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MB 정부 시절 댓글 공작, 조현오 구속영장 단독입수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한 뒤 10월5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 수감했다. 이로써 조 전 청장은 경찰서에 수감된 첫 경찰청장 출신 피의자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댓글 공작은 없었다”는 조 전 청장의 강경한 부인에도 특수단이 유죄 입증에 자신감을 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사저널은 경찰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조 전 청장과 경찰 고위간부들 앞으로 신청한 구속영장을 단독 입수했다. 영장에는 조 전 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가 조직을 동원해 댓글 공작을 모의했던 정황이 낱낱이 적혀 있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1월〜2012년 4월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며 천안함 폭침과 구제역, 한진중공업 파업 관련 희망버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당시 주요 현안에 대해 경찰관 1500여 명을 동원해 포털사이트와 트위터 등 온라인에서 조직적으로 댓글을 달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현오 ‘비공식적 대응’ 지시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구속영장에는 조 전 청장이 재직 당시 고위간부들에게 노골적으로 댓글 공작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난다. 일례로 조 전 청장은 2011년 10월4일 당시 곽아무개 뉴미디어홍보계장을 불러 ‘SNS를 이용한 홍보가 미흡하다’고 질책하면서 ‘국민들은 SNS를 통해 경찰 이슈를 접하므로 트위터, 위키트리를 포기하면 안 된다’ ‘공식적 입장만 올리려 하지 말고, 대략적인 진상만 파악하면 러프(rough)하게 올려라’ ‘현장에서 많이 올려야 한다. 현장 직원들이 너무 앞서 나가면 대변인이 나서서 톤다운시키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특수단은 당시 경찰관들이 댓글을 달 때 일반 시민으로 가장하기 위해 가명 또는 차명 계정을 사용하고, 해외 인터넷주소(IP)와 사설 인터넷망을 동원한 점도 사실상 조 전 청장의 지시라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2011년 11월22일 조 전 청장이 경찰청 대청마루에서 ‘온라인 커뮤니케이터’ 워크숍을 개최하고 ‘잘못된 여론에는 실시간으로 대응해 비난여론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며 ‘웬만하면 신분을 밝히는 것이 좋겠지만, 비공식적인 대응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고 지시·발언한 사실을 들었다.
“이달 내로 댓글수사 마무리”
특수단은 조 전 청장의 범죄사실이 충분히 소명됐다는 입장이다. 이미 부하 경찰들의 일관된 진술과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된 댓글·트윗글 등 전자 증거가 확보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 전 청장이 모든 죄를 일선 경찰들의 ‘개인적인 일탈’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거짓 변명이라는 게 특수단의 입장이다.
특수단은 조 전 청장이 저지른 범죄행위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수단은 이명박(MB) 정부 시절 조 전 청장의 댓글 공모에 대해 ‘국가기관이 마치 자연스러운 여론 형성인 것처럼 가장하여 인터넷·SNS상의 여론 형성에 개입한 것으로, 건전한 여론 형성을 통한 민의의 반영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훼손한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특수단은 영장 말미에 조 전 청장이 이 모든 사건을 매우 고의적이고 주도면밀하게 주도했다고 강조했다. 조 전 청장이 자신의 지휘권을 앞세운 여론 조작 지시가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 근거로 2011년 10월6일 부산청에서 열린 경찰청 합동연석회의에서 ‘진실보다는 국민의 인식’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사실이 있다는 것을 적시했다. 여론에 대한 조 전 청장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한편 조 전 청장과 함께 댓글 공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경찰청 전 보안국장 황아무개씨, 전 정보국장 김아무개씨, 전 정보심의관 정아무개씨와 현직 간부 민아무개 경정 등 전·현직 고위간부 역시 보강수사가 끝나는 대로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10월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나머지 관련자들도 보강수사를 거친 뒤 검찰에 넘길 것”이라며 “이번 달 내로 (댓글 공작) 수사를 마무리하겠다”고 예고했다.
조현오 ‘국감 증인 출석 거부’에 여야 날 선 공방전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거부했다. 조 전 청장은 10월8일 인재근 행정안전위원장에게 불출석 이유서를 제출했다. 조 전 청장은 불출석 이유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피의 사실로 구속됐는바, 이로 인하여 증언할 내용이 형사책임과 관련되는 등으로 인하여 출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 전 경찰청장이 출석을 거부하면서 정치권도 소란스러워졌다. 10월11일 열린 행안위 국감 시작 전부터 ‘조 전 청장이 불출석할 이유가 없다’는 여권과 ‘무리한 정치공세’라는 야권 정치인들 간의 날 선 공방전이 이어졌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출석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고 본다”면서 “답변을 들어야 할 내용들이 있고, 처벌이 우려되는 부분은 진술을 거부하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은 “참석하겠다고 했는데 그때는 구속되기 하루 전이었다”며 “전 경찰청장이 경찰에 구치된 첫 사례였던 데다 정치공세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에 불출석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해 왔다”고 각을 세웠다. 이어 “(조 전 청장) 본인은 치욕적이고 억울한 부분을 국감에서 진술하려 했는데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그렇다는 것”이라며 재차 조 전 청장의 입장을 옹호했다.
이에 대해 이재정 의원은 “구속 이전에도 수사 대상이었고 형사 절차를 밟을 위험은 그때도 있었던 만큼 증언거부권을 사용해야지 불출석 사유는 안 된다”며 “본인이 모욕감을 느끼고 정서적 반감이 든다고 해서 여야가 합의한 증인 출석을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 사후 절차를 고려해 달라”고 인재근 위원장에게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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