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발전 차장급 여직원, 사택 근무 동료에 성추행 피해 신고…남 직원은 감봉 3개월
부산에 본사를 둔 공기업의 지방본부에 근무하는 중간 간부급 여직원이 성추행 피해를 신고했다가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상대 직원과 함께 처벌받는 결과를 빚는 촌극이 벌어졌다.
공공기관의 성희롱 사범에 대한 처벌 강화와 함께 사내 성 비리 신고가 활성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이번 해프닝은 최근 공기업 내부 분위기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남부발전 등에 따르면 남부발전 지역본부에 근무하는 중간 간부급 여직원은 지난 10월12일 밤 동료 남자직원의 전화를 받고 나갔다가 함께 술을 마신 뒤 차 안에서 추행을 당했다고 회사 감사실에 신고했다.
남부발전 "남성도 피해자 주장…음주운전에 중징계"
감사실은 지난 10월말부터 사흘 동안 감사를 벌인 결과 남자 직원이 술을 먹은 상태에서 여직원을 차에 태워 운전하며 2차례에 걸쳐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을 한 것으로 확인했다. 문제는 피해 신고를 낸 여직원의 태도였다.
감사실은 여성 감사관을 포함시켜 조사를 진행한 결과, 피해를 입었다고 문제를 제기한 여성이 신체 접촉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거부나 회피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상대를 포옹해주는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남부발전은 음주운전을 인정한 남자 직원에 대해서는 감봉 3개월 징계를, 여자 직원에 대해서도 음주운전을 방관했다는 이유로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와 관련, 남부발전 감사실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직원으로서 품위유지의 성실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사규에 따라 징계한 것”이라며 “해당 여직원에게는 상대방을 형사적으로 고소할 수 있다고 안내했으나, 회사 판단에만 따르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기업들이 사내 성 비리 사범과 관련, 관련자에 대해 연내 징계를 서두르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12월 들어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주택금융공사(사장 김재천)는 동료 여직원에게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한 직원을 이례적으로 퇴사조치에 해당하는 면직처분을 내렸다. 또 한국수력원자력은 2년여 동안 같은 팀 여직원을 대상으로 상습 스토킹을 일삼은 대리급 직원에 대해 정직 6개월이란 중징계를 내렸다.
지난 11월20일 여성가족부 등 정부 관계부처가 ‘공공기관 성희롱 방지 대책’을 통해 내년부터 경영평가에 성희롱 등 윤리 항목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