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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유치원 사태’에 직접 나선 엄마들

‘전국 유치원 감사 결과 공개’에 따른 파장이 크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총대를 메고’ 터뜨린 실명 공개의 후폭풍은 거셌다. 유치원은 사유재산이라는 엉뚱한 반발이 나오다 못해 심지어 부산에서는 집단휴업이라는 가장 비교육적 방법으로 유아교육기관이 사유재산임을 주장하겠다고들 한다. 사학재단들의 횡포 이면에 감추어진 사유재산 논리가 여기서도 등장한다. 어디를 들추어보아도 마찬가지겠지만,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고름주머니가 바로 이 사유재산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주장이 아닌가 싶다. “내 돈 내 마음대로 쓰겠다는데”라는 논리다. 국고지원을 받지 않더라도, 교육과 언론은 그 토대가 되는 자금을 누가 출연하든 사유화될 수 없는 공공의 것이다. 이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시민사회에 사는 기초 지식이고. 몰라도 너무 모른다. 어찌 이리 무지할 수가 있을까.


여기에 맞서 더 이상은 아이를 볼모로 협박당하지 않겠다는 엄마들의 결의가 점점 커지고 당당해진다. 박용진 의원이 용기 있게 오래 곪은 적폐의 딱지를 벗겨버릴 수 있었던 데는 ‘정치하는 엄마들’이라는 이름을 지닌 모임의 힘이 컸음이 알려지고 있다. 이 모임은 ‘정치’라는 말의 21세기적 의미는 단순히 권력을 나눠 받아서 행사한다는 20세기 이전의 의미와는 사뭇 다른 것임을 실천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올봄에 펴낸 책 《정치하는 엄마가 이긴다》는 자신들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10월20일 서울 시청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모든 ‘엄마’들이 정치에 나서보자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산다는 것은 참 이상한 일입니다.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을 하면서도 가장 힘들고 외로운 사람입니다. 엄마에게 일임된 돌봄과 살림은 사회를 유지하는 근본이자 가치 있는 일이지만, 한국 사회는 이를 사사로운 일로 치부하며 사회와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엄마로 사는 일은, 엄마이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불합리와 모순이 가득한 사회와 마주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희생과 헌신을 강요받은 엄마들은 정치·경제적 주체로 자립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아줌마’와 ‘맘충’으로 불리며 혐오와 비하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바로 엄마, 당사자입니다.’

이 선언이 지닌 중요성은 무엇보다도 우선하여 엄마라는 존재에게 강요되던 ‘모성’ 신화를 거부하고 대신 진짜 사랑의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결의다. 아이를 유치원으로, 학교로, 학원으로 보내놓고 전전긍긍하며 눈치를 보거나 또는 아이를 괴롭히는 일을 교육인 줄로만 알고 살아온 많은 엄마들이 이번 유치원 참사로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지만, 이 엄마들은 잠재적 부끄러움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행동에 나섰고 정치인 중 용기 있는 분과 만나 사회적 공론화를 이루어내고 제도적 변화의 실마리를 푸는 데에 이르렀다.

엄마들은 이기적 존재가 아니다. 모든 엄마들은 실제로는 내 아이만 감싸고 도는 것이 내 아이에게도 독이 됨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고립되어 있고 경쟁에 내몰리는 환경 속에서 아이에게 민주주의라든가 연대, 복지, 정의, 평등, 분배 같은 이야기를 하기는 힘들다. 그렇게 정치를 삭제해 버린 교육에서 아이들이 보고 배울 것이 내 것과 돈과 막무가내인 힘자랑밖에 안 남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두렵다.

 이제 다른 엄마들이 호응할 차례다. 모든 엄마가 정치하는 엄마가 되어보자. 내 아이들의 동무들의 엄마와 손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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