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규모, 작년 비해 1조5000억이나 줄어…"서민층 수요보다 목표 달성 급급" 지적도
한국주택금융공사(사장 이정환)가 내년도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공급 예정 규모를 올해보다 더 낮추기로 했다. 올해 예정 규모 또한 2017년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진 액수라는 점에서, 정부의 가계부채 옥죄기와 집단대출 규제 강화 방침이 계속될 것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최근 정기 이사회를 열어 2019년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공급 규모를 34조9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올해 공급 예정 규모 35조2000억원보다 3000억원 감소한 액수다. 2017년도 36조4000억원에 비하면 1조50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주택금융공사의 여유자금은 크게 늘고 있다. 올해말 예상되는 여유자금운용 금액은 4조392억이지만, 내년에는 57%나 증가한 6조343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주택금융공사가 주택경기에 적절히 부응하는 탄력적 운용보다 정부 시책에 맞춘 목표달성에 연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의 여유자금은 보증사고 등 위기상황에 대비한 것으로, 여유자금을 과도하게 보유하기보다 서민과 실수요자를 위한 적극적 운용이 아쉽다는 비판이다.
보증규모 축소로 내년 여유자금 6조 돌파…가계대출 금리 인상 '여파'
주택금융공사는 서민 주택 매입을 돕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보증을 받은 고객이 이를 기반으로 은행에서 보다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해당 기금 조성과 운용 전반을 관리하는 반면, 이에 대한 예산집행 등 허가권은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다. 정부의 정책방향을 감안, 주택금융공사가 매년 신용보증기금 공급 예정규모를 전년도 5~6월에 정해 기재부로부터 최종 허가를 받는 구조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출범 직후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기존 70%에서 60%까지 낮추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60%에서 50%로 강화하는 방안을 담은 이른바 '6·19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가계부채 감축 목적으로 분양 아파트 중도금 등 집단대출 규제를 위한 DTI 규제도 새롭게 적용했다.
이같은 정부 시책에 따라 주택금융공사는 지난 2017년을 기점으로 연이어 신보기금 연간 공급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의 이러한 기금 축소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27일 발표한 '2018년 5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전월보다 0.06%포인트 오른 연 3.75%였다. 이는 2014년 9월(3.76%) 이후 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세부적으로 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49%,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4.56%였다.
주택금융공사는 내년에 정부의 집단대출 규제에도 올해보다 분양 아파트 중도금 보증 수요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조점호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5월18일 열린 이사회에서 "내년 신용보증 공급액은 올해보다 조금 줄어들었는데, 중도금 보증은 조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보증규모 감축은)전세자금 보증 공급요건을 강화해 보증공급 감소 요인이 더 큰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부산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의 특성은 현실 상황에 따른 유연함보다 원칙과 목표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이른바 '고슴도치 전략' 양상이 두드러진 점"이라며 "공기업의 한계를 이해하지만, 주택금융공사가 정부 시책에 맞춘 목표액에 급급하기보다 서민과 실수요자를 위한 적극적 자세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여유자금이 늘어나는 것은 기재부에 맡긴 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금의 회수와 함께 최근 금리상승으로 인한 단기 운용자금의 이자 증액 때문"이라며 "향후 기금운용계획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다소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