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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조현준 회장 출범 평가 일단 긍정적…배임·횡령, 비자금 조성, 조세포탈 의혹 여전

1월16일 조현준 회장이 공식 취임하면서 효성그룹이 3세 경영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조 회장 취임은 조부 고(故) 조홍제 창업주, 부친 조석래 전 회장으로 이어지는 ‘장자 승계 전통’을 이었다는 점에서 1차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승계 시점이다.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효성그룹은 조 전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을 그룹 회장에, 3남 조현상 부사장을 사장에 올렸다. 조 회장의 승진은 2007년 1월 사장 승진 이후 10년 만이며, 조 사장은 2012년 1월 부사장 승진 후 5년 만이다. 다만 대표이사직은 당분간 조 전 회장이 계속 맡는다. 올해는 효성그룹이 세워진 지 정확히 반세기를 넘기는 시점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조 전 회장 중심의 2세 체제를 ‘창립 50주년’인 지난해로 마무리 짓고, 3세 경영 체제로 돌입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한다. 조홍제 창업주가 효성을 삼성가(家)와 계열분리한 후 그룹의 기틀을 마련했다면, 조석래 전 회장은 효성을 국내 대표 화학 소재 기업으로 키워냈다. 그런 면에서 조 전 회장은 ‘창업주’에 버금가는 성과를 이룬 ‘2세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삼성과의 동업 관계를 청산한 조 창업주가 독자 경영을 시작한 것은 1966년 동양나일론(現 ㈜효성)을 세우면서부터다. 화학 소재에서 성장 동력을 찾겠다고 생각한 그는 일본 와세다대 이공학부를 나와 1966년 미국 일리노이공대에서 석사학위(화학공학)를 받은 아들 조 전 회장을 그해 바로 동양나일론으로 불러들였다. 
조현준 회장이 1월16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본사 강당에서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 효성 제공

조석래 전 회장, 화학 소재로 그룹 성장시켜

 전공을 살려 조 전 회장은 화학을 기반으로 삼으면서 동시에 섬유·무역·중공업 등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켰다. 현재 효성그룹은 섬유·산업자재·중공업·화학·무역·건설·IT 등 7개로 업종이 나눠져 있다. 그리고 지난해 말 회장 자리를 장남에게 물려줌으로써 효성에 입사한 지 딱 50년 만에 경영에서 물러났다. 화학·섬유 소재에 있어서 효성그룹은 세계 선두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중에서도 기능성 섬유 스판덱스는 세계 시장점유율 35%로 1위다. 조현준 회장이 2012년 스포츠웨어 브랜드 언더아머(Under Armour)를 국내로 들여온 것도 기능성 소재의 판로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하반기 한국지사를 설립하기 전까지 언더아머는 계열사인 갤럭시아코퍼레이션에서 수입총판을 책임졌다. 안전성과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타이어에 넣는 섬유보강재 타이어코드 역시 시장점유율이 45%에 육박한다. 이 밖에 자동차 에어백용 원단, 자동차 시트벨트용 원사도 세계 시장점유율 1위 품목이다. 조 회장은 임직원들과 만나는 자리마다 “앞으로도 근간은 제조업”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소재 분야에 특화돼 있다. 이를 근거로 볼 때 3세 경영 시대에도 효성의 사업 포트폴리오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취임사에서 조 회장은 “100년 효성으로 가기 위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히면서 경청의 문화와 기술 경쟁력,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했다. 일단 조 회장 체제 출범에 대한 재계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지주회사 격인 효성은 2월2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1조163억원을 기록, 창사 이래 처음 ‘1조 클럽’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2015년 효성의 연간 영업이익은 9502억원이었다. 윤재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스판덱스의 경우 올해 터키·중국, 타이어코드는 베트남 공장 증설에 따른 물량 증가 효과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실적 개선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계에서는 지난 2~3년간 건강상의 이유로 조 전 회장이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에서 거둔 실적이라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올해로 83세인 조 전 회장은 2010년부터 담낭암과 전립선암, 부정맥 등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7년째 투병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때문에 그룹 경영은 계열사 전문경영인들과 장남인 조 회장이 함께 챙겨왔다. 
ⓒ 시사저널 미술팀

