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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AI 빅스비에 담긴 삼성의 고민…장기적으로 구글 안드로이드와 결별 가능성도

3월29일에 등장할 갤럭시S8이 내놓을 특징적인 기능 중 하나는 아마 인공지능 비서가 아닐까 싶다. 삼성전자가 탑재할 ‘빅스비(Bixby)’에 관한 얘기다. 

 

애플에는 ‘시리(Siri)’가 있고 구글에는 ‘구글 어시스턴트’가 있다. 빅스비는 이것들과 무엇이 다를까. ‘The Next Web’이 소개한 삼성의 자료를 보면 빅스비는 다른 응용 프로그램과 함께 작동하는 게 가능하다. 그리고 사용자가 말한 걸(이전에는 또박또박 말해야 했지만) 불러오는 단순함을 넘어 문맥을 읽거나 잘못 말한 걸 바르게 인식하는 일도 가능하다. 잘못된 명령을 하더라도 고쳐 듣고 실행하는 식의 동작 말이다. 

 

갤럭시s8에서는 빅스비를 불러오는 전용 버튼이 있다. 언제든지 호출할 수 있는 이 인공지능 비서는 터치스크린 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작업을 지원하며 불완전한 음성 명령도 정확하게 해석하고 수행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게다가 빅스비는 현재 어플리케이션의 상태와 그것을 이용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 사용자의 작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어플리케이션이 빅스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말이다.

 

삼성 갤럭시 S8 예상이미지 © 에반블레스 트위터

애플 ‘시리’의 개발자들이 창조해 낸 삼성 ‘빅스비’

 

월스트리트저널은 빅스비를 두고 “삼성 S보이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S보이스는 매번 애플의 시리와 비교 당했는데, 그리 긍정적인 평가를 얻지 못한 게 사실이다. 어쩌면 시리와 비교해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괜히 인공지능이 새로 나온다고 해서 으레 나오는 뻔한 평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빅스비를 누가 창조했냐를 알게 된다면, 뻔하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다. 2016년 삼성의 행보를 보자. 삼성전자는 2016년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 기술회사를 인수했다. 비브랩스(VIV labs)라는 이름의 이 회사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개발하는 회사였다. 2012년 다그 키틀로스(Dag Kittlaus), 아담 체이어(Adam Cheyer), 크리스 브링험(Chris Brigham)이 창립했다. 이 회사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상당한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면 창립자들이 애플의 ‘시리’를 만든 오리지널 개발자였기 때문이다.

 

비브랩스는 ‘비브(Viv)’라는 데모 버전의 인공지능을 만들었는데 차세대 인공지능으로 불렸다. 비브의 성능은 애플의 시리와 비교해 확장성이 크고 더 강력한 버전이라고 평가받았다. 비브랩스는 삼성에 인수된 뒤에도 독립적으로 운영됐다. 그들은 삼성의 제품에 자신들이 만든 인공지능 플랫폼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런 점에서 데모버전인 비브를 기반으로 상품화가 완성된 게 갤럭시s8에 탑재되는 빅스비다. 

 

비브랩스의 작품인 비브의 특징은 크게 2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상호 연계하는 능력이다. 애플 시리의 경우 최근에 들어서야 파편화된 정보를 앱과 서비스끼리 주고받으며 사용자가 내린 명령으로 묶을 수 있게 됐다. 반면 비브는 이런 능력이 시리보다 훨씬 강하며 사람이 실제로 말하는 것(자연어)과 비슷한 회화 형식의 복잡한 쿼리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한다. 

 

두 번째 비브의 특징은 새로운 명령을 다룰 때 독자적인 코드를 자기 스스로 쓰려고 한다는 점이다. 스스로 구축하고 학습하는 소프트웨어인 셈이다. 이건 낯설지 않다. 인공지능에서 이런 개념이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알파고의 딥러닝 등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을 만들어 발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회사 중 하나가 바로 비브랩스다. 이런 ‘비브’의 능력은 비브 스스로가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과거에 하지 않은 작업도 진행하면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스스로 작성하는 걸 허용한다.

 

 

삼성의 모든 제품에 빅스비를 탑재한다면?

 

키틀로스는 애플을 떠날 때 이런 글을 썼다. ‘시리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Siri is only beginning)’ 앞으로 일어날 혁명기에 인공지능을 베이스로 하는 수많은 시스템이 탄생할 거라고 그는 예견했다. 그가 만든 비브랩스가 삼성에 인수됐던 때, 키틀로스는 IT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왜 삼성을 선택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삼성은 1년에 5억 대의 단말기를 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봤을 때, 그리고 비브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 이번 (인수) 선택이 이치에 맞는 결정이었다. 우리의 비전은 삼성의 사업과 일치한다. 우리의 핵심 기술을 널리 전하려고 한다면 지금이 최적의 시기고 삼성은 최적의 파트너였다.”

 

삼성은 유일하게 스마트폰 시장을 두고 애플과 경쟁하는 기업이다. 물론 이익 부분에서는 애플에 많이 밀리지만, 적어도 점유율에서는 유일하게 애플에 도전하고 엎치락뒤치락 해왔다. 그런 삼성이 최근 배터리 폭발로 단종된 갤럭시노트7 탓에 겪은 어려움은 사실 극복 가능하며 단기적인 이슈에 불과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삼성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삼성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와 생태계다. 애플이 IOS라는 그들만의 운영체제를 갖고 소프트웨어와 생태계를 창출했듯 삼성도 그걸 만들어야 한다. 갤럭시 시리즈에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구글의 업데이트를 기다리는 것과 이별해야 할 시기를 삼성은 저울질해야 했다. 삼성이 만든 하드웨어에 삼성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고민을 더 미룰 수 없는 시점이 다가온 셈이다. 

 

‘테크크런치’는 “비브랩스를 인수하면서 삼성은 시리와 구글 어시스턴트와 경쟁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비브랩스를 인수한 건 일차적으로 모바일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확장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빅스비를 위한 시험대가 될 갤럭시s8

 

일단 아마존의 에코와 구글홈, 애플의 스마트홈허브가 ‘집’이라는 공간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시장에 삼성도 빅스비를 통해 진입할 수 있다. 삼성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전자제품과의 융합에서 찾을 수 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인 알렉사가 가정에서 쓰이는 전자제품으로 스며들기 위해 다른 기업과 제휴를 맺는 수고를 삼성을 덜 수 있다. 삼성은 가전을 엄청나게 생산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삼성이 만드는 스마트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이 빅스비로 통합해 조절할 수 있는 광경은 아마 삼성이 꿈꾸는 그림일 거다. 인공지능을 통해 스마트폰과 가정 내 IoT를 통합해 컨트롤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다만 여태까지 비브가 상품과 결합해 정식 출시된 적이 없었다는 게 유일한 우려였다. 실현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한 첫 시도로 등장한 게 바로 갤럭시s8에 설치된 빅스비다. 그런 점에서 갤럭시s8은 단순히 갤럭시노트7의 실패를 극복하는 모델이라기보다 삼성의 장기적 생존 전략을 위한 시험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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