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네오플럭스’가 투자한 바디프랜드 상표권 매각 논란
바디프랜드 강 본부장 상표권 팔아 183억 벌어
박 부회장이 두산가(家)에서 사촌들과 다른 평가를 받는 것은 우수 벤처 기업을 발굴하는 능력이 탁월해서다. 여느 대기업 3~4세와 달리 박 부회장이 이끄는 벤처캐피탈 네오플렉스는 유망 벤처기업들을 발굴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네오플럭스가 연내 또는 늦어도 내년 초 코스닥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이 회사는 8월24일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이 회사가 투자한 회사의 성과는 상당하다. 네오플럭스는 작년 7월 태양광 장비회사 탑선이 신규 발행한 전환사채를 20억원에 취득해 올해 7월 50억원에 장외에서 매각했다. 수익률로 환산하면 150%다. 작년 3월에는 소비재 판매회사 에이피알에 3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당시 1000억원에 불과했던 회사 가치는 올해 2100억원으로 두 배 가량 늘었다.
그러나 성과가 늘 좋았던 건 아니다. 경영에 문제가 있는 곳도 있다. 최근 논란인 바디프랜드는 이 회사가 투자한 회사다. 현재 이 회사의 재무제표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숫자로만 보면 투자 시점보다 큰 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경영진의 배임, 횡령 의혹이 제기됐다면 어떨까. 기업 경영 개선이라는 사모펀드의 취지와 맞는 것일까.
네오플럭스는 VIG파트너스와 함께 2000억원 규모로 특수목적법인인 바디프랜드홀딩스를 세웠다. 그런 다음 2015년 8월 회사 주식 90%를 인수했다. 그 전까지 회사 최대 주주는 지분 46.7%를 가진 조아무개 전 대표였다. 연내 상장이 목표인 바디프랜드의 예상 시가총액은 2조원으로 평가받는다. 금액으로 치면 올 최대어다.
회사 대표인 장모가 사위 소유 상표권 키워줘
문제는 회사의 운영방식에 있다. 특히 상표권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네오플럭스가 속해 있는 이사회는 바디프랜드의 국내 상표권을 2015년 6월25일 회사 등기이사 강아무개 본부장으로부터 183억원에 샀다. 국내 상표권에 한해서다. 해외 상표권은 여전히 강 본부장이 갖고 있다. 당시 바디프랜드 이사회는 등록 상표 13건, 출원상표 24건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6월26일 1차로 80억원, 12월2일 2차로 103억원을 지급했다. 당시 상표권 가치를 미래새한감정평가법인은 191억95000만원, 한국발명진흥회는 183억3600만원이라고 봤다.
최근 상표권 논란은 재계의 뜨거운 감자다. 쟁점은 이렇다. 오너 개인이나 친인척 명의로 만든 상표권을 오너가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상표권 가치는 오너 개인의 노력으로 생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상표권의 가치가 높아지는데 소유권을 오너가 갖고 있는 것도 모자라, 이를 타인에게 넘겨 이익을 얻는 것은 경영상 배임, 횡령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검찰이 프랜차이즈 기업 본죽과 원할머니보쌈 운영사인 본아이에프와 원앤원의 대표이사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혐의로 기소한 것이 참고 사례다. 검찰은 두 회사 대표가 상표권을 개인 명의로 등록하고 거액의 로열티를 받아 부당이익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개인회사에서 출발하다보니 사적 재산(개인)과 공적 재산(기업)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상표권 매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리사는 “사업초기 회사가 돈이 없어 창업주 소유의 땅에다 건물을 짓고 시작했는데 나중 회사가 커져서 땅을 무상으로 달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행법에서 개인의 소유권을 법인으로 넘길 때는 복수의 제3기관의 공증을 거쳐야 한다. 물론 바디프랜드는 이 절차를 모두 거쳤다.
사적·공적 재산 구분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문제는 진정성이다. 애초 ‘바디프랜드’라는 상표는 강 본부장이 2005년에 등록했다. 회사가 설립된 것은 2007년 3월이다. 흥미로운 점은 네오플럭스와 VIG파트너스가 회사를 인수하기 전 대표이사로 재직한 조 전 대표와 상표권 소유자 강 본부장이 장모, 사위 사이라는 점이다. 종합하면 조씨는 사위 강씨가 상표권을 갖고 있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의 마케팅 비용을 들여 사위의 자산가치를 높여줬다.
바디프랜드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대주주 VIG파트너의 안성욱 대표는 “투자절차의 하나로 인수 전 회사에 대한 실사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상표권의 일부가 강 본부장의 명의로 등록된 것을 파악했고 이에 따라 독립된 외부평가기관의 평가를 근거로 상표권을 회사가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회사경영의 불합리한 점을 파악하고 선 조치했다는 논리다. 안 대표는 그러면서 “조 대표와 강 본부장이 장모, 사위 사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이 모든 것은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이사회의 결정으로 해당 거래가 이뤄진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VIG파트너스와 네오플럭스로 구성된 펀드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모순점이 많다. 펀드가 회사를 인수한 시점은 2015년 8월26일이다. 회사에 대한 실사는 그해 연초부터 시작됐다. 바디프랜드와 같은 소비재 기업에서 상표권은 중요한 무형의 자산이다. 상표권을 회사로 귀속시키거나 감정가보다 낮춰 지급해야 배임, 횡령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사모펀드가 이런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다. 서울지식재산센터 소속 박진기 변리사는 “감정평가기관이 정확하게 평가했는지, 이사회에서 이에 대해 정확한 의사결정을 거쳤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 “개인의 이익과 법인의 이익을 구분되는 시점에서 대주주 관계자에게 거액의 상표권을 지급한 것은 배임, 횡령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상표권 판 뒤 또다시 해외에 상표권 등록?
네오플럭스 등 사모펀드가 해당 상표권의 가치를 평가할 시점은 바디프랜드가 막대한 홍보비용을 들여 브랜드가치를 높일 때다. 더군다나 강씨는 지금도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이 자체만으로 이사회가 객관적이면서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또 강씨는 2013년 미국 내 일렉트로닉 마사지 분야에 상표권을 등록했다. 물론 이 때는 네오플럭스, VIG파트너스 등 펀드가 바디프랜드를 실사하기 전이다. 그런데 강씨는 펀드가 회사를 인수한 뒤인 2017년 추가로 상표권을 등록했다. 만약 바디프랜드가 미국에 진출하면 회사는 또다시 강씨에게 상표권 사용료를 내야 한다.
펀드의 논리가 성립되려면 최소한 인수 후 강씨가 개인 명의로 해외 상표를 등록하는 것은 막아야 했다. 그래야 펀드가 제대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상표권과 관련해 안성욱 VIG파트너스 대표는 “해당 상표권은 로고와 상표가 분리돼 있는 형태로 향후 바디프랜드가 미국에서 사업을 할 때 사용할 계획이 없다”고 대답했다. 정작 네오플럭스는 시사저널의 질의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