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공 고위 간부의 모럴해저드…중기청 상납고리도 일부 드러나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의 고위 간부가 중소기업으로부터 신용카드를 제공 받아 2년여 간 수천만원을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간부는 또 청탁을 받고 감독기관인 중기청 간부에도 뇌물을 건네는 등 모럴 해저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11월30일 중진공 강부 전아무개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드러났다. 전씨는 중소기업 지원 사업에 각종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을 받고 2014년 8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2개 업체로부터 신용카드를 제공 받아 7000여 만원을 사용한 혐의(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또 중국 사업을 추진하려는 업체에게 청탁을 받고 제너시스 승용차를 받아 사용하기도 했다(알선수재).
중소기업 육성 및 지원 기관인 공단이 오히려 중소기업의 피를 빨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검찰은 현재 전씨의 상납 고리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전씨 혼자 모든 일을 처리했다고 보기에는 비리 규모가 크다”며 “전씨의 여죄를 추궁하면서 뇌물의 상납 고리 역시 검찰이 살펴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중진공 간부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중진공과 중소기업, 중기청의 검은 상납고리가 일부 드러났다는 점이다. 전씨는 감독기관인 중소기업청 고위 간부 김아무개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를 받고 있다. 또 중소기업으로부터 요청받은 사업을 중기청의 신규 사업으로 채택해 달라는 요청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특가법위반). 상황에 따라서는 검찰 수사가 중진공 상위층뿐 아니라 감독기관인 중기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중소기업 육성․지원 기관이 오히려 중소기업 고혈 착취
특히 중진공은 2013년 말에도 중소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뇌물과 향응을 제공받아오다 수사기관에 덜미를 잡힌 사례가 있다. 영세 중소기업을 상대로 창업자금 등을 대출해주고 3억원 상당의 뇌물 등을 받은 것이다. 당시 중진공은 정화 결의대회까지 가졌지만 헛수고였다. 전씨가 뇌물을 받은 시점이 결의대회 직후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진공과 감독기관인 중기청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 목소리도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진공이나 중기청 측은 현재 말을 아끼고 있다. 중진공의 한 관계자는 “재판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결과에 따라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짧게 답했다. 중기청의 한 관계자는 “이름이 언급된 간부에게 확인한 결과 상품권은 받은 것은 사실이다. 이후 근거를 만들기 위해 사진을 찍고, 등기로 받은 상품권을 모두 돌려보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