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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편의 위해 개편안 내놓았다는 네이버‧구글, 그래도 뉴스는 못 놓았다

 

지난 2009년 6월, 대한민국 정보의 바다를 호령하던 네이버가 모바일에서도 닻을 올렸다. 그해 모바일 네이버의 월 평균 이용자는 35만명. 9년이 지난 지금은 하루 평균 이용자가 3000만명이다. 그 사이 지탄을 받기도 했다. 언론사 뉴스의 편집권을 가져오면서 여론 조작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올 3월 터진 ‘드루킹 사건’은 그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우연이든 아니든, 네이버는 이후 5월 뉴스 서비스 개편안을 처음으로 내놓았다. “첫 화면에 뉴스를 띄우지 않고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도 뺀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리고 10월10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NAVER CONNECT 2019’ 행사를 통해 해당 내용을 구체화했다. 국내 여러 언론은 “구글처럼 검색기능만 남긴다”고 해석했다.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네이버 코넥트 2019' 행사에서 한성숙 대표가 새 모바일 페이지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네이버가 구글처럼 검색기능만 남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현재 스마트폰 인터넷창에 ‘google.com’을 쳐서 들어가면 검색창만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구글 앱을 통해 접속하면 검색창 밑에 뉴스가 뜬다. 첫 화면에 뉴스가 노출된다는 점에서 지금의 네이버와 다를 바 없다. 

 

이는 구글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앱 메인화면 개편안에 따른 조치다. 또 올 5월엔 구글 뉴스(Google News)에 AI 기술을 도입해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도리어 뉴스 쪽으로 기울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선 “구글이 오히려 네이버를 따라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네이버와 구글은 모두 개편의 목적으로 이용자 편의를 내세우고 있다. 김승언 네이버 디자인 총괄리더는 새 모바일 화면에 대해 10월10일 “검색에 대한 편의를 느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글은 개편안을 발표한 지난해 7월 성명을 통해 “여러분들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한눈에 알기 힘들었을 텐데, 이젠 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양쪽 다 완전히 탈바꿈한 건 아니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뒷문은 남겨둬서다. 기자가 10월11일 네이버 모바일 베타버전(시험판)을 신청해 사용해봤다. 첫 화면에는 검색창과 ‘그린닷’이란 AI 기능 사용버튼만 놓여 있었다. 하지만 뉴스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오른쪽으로 스크롤하니 구독 언론사의 뉴스와 AI 추천 뉴스(AiRS)가 떴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네이버 모바일 뉴스란과 흡사했다. 

 

구글 앱도 예전처럼 첫 화면에 검색창만 뜨게 할 수 있다. 설정에 들어가 ‘피드 표시’ 기능을 끄면 된다. 첫 화면의 구성 권한을 아예 이용자에게 맡긴 셈이다. 



뉴스 남기려는 네이버, 뉴스 품으려는 구글

 

이렇게 번복의 가능성을 깔아둔 이유는 뭘까. 모두 수익과 얽혀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올 4월 “1분기 매출이 1조 3091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광고 매출은 7258억원으로 절반이 넘는다. 이 돈이 모두 뉴스란의 광고에서 나온다고 단정할 순 없다. 단 네이버 등 포탈사이트의 콘텐츠 중 뉴스 이용 비율은 50.2%로 검색(55.2%)에 이어 2위였다. 지난해 말 한국광고주협회 조사 결과다. 뉴스 콘텐츠를 놓칠 수 없는 배경이다. 

 

한편 해외에선 지난해 7월 뉴스미디어연합(NMA)이 “구글‧페이스북의 온라인 광고와 뉴스 트래픽 독점으로 언론이 뉴스 편집권을 뺏겼다”며 들고 일어났다. 그 배경과 관련해 데이비드 채번 NMA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에 “기자들이 공들여 쓴 기사로 대기업이 돈을 벌고 다”고 비난했다. 

 

NMA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캐나다 언론사 2000곳이 모인 이익단체다. 이 단체는 뉴스 수익 배분을 강조하며 구글‧페이스북을 상대로 단체협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언론사의 단체협상은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면책조항까지 미국 의회에 요구한 상태다. 이를 두고 “구글이 언론사와의 잡음을 피하려고 뉴스를 숨길 수 있게 했다”는 지적이 있다. 

 


‘뉴스=돈’… 네이버와 구글 모두 포기 못해

 

결국 네이버와 구글 모두 ‘뉴스가 돈이 된다’는 인식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번 네이버 개편안을 두고 “검색서비스와 영상서비스를 각각 구글과 유튜브에 뺏기면서 수익 보전을 고민한 끝에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진순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거대 유통 창구인 구글은 비즈니스 콘텐츠로 뉴스를 끌어들였고, 네이버는 구글의 검색 능력을 타산지석 삼아 관련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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