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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국정 계획 빠진 담화문에 실망감 표출

대통령이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최순실’이란 이름이 수면 위로 올라온 후 두 번째다. 하지만 ​이미 '마상('마음의 상처'를 뜻하는 신조어)’을 입을대로 입은 국민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담화문 발표 직후 반응은 ‘담화 수준이 기대한 수준에 못 미친다’는 것이었다. 온라인은 여전히 ‘하야’를 외치는 여론으로 가득했다. 일부 유력 정치인들은 성명서를 내고 대통령 담화문에 대한 실망감을 직접적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그 주된 근원은 담화문 내용에 대한 부실함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문 발표가 예정되자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파문에 관한 사과와 2선 후퇴 및 책임총리 인정 여부에 대해 기대감이 높아졌다. 검찰 수사를 받아들이겠다는 각오가 나올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일부에선 대통령의 탈당 언급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쳤다. 그것이 무엇이 됐든 현재 대통령 본인을 향해 몰리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한 진정성 있는 소명과 향후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구체적 제시를 바라는 움직임이 컸다.  이전의 대국민 사과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도 있었다. 10시30분 대국민담화 시작 직전부턴 《대국민담화문》 내용이라며 기존의 사과문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내용의 전문이 일명 ‘찌라시’처럼 돌기도 했다. “저는 언론과 정치권의 의혹 제기 속에서도 책임 있는 국정운영과 사태 수습을 위하여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후보자를 총리 후보로 임명했습니다. 또 과거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씨를 저의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비서실장으로 임명했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이 전문은 그러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청와대는 출입기자들에게조차 담화문 원고를 사전에 제공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대통령의 담화문엔 ‘찌라시’에도 담겨 있던 ‘총리’와 ‘비서실장’ 등 구체적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최순실’에 대한 사과와 그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지만 개인사를 언급하고 ‘앞으로 더욱 조심하겠다’는 약속으로 마무리했다.  
ⓒ 시사저널 박정훈

이에 여론은 냉소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담화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는 “오늘 대통령 담화 요약. 결론적으로 잘못된 친구를 사귀었는데 관리 못했다. 미안하다. 걔가 사고 쳤다”란 내용의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서울역에서 대통령 담화문 발표를 지켜본 한 시민은 “동정심을 유발하려 하는데 국민도 두 번 속을 수는 없다”며 비판적인 시선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반응을 두고 황상민 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적인 신임을 잃었다는 의미”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11월4일 오전 10시30분부터 생중계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 발표는 10월25일 95초에 불과했던 대국민사과보다 확연히 길어진 9분여에 걸쳐 이뤄졌다. 담화문 발표가 끝난 뒤 박 대통령은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 세례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한 채 발표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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