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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들썩이게 만든 《도깨비》 열풍, 한한령이 없었다면 얼마나 벌었을까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부인하지만, 중국에서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은 실감할 수 있을 정도다. 최근 국내에서 신드롬을 만든 tvN 드라마 《도깨비》는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열풍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열풍에 따른 수익은 얻지 못했다. 만일 한한령이 아니었다면 그 경제효과는 어느 정도에 이르렀을까.

 

 

《도깨비》, 중국서 해적판 유통되며 열풍

 

지난 1월25일 기준으로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에서 《도깨비》의 누적 조회 수는 32억6000만 건에 달했다. 웨이보에 공개된 후 줄곧 전체 조회 수 1위를 기록했고, 연말에 중국인들은 중국에서 열리는 각종 시상식 영상보다  SNS를 통해 《도깨비》를 더 많이 시청했다.

 

중국의 한한령으로 인해 공식적인 채널로 드라마가 방영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깨비》는 해적판 형태로 유통되며 《태양의 후예》 그 이상의 열풍을 만들어가고 있다. “《도깨비》의 모든 장면이 가슴 뛰게 아름답다”며 SNS에 대놓고 애정을 밝힌 중화권 톱스타 서기나, 자신의 웨이보에 선선히 팬임을 인증하는 글과 사진을 올린 대만의 청춘스타 《나의 소녀시대》의 송운화 같은 스타들의 반응은, 중국인들의 《도깨비》 열풍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실제로 현재 중국에서는 자신의 몸에 검을 합성하는 이른바 ‘도깨비 놀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을 정도다.

 

© tvN·시사저널 미술팀

《도깨비》 열풍에 따라 이 드라마에 출연한 공유와 김고은에 대한 관심도 폭발했다. 공유는 중국 문화전문 커뮤니티 사이트 도우반에서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을 제치고 2016년 가장 주목받은 남자 배우 1위로 선정되었고, 최근 중국의 한 매체는 신한류 4대 천왕에 유아인·송중기·박보검과 함께 공유를 포함시켰다. 또한 베이징의 유력 일간지 신징바오는 《도깨비》의 여주인공 김고은 관련 기사를 한 면에 걸쳐 게재하며, 그녀가 10년간 베이징에 거주했다는 내용과 그녀의 역대 출연 작품들을 소개했다고 한다. 제아무리 한한령이라 해도 《도깨비》 열풍이 중국 내에서 불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도깨비》는 회당 9억원 이상 들어가 16부작 총 제작비가 무려 150여억원에 달한다. 《태양의 후예》의 경우 이러한 제작비의 상당 부분이 중국의 동영상 사이트 회당 방영권으로 충당되었지만, 《도깨비》는 한한령으로 인해 그렇지 못했다. 당시 《태양의 후예》가 중국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로부터 회당 받았던 금액이 25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억원이었다. 사실 당시로서는 이것도 적은 액수처럼 여겨졌다. 회당 3억원을 투자한 아이치이는 이를 드라마와 연계된 상품의 홈쇼핑 사업을 통해 수백억원의 수익을 거둬갔기 때문이다. 《도깨비》가 《태양의 후예》 김은숙 작가의 후속작이라는 기대감만으로도 훨씬 많은 회당 방영권을 얻어낼 수 있었으리라는 건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적게 잡아 5억원 정도만 받았다 해도 80억원.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쉽게 해결했을 거라는 점이다.

 

만일 한한령이 없어, 보다 공격적으로 중국 기업이 광고에 뛰어들었다면 수익은 훨씬 많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도깨비》가 방영된 tvN은 《태양의 후예》가 방영된 KBS와는 방송사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 훨씬 상업적인 방송이 가능하고 실제로 중간광고나 메인 스폰서가 붙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우리네 광고 수는 방송분량에 따라 그 횟수가 산술적으로 정해져 있지만, 단가는 더 올라갈 수도 있다. 실제로 《태양의 후예》의 15초 광고단가가 1320만원이었던 데 반해, 《도깨비》의 광고단가는 1380만원이었다. 그리고 작년 하반기 CJ E&M의 광고단가는 전년 대비 20%에서 30%가량 상승했는데, 그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콘텐츠가 다름 아닌 《도깨비》였다. 만일 한한령이 없어서 중국 기업이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거나 간접광고를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됐다면 어땠을까. 현재 《도깨비》의 광고수익은 중간광고를 포함한 직접광고가 60억원, 각종 상품의 간접광고가 7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이를 훨씬 상회하는 광고수익을 가져갈 수 있지 않았을까.

 

 

《도깨비》 경제적 파급효과, 《태양의 후예》 넘었을 것

 

OST 시장 역시 한한령이 없었다면 그 수익이 훨씬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깨비》 OST는 중국에서 정식으로 방영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최대 온라인 음원 플랫폼들 대부분에서 1위를 기록하며 차트를 휩쓸다시피 했다. 1월26일 기준으로 도깨비 OST 전곡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큐큐뮤직·쿠워·쿠고우를 통합해 150만 회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니 정식으로 방영됐다면 그 파급효과는 훨씬 더 컸을 거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출연 배우들에 대해 이어졌을 중국 각종 프로그램들의 러브콜과 팬 미팅, 그리고 광고 출연으로 얻는 수익이다.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 열풍을 만들었던 김수현의 경우, 광고 수익만 900억원이 넘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물론 이 수치도 액면으로 보이는 것만 그렇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팬 미팅이나 중국 방송 프로그램 출연료를 합치면 수익은 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태양의 후예》 송중기의 경우는 팬 미팅 수익이나 광고단가가 일찌감치 김수현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중국 내 매체에서 공표된 바 있다. 물론 한한령이 고개를 들면서 실제 김수현만큼의 수익을 얻어가지는 못했다는 후문이다. 《도깨비》의 공유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사실상 두 사람을 뛰어넘고 있다. 그러니 한한령이 아니라면 어땠을까.

 

물론 이런 개별적 수익 이외에 드라마 한 편이 만들어내는 관광수입이나 국가 이미지 제고 등등 보이지 않는 경제효과는 더 크다. 《태양의 후예》의 경우, 그 경제효과가 1조원을 넘는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도깨비》의 경우, 도깨비라는 우리네 민속학적 가치를 갖는 캐릭터가 만들어낼 경제 파급효과는 훨씬 더 컸을 가능성이 높다. 도깨비가 국가 브랜드 이미지로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캐릭터가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한한령이 아니었다면…’ 물론 이런 가정은 그저 추정이고 예상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추정이 쉽게 예상케 하는 결과는 한류의 경제적 차원을 넘어서 문화적 영향력의 차원에서도 더 큰 아쉬움을 남긴다. 현재는 《사임당, 빛의 일기》의 경우처럼 거꾸로 한한령으로 인해 중국을 겨냥한 드라마를 만들어놓고도 제 시기에 방영되지 못해 콘텐츠가 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차원이 아니라 수익을 깎아먹는 역효과까지 생각한다면 한한령이 만들어낸 손실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치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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