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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모호한 규정과 허술한 제재…학종 불신 더 키워

일반적으로 해외 수학여행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 금지 사항으로 알려져 있지만, 암암리에 적는 경우가 많고 적발·징계도 전무한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드러났다. 모호한 규정과 허술한 제재가 대학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기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연합뉴스


 

학생부에 해외 경험 기재했다가 징계받은 경우 ‘全無’

 

시사저널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협조를 얻어 교육부 내부 자료를 조사한 결과 학생부 해외 경험 기재로 적발되거나 징계를 받은 건수는 지금껏 단 하나도 없었다. 교육부는 "학생부에 해외 경험을 적어낸 데 대한 징계 현황을 시·도 교육청별로 조사·수합했으나, 해당되는 곳이 한 곳도 없다는 회신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얼핏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아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교육부가 배포한 '학생부 기재 요령'을 살펴보면 해외 경험은 학생부에 기입할 수 없다. 단체 여행이든, 개인적으로 간 여행이든, 봉사활동이든 관계없이 못 쓴다. 해외 봉사활동 입력만 금지했던 기존 규정이 지난해 7월 개정됐다. 제도의 실효성은 미미했다. 암암리에 해외 경험을 학생부에 적는 사례가 많다고 교육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학생부 기재 요령은 '학교장이 승인한 경우에 한해' 외부 활동을 기재할 수 있다며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애매한 예외 사항을 틈타 알게 모르게 해외 경험을 적어내고 있다"며 "제도에 구멍이 많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역시 "일부 학교에서 자기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지침(학생부 기재 요령)을 교묘하게 이용하다 보니 기재 불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현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대책 마련 계획은 없었다. 결국 현행대로라면 학생부 기재 요령을 철저히 지키는 학교만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학부모들로 구성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8월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시 확대와 수능 상대평가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연합뉴스


 

모호한 규정, 교육당국 방관…지침 지키면 손해?

 

'솜방망이 처벌'을 넘어선 '방관'은 학생부 기재의 공정성을 더욱 의심받게 만든다. 보통 교육부 지침 위반 적발 시 고의성이나 과실 경중에 따라 학생부를 작성한 교사 혹은 학교 관리자가 징계를 받는다. 그러나 교육 일선에서 학생부 기재 요령을 지키지 않았다가 제재 당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각 대학에서 지원자들의 위반 사항을 걸러내기도 불가능하다. 교육부가 김해영 의원실에 제출한 다른 자료에 따르면 학생부 교내 수상 경력 작성 지침을 위반한 고교는 지난해 197개였다. 국회 국정감사를 맞아 자료가 공개됐는데, 위반에 대한 제재 사실은 전혀 없었다. 김 의원 측은 "해당 학교들은 지침을 위반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 시사저널 양선영 디자이너

  한편 시사저널은 지난 9월18일 단독보도를 통해 2016년 1월부터 2018년 8월까지 학생 1인당 경비가 100만원이 넘는 고액 해외여행(수학여행, 봉사활동 등 포함)을 다녀온 초·중·고교가 총 184개교(연도에 따른 중복 포함), 300건(한 학교에서 여러 팀으로 나눠 가는 경우 포함)이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전체 해외여행(965건)의 31%에서 100만원 이상 경비가 책정됐다.(☞ 기사 참조) 100만원 이상, 많게는 500만원 가까이 되는 학교 해외여행 경비를 향한 여론의 시선은 싸늘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았다. 또 고비용 해외여행은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 등 소위 '명문고'에서 주로 진행해왔다. 이 같은 해외여행 경험을 학생부에 기록했다면, 여타 학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다. 

 한 네티즌은 "개별 학교나 학생이 비싼 해외여행을 가는 건 자유지만 학생부에 학외 수상 경력처럼 절대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고, 기재했다면 대학에서 탈락시키면 된다"며 "가뜩이나 힘든 공부 하느라 지쳐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교육 현장이 정상적이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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