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9년 무명 설움 털고 ‘한류 스타’ 비상한 가수 황치열
‘대륙이 사랑한 한류(韓流) 스타’. 이 거창한 타이틀에 어울리는 이를 만났다. 지난 9년간의 무명생활을 털고 ‘한류 스타’로 훌쩍 날아오른 가수 황치열(35)이다. 지난해 2월 음악경연 프로그램인 중국판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한국인 가수로서 첫 1위를 차지하면서 ‘대륙 스타’로 발돋움한 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2016년 아시아에서 가장 ‘핫’한 연예인이었던 만큼 그는 바빴다. 1월 초 황씨의 기획사 HOW엔터테인먼트에 연락을 했을 때 따로 시간을 내서 인터뷰를 하기 어렵다는 회신을 받아야 했다. 중국과 동남아, 한국을 넘나드는 스케줄 때문이었다. 신년 들어선 한 예능프로그램에 고정MC로 채택되면서 더욱 바빠졌다.“중국에서 외출이 자유롭지가 않다.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셔서 식당을 가거나 쇼핑을 할 수가 없는 수준이다. 거의 호텔에 머무는데 그 시간조차 감사하다. 아무도 모르던 나를 이렇게 사랑해주시다니…. 무대가 간절했을 때의 나를 생각하며 늘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중국 음악경영 프로서 1위하며 ‘대륙 스타’ 떠올라
그의 데뷔는 2007년. 올해로 꼭 10년이 됐다. 그 해 2월 첫 디지털 싱글 앨범 《치열(致列)》을 발표하고, ‘한번만’을 타이틀곡으로 본격적인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데뷔 이후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다. 이렇다 할 방송활동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9년의 시간이 흘렀다. 누구라도 지쳐 꿈을 포기할 법한 오랜 시간. 하지만 그는 ‘가수’라는 꿈을 놓지 않았다. 어떻게든 그 꿈의 언저리에 머물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돌 연습생이나 음대 입시생의 가창을 가르치는 보컬트레이너로 일하며 꾸준히 노래해왔다. 때문에 가요계엔 그를 ‘선생님’이라 부르는 아이돌 ‘제자’들이 많다. 한류를 대표하는 7인조 보이그룹 인피니트, 8인조 걸그룹 러블리즈 등의 멤버가 그에게서 보컬 트레이닝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KBS2TV 《불후의명곡(이하 불후)》의 MC와 해외 팬미팅 투어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어떤 상황이든 주어진 환경에 맞춰 살아가고 있다. 이런 근성 역시 오랜 무명시절이 준 선물인 것 같다.”
“데뷔할 때만 해도 당장 유명가수가 될 줄 알았다.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 하는 음악에 관련된 일을 놓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보컬 트레이너로 만족하며 지냈다. 그러다 우연히 음악전문채널의 《너의 목소리가 보여(이하 너목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됐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선생님’이라 부르는 아이돌 ‘제자’들 많아
《너목보》 출연을 계기로 KBS2TV 《불후》에도 나오게 됐다. 그리고 중국에서 반응이 왔다. 《불후》 방송 영상을 본 중국 방송사 관계자가 중국판 《나가수》 오디션을 보자고 연락이 온 것이다. 황씨는 “오디션을 겸해 중국 쪽 관계자들을 만날 때만 하더라도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며 “첫 방송을 위해 처음으로 중국에 갔을 때 좀 긴장되고 설레기도 했지만, 기분 좋은 걱정이 많았던 거 같다”고 전했다. 다소 갑작스럽게 결정된 중국행이었다. 당시 황씨는 중국 활동 경력은커녕 중국어도 할 줄 모르는 상태였다. 하지만 특유의 근면하고 성실함이 여기서도 빛을 발했다. 중국어로 바꾼 노랫말을 통째로 암기해 무대 위에서 소화해냈다. 그리고 중국 프로그램에서 한국가수로는 처음으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그의 중국판 《나가수》 1위 소식은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치솟는 인기만큼 그의 몸값도 치솟았다. 지난해 황씨는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중국에선 한국의 100배를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행사 출연료는 1억원대를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는 나가수 방송 출연을 통해 인기를 많이 얻었다. 하지만 그 때는 매주 치러야 하는 경연 무대 준비 등으로 다른 활동을 전혀 하지 못했다. 나가수 가왕전 때 팬들이 숙소 앞까지 와서 열띤 응원을 해줬다. 드론을 띄워주고 패러글라이딩까지 동원해 ‘황치열’이란 이름이 하늘에 펄럭이게 했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내가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많은 분들이 저한테 돈을 엄청 벌었을 것 같다고 하는데…. 사실 그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또래의 친구들에 비하면 짧은 시간에 큰 돈을 번 것 같다.”