조현준 회장 친정체제 ‘갤럭시아그룹’ 주목

 이런 가운데 2007년부터 조 회장이 직접 챙겨온 섬유부문이 현재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40%를 차지할 만큼 독보적으로 성장한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여기에 2011년부터 3년간 저가 수주와 원가 상승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던 중공업부문 역시 2015년 턴어라운드(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적자를 기록했던 3년간 중공업부문은 바로 아래 동생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경영을 책임지던 시기였다. 경영권을 놓고 형제간 갈등을 빚던 조 전 부사장이 물러난 뒤 이룬 실적 개선이어서 그룹 내 평가도 현재로선 긍정적이다. 효성이 화학 중심의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총수의 관심사와 무관하지 않다. 재계에서 조석래 전 회장은 전문가 이상의 식견을 가진 CEO(최고경영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자신의 전공인 화학 분야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반면 아들 조현준 회장은 ‘선이 굵은 스타일’이라는 평가다. 서울 보성중학교를 나온 조 회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1987년 유명 사립학교 세인트폴스를 졸업했다.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등 타 재벌가 3세들이 세인트폴스 동문이다. 예일대와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에서는 정치학을 전공했다. 1997년 효성T&C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일본 미쓰비시상사와 모건스탠리에서 일했다. 세인트폴스 재학 당시 조 회장은 동양인 최초로 학교 야구팀 주장을 맡았다. 그래서인지 조 회장은 야구·아이스하키·스쿼시·테니스·축구·배구 등 구기 종목을 모두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PG(Performance Group)·PU(Performance Unit)로 조직을 개편한 것이나, 이듬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맞아 효성T&C·효성생활산업·효성중공업·효성물산 등 주력 4개사를 1개사로 통합한 것도 조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 최초로 전 사원 연봉제를 도입한 것, 직무 분류에 따른 인사평가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조 회장의 주도로 진행됐다. 부친인 조 전 회장이 ‘화학’을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면, 조 회장은 ‘IT’에서 효성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그룹 내 별도 소그룹으로 있는 갤럭시아그룹은 사실상 조 회장의 친정체제다. 현재 효성 내 갤럭시아그룹으로 분류되는 회사는 효성ITX·갤럭시아컴즈·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갤럭시아마이크로페이먼트·갤럭시아에스엠 등 15개사다. 이 중 효성ITX와 갤럭시아에스엠이 코스피, 갤럭시아컴즈가 코스닥에 상장돼 있을 뿐 나머지는 비상장기업이다. 그래서일까. 외형은 크지 않다. 가장 최근 데이터인 CEO스코어 자료를 보면, 2015년 3분기 갤럭시아그룹의 전체 자산은 3432억원에 불과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신사업 진출이라기보다는 기존 섬유·화학과의 시너지를 만드는 쪽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변압기·전력차단기를 생산하는 중공업부문과의 협력을 통해서는 스마트그리드, 섬유부문과는 신소재 개발에 함께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2015년까지 실적 부진을 겪던 갤럭시아그룹은 지난해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적인 예로 전자결제 서비스 기업인 갤럭시아컴즈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532억원, 영업이익은 48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추신수·박인비·손연재 등 유명 스포츠 스타의 스포츠매니지먼트를 책임진 갤럭시아에스엠도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하지만 실적 개선 자체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자체 경쟁력 강화보다는 그룹 차원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참여연대가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를 문제 삼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참여연대의 주장은 이렇다.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2014년 12월30일과 2015년 3월30일 150억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이를 효성의 다른 계열사인 하나에이치에스제이호가 인수했다. 이후 효성투자개발은 하나에이치에스제이호와 계약을 맺어 전환사채의 가치 하락분을 보전해 주기로 하고 회사가 소유한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제공했다. 참여연대는 이 같은 행위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특수관계인의 회사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공정거래법 23조의 2’를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간사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은 조 회장의 경영 실패를 보전하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2월초 일부 언론을 통해 공정위가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도 효성그룹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현재 공정위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는 없지만 참여연대의 신고로 해당 사항을 조사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효성그룹 관계자는 “상당수가 신설 법인이다 보니 거래 실적이 많지 않아 외부로부터의 자금조달이 힘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계열사들이 도움을 준 것일 뿐 특혜는 아니다”며 항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공정위, 갤럭시아그룹 특혜 지원 조사 중

