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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과 불안정성...우버의 자율주행차 벽에 부딪히다

우버는 자율주행차 기술에서 가장 앞선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9월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시험 영업을 시작하면서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대기업과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보다 한 발 앞서 나갔다. 물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기술자 2명이 탑승했지만, 운전자가 한 명도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 실현을 향한 진일보한 시도였다.

 

그런데 이런 자율주행차 실현의 길에 커다란 장벽이 생겼다. 우버의 원대한 꿈에 문제 제기한 쪽은 구글이다. 구글과 우버는 현재 법정 싸움에 들어갔고 자율주행차 기술은 다툼의 영역으로 접어들었다. 구글 측은 우버에서 자율주행 기술의 개발을 책임지는 앤소니 레반도프스키가 이전 직장인 웨이모(구글을 모회사로 둔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기술회사)에서 사업 기밀을 무단으로 반출했다는 이유로 2월23일 우버 및 오토(Otto, 우버가 인수한 자율주행 스타트업)를 고소했다.

 

2016년 9월12일, 피츠버그에서 시연을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우버의 자율주행차들. ⓒ AP연합

레반도프스키를 비롯한 몇몇은 2016년 1월 구글을 퇴사한 뒤 오토라는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그리고 같은 해 8월, 우버는 이 회사를 6억8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레반도프스키가 우버 쪽에 몸을 담게 된 것도 이 매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구글은 제출한 고소장을 통해 매각 대금 6억8000만 달러 중 5억 달러 이상이 구글의 정보로 받게 된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구글에서 일하던 시절 레반도프스키는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된 1만4000개의 파일을 다운로드했다. 구글의 자회사인 웨이모는 “LiDAR(주율주행자 주변의 물체를 감지하는데 사용되는 레이저 기술)과 관련한 영업 비밀을 훔쳤다”고 기술하고 있다.

 

레반도프스키는 과거 여러 언론에서 구글의 자율주행차 개발의 중심축으로 등장했던 인물이다. 그런 면에서 그가 구글을 떠나 우버로 옮긴 건 마치 레알 마드리드의 핵심 선수가 FC바르셀로나로 이적한 것과 같은 느낌이라 할 수 있다. 일단 소송이 제기되자 우버 측에서 나온 반응은 ‘사실무근’이었다. 하지만 외신들을 종합해보면 구글 측이 제기한 내용들을 검토해볼 때 레반도프스키의 정보 반출이 꽤 계획적이라고 판단할 여지가 있다는 설도 나온다. 어쨌든 구글과 우버의 변호사는 이 건에 대해 현재 격렬하게 다투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렇게 법정 비화로 번진 자율주행차의 미래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증거가 우버에서 또 나왔다.

 

 

주행거리는 늘어도 승객 체험 데이터는 떨어져

 

IT전문 매체인 ‘리코드’는 3월18일 우버의 사내 문건을 입수해 그 내용을 보도했다. 이 문건은 사람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에 관해 우버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리코드’의 기사가 주목하고 있는 건 따로 있다. 현재 우버가 운영하고 있는 자율주행차의 월별 데이터를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되고 있다 말할 수 없는 상태다. 오히려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을 실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우버 자율주행차의 주행 거리는 펜실베니아,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 미국의 3개 주에서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행거리만 늘어날 뿐 승객의 체험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좀처럼 안정된 평가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우버는 승차감과 관련해 몇 가지 데이터를 세부지표에 따라 측정했다. 그 중 ‘miles per intervention’(인간이 개입할 때까지의 거리)라는 데이터를 보자. 이건 어떤 이유로든 자동차 스스로가 아닌, 사람이 결국 운전대를 잡을 때까지의 자율주행차가 주행한 거리를 말한다. 그런데 그 결과가 우버 입장에서는 엄청난 고민이 될 수 있겠다. 올해 1월 데이터를 보면 우버의 자율주행차는 사람이 운전대를 잡기 까지 단지 0.9마일(1.5km 미만)만 주행할 수 있었다. 2월에는 1마일 (1.6km)로 아주 조금 늘어난 거리를 달릴 수 있었지만 그 후에는 다시 0.71마일(1.1km)로 주행 거리가 급감했다. 리코드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3월 첫 주에 우버의 자율주행차는 총 2만300마일(약 3만2700㎞)을 주행했는데 약 5100번이나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급제동 혹은 운전의 어색함을 체크하는 ‘승차감 행동 데이터’ 역시 비슷한 모양새다. 1월 중순 승차감 행동의 이상 없이 자율주행차가 갈 수 있었던 거리는 4.5마일(7.2km)이었지만 2월에는 2마일(3.2km)로  감소했고 3월 첫째 주에 들어서도 데이터에 변화는 없었다. 물론 리코드가 입수한 우버의 문건은 완벽한 자율주행차를 대상으로 한 게 아니다. 우버의 자율주행차는 지금도 주변 상황을 학습하면서 주행하고 있는, ‘성장통’을 겪고 있는 물건이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주요 기업들 간 법적 분쟁에 자율주행 기술이 걸렸고, 여기에 부정적인 내부 문건들마저 등장했다. 우버가 그리는 자율주행차의 미래가 화려한 장밋빛이 아닌 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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