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 기한 4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총지급률 상향 조정
대표적인 금융공기업으로 꼽히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사장 이정환)가 고령자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 감액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임금피크제 취지와 달리 적용 기한을 되레 줄이기로 결정, 제 식구 챙기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월1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부산에 본사를 둔 주택금융공사는 지난해 말 정기 이사회에서 임금피크제 적용 기한을 현행 4년에서 3년으로 단계적으로 단축하는 한편 4년 환산 지급률을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주택금융공사는 향후 만 56세 이후 4년치 임금 지급률을 현행 190%(56세 70%, 57세 60%, 58세 30%, 59세 30%)를 225%로 올려 지급한다. 56세(70%)와 57세(60%) 해당자에 대한 임금 지급률은 동일하게 유지하되, 58~59세의 경우 30%에서 50%와 45%로 각각 늘린다는 것이다.
총 임금지급률 35% 상향 조정, 2022년부터 3년으로 단축
이처럼 총 임금지급률을 단계적으로 높여나간 뒤 2022년부터는 임금피크제 적용기한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키로 했다. 현재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는 28명으로, 대부분 1급 고위간부다. 앞으로 임금피크제 적용 기한이 1년 줄어들면 그만큼 연봉 100%를 그대로 받는 기한이 늘어난다.
신한·국민·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의 임금피크제 기한은 평균 5년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85개 공공기관의 평균 임금피크제 적용 기간은 이보다 훨씬 짧은 2.8년이다. 주택금융공사는 다른 공기업의 수준에 맞춘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반 공공기관보다 평균 연봉이 압도적으로 많은 금융공기업 가운데서도 상위 수준인 주택금융공사가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대 요구에 아랑곳 없이 슬그머니 임금피크제 적용 기한을 줄였다는 비난을 면키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다른 공공기관에 앞서 지난 2007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다른 기관에 비해 낮은 지급률이 적용됐다”며 “인건비 증액 없이 노조와 협의를 통해 기존 직원들의 양보를 얻어 임금피크제 대상자에 대한 지급률을 높여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정년이 변동되지 않는 한 임금피크 기간을 조정하더라도 신규 채용 인원은 변함이 없으며, 올해 신입직원 채용도 작년에 정부에 제출한 계획대로 차질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택금융공사의 직원 평균 연봉은 8450여 만원(2016년말 기준)으로, 35개 공기업 평균 7900만원보다 500여 만원 높은 수준이다. 또한 직원 수도 지난 2012년 473명에서 지난해 803명으로 무려 67%나 늘려 금융공기업 가운데 직원 증가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