 해외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의혹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재미언론인 안치용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 ‘시크릿오브코리아’를 통해 “효성이 홍콩에 명품보석상을 운영하는 형식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안씨는 “효성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남아무개씨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고문으로 있던 사모펀드 유카이파펀드의 파트너로 등재돼 있는 것을 볼 때, 남씨가 총수 일가의 해외 비자금을 관리했으며 이러한 사실은 지난해 1월 조석래 전 회장, 조현준 회장에 대해 조세포탈·횡령·배임 혐의 등에 대한 서울 중앙지법의 판결문을 통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그룹 관계자는 “홍콩 보석 사업은 효성 물산부문이 보석펀드 등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며, 남씨가 미국 사모펀드 파트너로 재직한 것은 그룹에서도 뒤늦게 안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형제간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불거진 그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어떻게 쇄신하느냐는 것도 관건이다. 조 회장의 바로 아래 동생인 조현문 전 부사장은 자신이 보유한 효성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부모 형제와 사실상 의절(義絶)한 상태다. 조 전 부사장의 고발로 아버지 조 전 회장은 특가법상 조세포탈과 배임·횡령, 상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1365억원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동시에 형 조 회장도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조 회장이 취임사에서 소설 《삼총사》에 나오는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All For One, One For All)’를 언급한 것을 놓고 재계에서 “형제간 갈등부터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비아냥대는 것도 총수 일가에게는 적잖은 부담거리다. 일찍부터 3세 경영을 준비해 온 터라 효성은 조 전 회장 부부보다 조 회장과 조현상 사장의 보유 지분이 많다. 2017년 1월말 현재 조 전 회장 부부의 지분은 10.88%인 반면, 조 회장은 13.88%, 조 사장은 12.21%다. 한때 두 형제가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형제간 갈등이 재연될 거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조 회장 취임으로 경영권 승계가 일단락된 만큼 갈등 가능성은 제로”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형제간 역할 분담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자연스럽게 계열 분리를 추진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장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는 상대적으로 조 사장 지분이 많은 자동차 관련 계열사들의 이탈이다. 지난해 4월 조 사장은 더클래스효성 지분 31.54%를 가진 디베스트파트너스의 지분 100%를 사들였다. 앞서 2015년 10월에는 효성이 보유 중인 더클래스효성 지분 58%를 인수했다. 이외에도 신성자동차 지분 42.86%, 효성토요타 지분 20%도 보유하고 있다. 조 사장은 1998년 효성에 입사한 이후 타이어코드를 비약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크게 일조했다는 평가다. 그러다 보니 타이어코드 등 자동차 관련 사업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룹 관계자는 “꼼꼼한 조 사장의 성격을 감안할 때 당장 계열 분리보다는 전략기획 등 그룹 내부 일을 책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효성家 분석…조현준 회장, 전두환 3남과 동서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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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은 기업 비리의 ‘3종 세트’로 불리는 △배임·횡령 △비자금 조성 △조세포탈 의혹 탓에 지난 2~3년간 사정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아야 했다. 이른바 ‘효성의 흑역사’다. 2013년 차남인 조현문 전 중공업부문 부사장이 당시 아버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형인 조현준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문제는 불거졌다. 이때 법정에서 조 전 부사장은 “기업가 정신이나 위험을 감수하려는 생각은 없고 불법과 편법을 일삼는 한국의 재벌 체제에서는 한국 경제의 미래가 없다”고 일갈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와 사기 혐의로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가 구속 기소되는 과정에서 ‘박수환-조현문 커넥션’이 드러났다. 검찰은 박 대표가 법조 브로커 역할을 하면서 ‘형제의 난’을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현재 조 전 부사장은 출국 후 행적이 묘연하다.

 

고(故) 조홍제 창업주는 슬하에 조 명예회장을 비롯해 3남2녀를 뒀다. 장남인 조 명예회장은 송인상 전 한국능률협회 명예회장의 막내딸인 송광자씨와 결혼해 조현준·조현문·조현상 세 아들을 뒀다. 이 중 조현준 회장은 이희상 전 동아원그룹 회장의 막내딸인 이미경씨와 결혼했다. 이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막내아들 전재만씨의 처제다.

 

둘째인 조현문 전 부사장은 서울대 고고인류학과, 동(同)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재학 시절 보성고 동창인 가수 신해철과 그룹사운드 ‘무한궤도’를 결성,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부인은 과학기술처 차관을 역임한 이부식 전 교통개발원장의 맏딸 이여진씨다.

 

3남 조현상 사장은 경복고와 연세대 교육학과를 거쳐 미국 브라운대(경제학)를 졸업했다. 부인은 미국 줄리아드음대와 예일대를 나온 비올리스트 김유영씨다. 장인은 광주일보 발행인을 맡고 있는 김여송 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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