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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대 시유지 매매 뒤에 "시민은 없었다"
110억원 투입 도로 매입, 테러 방지 효과는 부정적
문제의 토지는 한국가스공사 통영기지 바다쪽과 예포마을 쪽 안정천을 낀 광도면 안정리 2055번지로 약 2km에 이르는 현황 도로다. 통영시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 통영기지는 지난 2005년 통영시 광도면 안정리 일대에 통영기지를 건설하면서 이 도로를 통영시에 무상귀속시켰다. 가스공사는 무상귀속 후 2005년 10월 통영시로부터 연간 725만원에 도로점용 허가를 얻은 다음 철 구조물을 설치하고 8년간 시민 통행을 막았다. 이후 도로 전체에 대해 점용 허가를 내주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언론과 시민들의 지적이 일자 가스공사는 2013년 6월 시설물을 철거했고 도로는 제 기능을 회복했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시설 보안 등을 이유로 통영시에 매입 의사를 표명했고 통영시가 이에 응하면서 2016년 12월 4일 다시 가스공사가 주인이 됐다. 매매금액은 111억 6400만원이다. 현재 이 도로는 공장용지로 지목이 변경됐으며 다시 철문으로 막혔다. 결국 가스공사는 자신들이 기부한 토지를 거액을 들여 다시 매입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가스공사측은 “기부 성격의 토지를 재매입 하는 문제의 위법성은 잘 모르겠지만 공사의 금전적 이익이 아닌 통영 기지의 보안 차원에서 매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혈세 110억원을 들여 도로를 막고 매입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논란은 여전하다. 가스공사는 현재 차단한 도로 한 편인 안정리 호암슈퍼 앞에 ‘길없음’ 이란 표지판 2개를 세워놓은 상태다. 도로는 이 표지판을 지나 1km이상 진입 후 바다를 마주하는 곳에서 철문을 만나 통행이 불가능해진다. 이 곳까지는 직원이나 가스공사 협력업체 소속으로 보이는 차량들이 자유롭게 출입하고 있다. 차단된 거리는 반대편 성동조선해양 쪽 방파제 입구까지 약 500m이다. 결국 2km 구간을 매입했지만 실제 차단된 길이는 500m정도인 셈이다. 가스공사는 차단 현장에‘이 지역은 국가 보안시설 가 급인 국가 기반시설로써 한국가스공사 소유의 도로이며 테러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도로를 폐쇄하니 주민여러분들께서는 적극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란 안내문을 달았다. 이에 인근 주민들은 “정말 테러 위협이 있는 국가 보안시설이라면 가스공사 주위 도로를 전부 막아야 하는데 바다 쪽만 막은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반응이다. 가스공사의 약속 미이행을 제보한 A씨는 특히 “도로의 일부만 막을 생각이었다면 차라리 이곳에 지하통로를 내거나 할 수 있었을텐데 1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도로를 통째로 매입하는 것은 ‘낭비’“라고 지적했다.통영시 14일 공고 기간 무시, 6일만에 도로폐기
기부한 땅을 100억대에 다시 사겠다고 하니 통영시는 큰 손(?)의 마음이 변할까 부랴부랴 매각 절차에 나섰다. 매각을 서두러다 보니 국계법 정도야 안중에도 없는 장면도 연출됐다. 통영시는 2015년 8월19일 도시계획위원회를 개최하고 하루 뒤인 20일 도시관리계획(도로) 결정(변경) 고시를 낸다. 이어 같은 달 25일 2055번지 도로를 공장용지로 지목을 변경했다. 관렵법에 따르면 도시계획 변경 등의 고시 기간은 14일이지만 통영시는 6일만에 도로를 용도폐기한 것이다. 시 도시과 관계자는 “8월 20일 공고에 앞서 8월3일과 4일자 지역 일간신문에 공고를 냈으므로 기간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행 국토계획법 시행령에는 ‘시 또는 군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고하고 시 · 군관리계획안을 14일 이상 일반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면 열람이 불가능한 1회성 신문 공고로는 규정된 공고 기간을 단축시킬수 없다는 말이다. 주민설명회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통영시는 용도가 변경되고 20여일이 지난 9월 15일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러다보니 시민들은 “변경후에 개최하는 것이 무슨 설명회냐? 끼어 맞추기 위한 주민보고회 아니냐”며 엉터리 행정의 표본이라고 분개하고 있다. 당시 주민설명회로부터 거의 2년 여가 경과된 현재 시점에 주민들이 다시 절차의 흠결을 따지는 데에는 두루뭉술한 가스공사의 대응에도 원인이 있다.2억원 지원 약속 “잘 모르겠다”는 가스공사
지난 20일 가스공사 통영기지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가스공사가 적극적으로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줄 것 같은 태도를 보여놓고 전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B씨는 “가스공사가 도로를 매입하면서 매년 2억여원 상당의 주민 지원을 약속했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B씨는 이어 “매매 시점부터 계산하면 벌써 8개월여가 지났는데 지금까지 대중 목욕탕 이용권 2500만원과 이장들이 스마트폰에서 마을 방송을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비 2500만원이 전부”라며 가스공사의 적극적인 약속이행을 요구했다. C씨 또한 “통영 기지 내 청소 업무나 용역 발주시 마을에 우선권을 주거나 주민 자녀들의 가스공사 취업 가산점 부여 등을 요구했을때 공사측이 주민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가스공사 관계자는 “매입 당시 어떠한 형태의 지원 약속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금액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주민들은 5000여만원에 도로를 잃었고 가스공사는 기부한 땅에 110억원을 투입했다.도로관리자가 자신들임에도 “도로에 잡초가 무성하고 사람들의 통행이 없어 사고예방을 위해 이를 폐지한다”며 서둘러 도로를 매각해버린 통영시가 유일한 승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