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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러스트 이공명

 

 

“야, 병식아 진실의 방으로~” 

 

누적 관객수 600만명을 돌파한 영화 ‘범죄도시’에서 마석도(마동석) 형사는 입을 열지 않는 범인을 ‘진실의 방’으로 데려갔습니다. 범인에게 오토바이 헬맷를 씌우고, 통나무 같은 팔뚝을 휘둘렀습니다. 일단 진실의 방에 들어간 범인은 ‘백이면 백’ 마 형사의 포스에 눌려 자백을 하게 됩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공공기관 채용비리 조사가 최근 시작됐습니다. 지난 5년간 입사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할 경우, 대상만 1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정부 조사와 별도로 검찰은 특혜 채용이나 인사청탁 의혹이 제기된 금융기관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이 첫 번째 타깃이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0월16일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150명을 공채하면서 약 10%인 16명을 금융감독원이나 국가정보원, 은행 주요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지인 등을 특혜 채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후 금감원은 자체 조사를 실시했고, 10월30일 우리은행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2일 전격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지 17일 만이었습니다. 특히 이 행장은 올해 1월 연임에 성공해 2019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있음에도 중도 퇴진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된 만큼 은행장을 포함한 고위층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사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NH농협금융지주와 한국수출입은행도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습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10월25일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한국수출입은행 간부의 자택 및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30일에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산업은행, 기업은행, 예탁결제원 등 7개 금융공공기관과 한국거래소, 증권금융 등 5개 금융 관련 유관단체의 채용 절차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을 관리하고 감독해야 할 금감원 역시 상태가 온전하지 못합니다.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비위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채용 과정에서 선발 인원과 평가방식 등을 자의적으로 조정해 16명의 당락을 뒤바꾼 것입니다. 이 때문에 김수일 전 부원장과 이병삼 전 부원장보 등 3명이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금감원이 과연 조사를 투명하게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 영화 ‘범죄도시’에 나온 마석도 형사를 불러 “진실의 방으로~”를 외칠 수 있다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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