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현행법 규정 미비...불공정계약 만연
한국만화산업이 관련법 미비로 고속성장세가 꺾였다. 최근엔 이를 악용한 불법복제가 만연해 수천억 원의 피해까지 냈다. 이 와중에 웹툰 종주국 자리도 후발주자인 중국에 내줄 판이다. 반면 주축기관은 여전히 기초단체 출연 기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 틀을 벗기 위해 공공기관 전환을 추진 중이지만 국회 문턱이 높다. 이에 본지는 앞으로 3회로 나눠 한국만화산업의 위기와 해법, 전망을 차례로 조명한다. 싣는 순서는 ①고공비행 날개 꺾는 암초들 ②만화산업 공공 기관화 현주소는 ③한국만화 미래를 말하다 등이다. [편집자 주]
연 매출 1조 시대 개막…웹툰 생산력 日 추월
국내 만화시장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었다. 수출도 전년 대비 16% 늘어난 37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7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만화산업의 연 매출 추정치는 1조60억5800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수출도 전년보다 16% 오른 3768만3000달러였다. 증가율만 보면 게임(19.2%), 출판(17.9%) 분야와 맞먹는 규모다.
이런 가파른 성장세는 웹툰 부문에서 더 두드러진다. 웹툰통계분석기관인 웹툰가이드 분석결과 올해 8월20일 현재 국내 웹툰 작가 1818명이 네이버 웹툰 등 플랫폼에 모두 1594편의 작품을 연재 중이다. 보통 15편이 실리는 만화잡지 106종이 매주 나오는 셈이다. 이는 만화 대국 일본을 넘어서는 수치다. 지난해 일본은 주간, 월간, 계간, 연간 포함 총 173종을 냈다. 한국 웹툰의 가공할만한 생산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제도권 밖 무분별 심의, 규제
하지만 법적,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법 규제가 고속성장에 암초로 작용한다는 지적까지 있다. 그 내용도 법적 지위, 사회보험, 불공정계약 등 다양하다. 우선 웹툰은 세계시장을 선점하고도 현행법에선 천덕꾸러기 신세다. 관련법에 용어 정의조차 없는 제도권 밖의 장르란 얘기다.
불법복제 만연 중국에 추월 허용
이런 법적, 제도적 장치 미비는 경제적 피해와 직결된다. 불법복제와 불공정약관이 판치면서 수천억 원대 피해를 냈다. 앞서 부산경찰청은 5월23일 웹툰 불법유통사이트 밤토끼의 운영자 허아무개씨(43)를 구속했다. 또 서버 관리 등을 한 김아무개씨(42) 등 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6년 10월부터 자신의 사이트에 국내 웹툰 9만여 편을 불법으로 게시하고 도박사이트 배너 광고료 명목으로 9억50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업계가 추산한 불법복제 피해 규모도 2조원을 넘어선다. 이 여파로 경쟁국가 역전을 우려하는 소리도 크다. 백수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정책기획팀장은 “중국의 웹툰서비스업체인 콰이콴은 국내 플랫폼의 기다무(기다리면 무료) 마케팅 기법을 모델로 도입해 몇 년 새 굴지의 기업으로 훌쩍 성장했다”며 “국내 만화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법적, 제도적 장치의 조속한 보완이 이뤄지지 않으면 후발주자인 중국의 추월도 먼 얘기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