한한령도 못 막은 ‘황치열 신드롬’
시련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고 했던가. 오랜 무명 생활의 설움을 겪고 ‘스타’가 된 그는 모든 것에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유명하다’는 우스갯소리도 기분 좋게 웃어넘기는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위기는 언제고 찾아온다. 지난해 그는 한 중국 예능프로그램에서 모자이크 처리된 상태로 방송에 나오며 ‘사드 보복’의 대상이 된 것 아니냐는 항간의 우려를 낳기도 했다. 중국 현지 팬들이 방송화면 캡처본을 웨이보에 올린 것을 보도한 홍콩 펑황TV 등에 따르면 중국 저장(云南)성 위성 TV의 예능프로그램 ‘도전자연맹’에 출연한 황치열의 장면은 대부분 제거됐다. 어쩔 수 없이 화면에 잡혀도 과감히 모자이크 처리가 됐다. 출연자 명단에서는 아예 빠졌다. 중국 언론은 이를 두고 한국의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한령(限韓令)’의 일환으로 분석했다. 중국 내 한한령에 대해선 구체적 근거가 확인된 바는 없지만 언론과 SNS 등을 통해 꾸준히 정황 증거들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올해 중국의 설날인 ‘춘제’를 축하하는 대형 특집 쇼에 한국 스타가 초대받지 않은 것 역시 이러한 정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이 쇼엔 9명의 한국 연예인이 출연했지만 올해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황치열 역시 대중평론가 및 방송관계자들이 뽑은 ‘2016년을 빛낸 최고의 한류스타’로서 이 프로그램 참석이 당연시됐었지만 출연은 없었다. 황씨가 최근 국내로 활동 영역을 돌리는 배경을 두고 ‘한한령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그간 중국 활동에 주력해왔던 그는 최근 《불후》의 고정 MC 등을 맡으며 한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황씨는 이 문제에 대해선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다. 황씨의 기획사 관계자 역시 “워낙 민감한 문제고, 딱 드러난 정황은 없기 때문에 답변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씨는 그저 “언어는 다르지만 중국과 한국 등 여러 나라의 팬들이 나를 통해 서로 의견도 교환하고 같이 응원해 주는 것이 너무 고마울 따름”이라며 “나를 통해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아 뿌듯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어쨌든 가수 황치열의 중국 내 영향력은 여전한 분위기다. 지난달 30일 그가 걸그룹 마마무의 솔라와 듀엣으로 발표한 ‘꿀이 떨어져’는 중국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 쿠워뮤직에서 정식 공개 3시간 만에 2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동남아시아에서의 인기도 뜨겁다. 1월21일(현지시간) 황씨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겐팅 하이랜드 아레나스타에서 대규모 팬미팅을 했다. 이 팬미팅엔 현지 팬들을 포함해 중국, 홍콩, 싱가폴, 일본 등 아시아 팬들 5500여명이 대거 참석했다고 소속사는 전했다.듀엣곡 ‘꿀이 떨어져’ 3시간 만에 20만 다운로드 돌파
어찌 보면 그는 ‘노래’ 자체로 주목을 받지 않았다. ‘무대’로 먼저 세간의 주목을 받은 무대형 가수다. 인지도에 비해 ‘대표곡 없는 스타’로 꼽히기도 한다. 대표곡이 없다는 건 가수로서 치명적인 약점이자 아픈 구석이다.이 때문일까. 인터뷰 말미에 황씨는 “지금 한창 앨범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나만의 노래를 갖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응원해주십시오.”“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이 든다. 물론 나만의 히트곡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내 생각은 음악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나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서 불렀던 기존의 명곡 역시 내 노래이고 내 무대라 생각한다. 나 자신보다 주변이나 회사에서 히트곡에 대한 걱정과 부담이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