레이 계측기 탄생지다.
단둥시 당국이 신청을 신도시로 개발하고자 한 이유는 북한과의 교역을 대비해서다. 현재 이곳엔 신(新)압록강대교(중국명 압록강신교·鴨綠江新橋)가 들어서 있다. 신압록강대교의 역사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북한을 공식 방문해 양국 우의를 다진다는 의미로 평안북도 신의주·용천의 중간지점과 단둥시 랑터우(浪頭)를 잇는 다리를 짓기로 합의했다. 합의에 따라 이듬해인 2010년 10월 착공해 2014년 9월 완공된 다리가 연결 도로까지 포함해 길이 20.4㎞의 신압록강대교다. 다리 폭은 33m, 왕복 4차로다.
단둥시는 신압록강대교가 들어서면 단둥의 중심이 이곳으로 옮겨올 것을 내다보고 지역명도 신청으로 바꾼 뒤, 대대적인 개발에 나섰다. 구도심에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과 달리 신청엔 고급 고층아파트 단지가 형성돼 있다. 늘어날 중국과의 교역을 대비해 단둥 주재 북한 영사관도 이쪽으로 이전해 왔다.
하지만 북한의 계속된 핵 개발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신압록강대교는 덜렁 다리만 지어져 있다. 4년 이상 방치된 셈이다. 중국 정부는 다리가 끝나는 중국 쪽 지역에 출입국사무소(궈먼다샤·國門大廈)와 세관까지 세웠지만 무용지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중국과 북한이 6년 전 함께 세운 중개무역 시장인 단둥-국문만호시무역구(丹東-國門灣互市貿易區)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단둥 시민들은 이곳을 줄여 후시(互市)라 부른다. 후시엔 150여 개 사무실과 상점이 있다. 현재 이 가운데 60~70개 상점만 문을 열었다. 유엔의 대북제재가 강화될수록 신청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新압록강대교 주변 북·중 상가 활기
하지만 최근 신청 주변은 다시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후시엔 오로지 중국과 북한 사람만 상점을 열 수 있다. ‘호상’(상호)이라는 상가 명에서 이러한 의도가 엿보인다.
현지를 찾은 10월23일. 후시 내 몇몇 상점은 다소 분주한 모습이었다. 물론 이 같은 분위기는 아직 중국인이 주인인 상점에만 국한돼 있다. 그러나 불과 2~3개월 전 후시 내 모든 점포들이 사실상 폐점 가까운 수준이었다는 것과 비교하면 분명 분위기는 달라졌다.
북한 경제에 있어 단둥은 숨통과 같은 곳이다. 북한 대외교역의 70~80%가 단둥-신의주를 통해 이뤄진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을 요구하면서 가장 주목하는 곳이 바로 단둥이다. 단둥을 통해 들어가는 북한 교역물자만 틀어쥐면 북한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한층 배가된다는 계산에서다. 이런 이유로 유엔을 비롯해 국제사회는 지금도 단둥을 중심으로 한 북·중 무역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단둥에 유엔에서 파견 나온 대북제재 감시관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자들을 확인한다는 게 현지인들 전언이다. 단둥에 가면 남북은 물론 전 세계 주요 정보기관 요원들이 암약하고 있다. 그만큼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는 곳이다.
신압록강대교의 북측은 여전히 도로가 개설돼 있지 않다. 북측 도로 건설엔 당연히 북한 당국이 돈을 대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최근 단둥에선 “대북제재가 완화되면 중국 정부가 돈을 대 신압록강대교 북측 도로는 물론, 단둥에서 신의주를 거쳐 평양까지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지을 계획”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단둥 일대에서 나도는 관측은 제법 구체적이다. 북·중 간 협약을 맺었다는 말까지 나돈다. 양국 협약이 올 5월 다롄(大連)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정상회담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와 발맞춰 단둥을 경제특구로 지정하려 한다는 소문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소문에 불과하다.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아래서는 불가능하다. 어쩌면 중국 정부의 희망사항에 불과할 수도 있다.
中 정부, 단둥 경제특구 지정 소문
하지만 최근 ‘랴오닝일보’가 보도한 ‘랴오닝 일대일로(一帶一路) 종합실험구 건설 총체 방안’을 근거로 보면 전혀 낭설이 아니다. 우리나라 동아일보가 9월17일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랴오닝성 정부는 전문에서 “단둥과 한반도 내륙을 연결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진(西進)인 일대일로의 개발 축을 반대편 동쪽으로 향하도록 한다는 게 중국 정부의 구상이다. 계획대로라면 이 도로는 단둥을 기점으로 평양-서울-부산으로 이어진다. 이 문건엔 후시무역구를 대북 교역 거점지로 개발하겠다는 뜻도 담겨져 있다. 그런 면에서 최근 후시의 변화는 돈 냄새를 맡은 민간의 반응으로 봐야 한다.
한동안 중단됐던 압록강변 황금평 개발도 주목받고 있다. 단둥 현지에선 유엔 제재가 풀릴 경우 북한이 위화도와 황금평 등 압록강 섬 여러 곳을 경제특구로 개발해 한국, 중국 기업 유치에 본격 나설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압록강 하구에 위치한 면적 14.4㎢의 황금평은 나진·선봉지구와 함께 북한 개혁·개방의 상징과 같다. 정식 지번은 평안북도 시도군 황금평리다. 중국 정부가 황금평을 비롯해 단둥에 40조원을 투자한다는 소문이 현지에 파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황금평 개발은 여러 차례 논의됐다. 양국은 2011년 6월 북한의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과 중국의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황금평 개발 착공식을 가졌다. 하지만 무산됐다. 중국 쪽의 참여가 지지부진하자 폭스콘 등 대만 기업이 황금평 개발에 적극 참여할 의사를 보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40억 달러를 들여 종합생산기지를 조성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황금평에 거주할 인력은 무려 2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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