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식품과학, 거기에 맞게 업그레이드된 새 지침을 내놓아야 할 과제에 직면
좋은 음식이란 어떤 것일까? 구석기시대 사람에게 이렇게 물어봤다면, 아마도 “먹어봐서 맛있는 것”이라고 대답했을 것 같다. 유대인에게 물어본다면 “부정 타지 않은 음식”이라고 대답하지 않았을까.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영양가 높은 음식”이라고 대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인간은 대체로 자기가 배운 대로 생각하고 말하게 된다. 현대인인 우리가 좋은 음식의 기준을 ‘영양가’라고 자신 있게 한목소리로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교과과정을 통해서, 아니 그 이전부터 매스컴을 통해서 이 영양가라는 개념에 대해 익히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좋은 음식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쓰이는 걸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그럼 특정 음식에 영양가가 많이 들어 있는지 아닌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살면서 그리 많이 접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질문을 받는 사람은 약간 당황할 수 있다. 좀 머뭇거리다가 “전문가가 말해 주겠지” 하는 식으로 얼버무릴 것이다. 맞다. 우리는 음식에 대한 판단을 영양 전문가에게 맡긴다. 영양사이든 영양학 교수이든, 아무튼 ‘자격증’이 있는 사람에게 맡기고, 그 판단을 따른다. 현대는 전문성의 시대다. 그렇다면 전문가는 영양가 유무를 어떻게 알게 될까? 소위 ‘영양가 분석’이라는 과정을 통해서다. 이는 기본적으로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춘 실험실이 있어야 가능한 화학분석 과정이다. 음식물을 시료로 소량 채취해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거나, 시약을 넣어서 일어나는 반응 등으로 그 안에 들어 있는 성분을 확인하는 것이다.
영양성분은 고정된 게 아니란 사실 밝혀져
그러나 매번 모든 음식을 이런 식으로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영양가 분석표’라는 걸 만들어서 참고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식재료에 어떤 영양가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상당히 길고 상세한 표다. 우리가 TV 요리교실이나 음식건강 프로그램 같은 데서 많이 듣게 되는, “시금치는 철분과 비타민C가 풍부한 채소”, 혹은 “우유는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해서 어린이의 성장 발육에 꼭 필요한 완전식품” 등등의 얘기들은 이 영양가 분석표를 근거로 하는 것이다.
18세기 말 프랑스의 화학자 라부아지에가 설탕 같은 식재료의 대사 과정을 확인한 이후, 무수한 과학자들이 열정적인 연구 끝에 하나둘씩 영양성분을 확인했다. 결국 20세기 중반부터는 ‘영양학’이라는 학문이 초등교육 과정부터 통합되며 정부 정책의 중요한 한 흐름이 되었다. “이전에 종교가 했던 것을 이제는 과학이 다 할 수 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활동했던 영국의 인류학자 EB 타일러의 선언 이래, 이제 이런 ‘과학적 방식’에 대한 자신감은 거의 모든 현대인의 기본적 인식이 돼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은 그 속성상 계속 진행되면서 먼저 나왔던 이론들을 뒤집는다. 영양학도 마찬가지다. 전자현미경이 발달해서 분자 수준, 아니 그보다 더 미세한 수준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영양성분이란 게 그렇게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어떤 물질을 이루는 원소들은 약한 전기 에너지로 결합되어 있는 것이어서 쉽게 외부 환경 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심지어는 인간의 의식 에너지에 의해서도 확실한 영향을 받는다.
1990년대 말, 일본의 에모토 마사루라는 연구자가 재미있는 현상을 확인했다. 물의 분자 구조를 전자현미경 사진으로 찍어보면, 그 물의 주변 환경조건이나 물에 포함되어 있는 물질의 성질, 뿐만 아니라 그 물을 다루는 사람의 의식 등에 따라 분자 구조의 모양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깊은 산골 같은 청정지대에서 방금 채취한 물, 인체에 유익한 좋은 성분을 함유한 물, 그리고 ‘사랑한다’ ‘감사한다’ 같은 좋은 말을 들려준 물은 아주 아름답고 보기에도 기분 좋은 육각형의 결정 구조를 하고 있었다. 반대로 오염이 심하거나 전자파가 강한 환경에 있는 물, 독성 오염물질을 많이 함유한 물, 그리고 험한 말이나 욕설을 들려준 물은 육각형의 결정이 깨져 흉측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는 이 발견을 책·동영상·학술지 논문 등을 통해 열정적으로 세상에 알렸다. 국내에서도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으로 번역되어 널리 소개됐다.
음식의 온고이지신이 필요한 시점
그의 주장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건 ‘분자 구조’ 및 ‘뇌파’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만 있어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얘기다. 물을 이루고 있는 산소와 수소는 약한 전기적 결합으로 되어 있어서,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계속 진동, 혹은 미세한 운동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주변 환경에서 조금만 자극이 와도 미세한 변화가 일어난다. 아무리 미세하다 해도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변화이므로, 전체적으로는 전혀 다른 물질처럼 성질이 달라져버린다. 또한 ‘사랑’ ‘감사’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와 험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는 우리 뇌에서 나오는 파동의 패턴이 확연히 달라진다. 이런 에너지 패턴의 변화가 물 가까이서 일어나면 당연히 물의 분자 구조에서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에모토 마사루의 발견은 크게 논란이 될 필요도 없이, 당연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사실은 영양학에서도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영양성분이란 기본적으로 물이나 기름에 녹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몸에서 대사 작용을 일으키는 성분, 즉 영양분으로 작용할 수 없다. 물이든 기름이든 액체의 용매는 분자 결합이 느슨해서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외양은 견고한 물리적 구조를 가져서 잘 변화하지 않으므로 겉보기엔 시금치 모양을 유지하고 있지만,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언제 채취돼서 어떻게 유통되고 가공돼 왔느냐에 따라 그 안에 포함된 영양성분의 질과 양은 확연히 달라지는 것이다.
“과학은 현대인의 종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의 삶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영향력이 크면 그에 따라 책임도 커진다. 영양가라는 게 그렇게 표로 만들어서 두고두고 참고할 만큼 고정된 것이 아님이 판명된 지금, 21세기의 식품과학은 거기에 맞게 업그레이드된 새 지침을 내놓아야 할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즉 음식에 대한 모더니즘을 극복하고 포스트모더니즘의 과학이 나올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 노력으로 제대로 된 지침이 나오기까지, 음식 소비자로서 현대인은 우리 세포 속 DNA에 있는 유전자 정보의 지침을 따라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그래왔듯 말이다. 새로운 일도 아니다. 인간은 항상 그렇게 살아왔다. 현재의 혼란 속에서 미래의 지침을 구할 때는 아주 오랜 경험을 돌아보며 그 속에서 답을 찾아왔다. 그야말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