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100대 기업 직원의 평균적인 모습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전수조사
성장이 멈춘 시대에 희망을 일구는 기업들이 있다. 대기업이 좌지우지하는 한국 경제 특유의 생태계 속에서도 당당하게 어깨를 펴는 코스닥 상장사들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역동성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회사의 성장과 함께 ‘완생(完生)’을 꿈꾸는 평범한 구성원들이다. 이들은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기업 환경 속에서도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시사저널e는 이들의 면모를 살펴보기 위해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시스템에 게재된 반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을 조사했다. 각사가 공시한 직원 현황 자료에서 근속연수, 급여 수준, 정규직 여부 등을 분석하고 업종별 특징을 분류했다. 100대 기업 가운데 직원 관련 정보를 공시하지 않은 기업은 통계치를 산정하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코스닥에 속한 100대 기업의 총 직원 수는 5만1055명이었다. 코스피 100대 기업 직원 수인 83만여 명과 비교하면 소박한 수치다. 코스닥 100대 기업 정규직 비율은 94.14%이고, 근속연수는 4.9년이었다. 또 코스닥 100대 기업 직원들은 6개월 동안 약 2500만원을 받았다. ‘근속연수 4.9년, 월 급여 416만원, 정규직, 남자.’ 이는 코스닥 100대 기업 직원의 평균적인 모습인 셈이다. 다만 이는 업종별로 서로 다른 특색을 가진다. 직원들의 근속연수와 남녀비율, 연봉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제약·바이오, 여성 연구·개발직 비중 높아
제약과 바이오는 코스닥을 떠받치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신성장 산업으로 손꼽히지만 증권시장에선 거품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당장의 실적보단 미래 가치에 중점을 두고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까닭이다. 기술 수출, 신약 개발 등 향후 유망성이 이 업종을 보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다. 예컨대 한미약품은 지난해 6조원대 기술 수출로 주가가 수직 상승했지만 9월 1조원대 기술 수출 계약이 파기되면서 주가가 폭락한 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코스닥 제약·바이오 업종에 속한 기업들은 연구와 개발을 중요시한다. 직원 비중에서도 연구·개발 직무 종사자가 많다. 바이오시밀러 업체인 셀트리온은 전체 직원이 1107명이다. 이 중 연구·개발직 직원은 전체의 25.1%인 281명이다. 생산직이 595명인 것을 감안하면 본사 인력을 연구·개발직 중심으로 구성한 셈이다. 바이오 의약품 제조사 바이로메드도 연구·개발직 인력이 38명이다. 전체 직원 58명 중 65%가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에스티팜(15%), 씨젠(30%), 제넥신(66%), 메디포스트(24.2%), 크리스탈(80.8%), 에이티젠(28%) 등도 연구·개발직 직원 수가 전체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특징적인 건 여성 연구원이 남성 연구원보다 많다는 점이다. 코스닥 100대 기업의 전체 여성 직원 수는 남성 직원 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대다수 바이오 업체들의 연구·개발직 직무에는 남성 직원보다 여성 직원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의 연구·개발직 남성 직원은 162명이지만, 여성 직원은 219명이었다. 바이로메드 역시 여성 직원(24명)이 남성 직원(14명)보다 많았다. 씨젠·제넥신·메디포스트·크리스탈·바이넥스·에이티젠 등도 여초(女超) 현상이 두드러졌다. 에스티팜만이 여성보다 남성 연구원이 많았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여성 비율이 높은 생물학·약학 등 바이오 업종 관련 학과가 연구원 성비(性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근속연수는 여성 연구원이 남성 연구원보다 짧았다. 셀트리온의 남성 연구원 평균 근속연수는 6.9년인 데 반해, 여성 연구원 평균 근속연수는 2.7년으로 차이가 컸다. 바이로메드 역시 남성 연구원 근속연수(4.5년)가 여성 근속연수(4년)보다 길었다. 코스닥 바이오 업체 중 연구원 비중이 가장 높은 크리스탈도 여성(2.6년)보다는 남성의 근속연수(3.8년)가 길었다. 임신·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코스닥 여성 연구원도 비켜가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불안정한 고용의 게임·엔터테인먼트
게임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상장사 역시 코스닥에서 다수를 차지한다. 엔터테인먼트는 콘텐츠를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산업이다. 삶의 질을 추구하고 여가를 즐기는 사회로 진화할수록 각광받는다. 산업 자체도 끊임없이 성장한다. 게임의 경우 각종 기술이 접목되기 시작했다.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해 화제가 된 일본 닌텐도의 ‘포켓몬고’가 대표적인 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국내뿐만 아니라 한류라는 이름표를 달고 수출산업으로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업종에 속한 직원들은 고용이 불안정하다. 평균 근속연수가 다른 업종보다 짧다. 스크린골프 개발업체인 골프존은 평균 근속연수가 1.2년으로 코스닥 100대 기업에서 가장 짧다. 모바일 게임 개발사인 더블유게임즈도 평균 근속연수가 1.5년에 불과하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2.67년), 컴투스(2.8년), 웹젠(3.3년) 등도 비슷했다. 코스닥 100대 기업 평균 근속연수(4.9년)보다 긴 엔터테인먼트 상장사는 영화 배급사인 쇼박스(4.91년)가 유일했다.
이는 업종 특성이라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코스피 상장사이자 대형 게임 제작사인 엔씨소프트의 근속연수는 5년이다. 코스닥 게임 기업보다는 긴 편이지만, 코스피 100대 기업 평균 근속연수인 10년과 비교하면 5년이나 짧다. 한 모바일 게임회사 엔지니어는 “프로젝트에 들어가면 야근이 잦아지고 업무 강도가 세진다. 중소형 업체의 경우 연봉도 높지 않다”며 “몸값을 올리고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찾기 위해선 이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업종은 비정규직 비율도 높았다. 국내 3대 기획사 중 하나인 에스엠엔터테인먼트는 비정규직 비율이 30.03%였다. 이는 코스닥 100대 기업 중 3번째로 높은 수치다. 로엔(13.57%), 컴투스(11.67%), 제이콘텐트리(9.76%), 더블유게임즈(7.74%) 등도 코스닥 100대 기업의 평균 비정규직 비율(5.86%)보다 높았다.
대기업 계열사지만, 급여는 평균 수준
대기업 계열사들도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신성장 산업이라 하기에는 아쉬운 제조업과 유통 업종이 대다수다. 다른 코스닥 상장사들과는 다르게 이들은 계열사 간 과실을 나누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탓에 중소형 벤처기업에 기회를 주자는 코스닥의 당초 취지가 많이 희석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직원 규모 면에서 대기업 계열사라는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CJ그룹 계열사인 CJ프레시웨이는 직원 수가 3111명으로 코스닥 100대 기업 중에서 가장 많다. 이는 코스닥 100대 기업 중에서 직원 수가 가장 적은 제낙스(40명)의 77.7배에 달한다.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ICT가 2246명, CJ E&M이 1725명으로 직원 규모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대기업 계열사들은 근속연수에서 다른 코스닥 기업보다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코스닥 100대 기업에 속한 대기업 계열 7개사 평균 근속연수는 7.56년으로 전체 평균 4.9년보다 2.5년 길었다. 포스코켐텍의 평균 근속연수가 14.58년으로 가장 길었다. 반대로 CJ프레시웨이는 3.35년으로 근속연수가 가장 짧았다. 포스코켐텍·포스코ICT 등 포스코 계열이 평균 근속연수를 끌어올린 원동력이었다.
다만 대기업 계열사라는 명성에 맞지 않게 급여 수준은 코스닥 평균을 소폭 상회했다. 코스닥 100대 기업 6개월 급여 평균은 2540만원이었다. 이 중 대기업 계열사는 2600만원으로, 코스닥 평균보다 60만원 더 많았다.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켐텍 직원들은 반년 동안 평균 3500만원을 받았고, 포스코ICT 직원 역시 3000만원이 넘는 반기 급여를 받았다. 반대로 SK머티리얼즈, CJ프레시웨이 직원들은 코스닥 평균보다 적은 1500만원, 2300만원의 6개월 급여를 지급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