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증거 인멸 우려되는 핵심 피의자를 하루 동안 방치하는 검찰 수사” 비난 여론 쇄도

헌정 사상 유례없는 ‘비선실세 국정 농단’의 핵심 당사자인 최순실씨가 예상을 뒤엎고 10월30일 오전 7시35분경 전격 귀국했다. 당초 독일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최씨는 브리티시에어웨이 항공편으로 런던에서 귀국했다. 관련 의혹이 불거진 지 약 석 달 만이다. 이날 귀국에 딸 정유라씨는 동행하지 않았다. 최씨는 자신으로 인해 국내에서 큰 파문이 일자 9월3일 독일로 출국해 숨어 지내다가 언론 추적 등이 심해지자 영국 런던으로 건너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수사 중이던 검찰의 움직임은 더욱 긴박해졌고, 일요일 휴일을 맞아 숨고르기를 하던 정치권도 급히 회의를 소집하는 등 부산해졌다. 당초 9시30분경 최씨 측에서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취재진들이 일제히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동북아’ 사무실로 몰려드는 등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최씨는 나타나지 않았고, 이 변호사가 최씨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 자리에서 이 변호사는 “최씨가 검찰 소환에 응하기 위해 영국 런던에서 귀국했다.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면서 “다만 수사 담당자에게 최씨가 건강이 좋지 않고 장시간 여행·시차 등으로 매우 지쳐 있으므로 하루 정도 몸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검찰 또한 최씨에 대한 소환조사를 빠르면 10월31일, 아니면 11월1일에 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소식이 알려지자 여론은 다시 들끓기 시작했고, 야권에서도 일제히 검찰 수사에 대한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핵심 피의자를 하루 동안 방치하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이는 또 다른 특혜수사이며, 검찰은 여전히 민심을 못 읽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 증거 인멸 등이 우려되는 핵심 피의자를 곧바로 소환하지 않고 하루 동안 소환조사를 유예해 주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법조계의 반응이다.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귀국한 것으로 알려진 10월30일 오전 최씨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동북아' 이경재 변호사가 서초동 사무실 건물 로비에서 취재진에게 최씨 귀국 과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증거 인멸·말맞추기에 근본적인 한계 있다” 의견도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당장 긴급체포해서 검찰의 보호 아래 휴식을 취하도록 해야 한다. 입 맞추기 시간을 주면 수사결과는 뻔하다”며 “대통령께서도 청와대 비서실 사표를 즉각 수리해 우병우·안종범·문고리 3인방 등 관련자들을 차단시켜야 한다.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 은폐를 기도하면 워터게이트 닉슨 대통령 된다”고 경고했다.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최씨가 변호인을 통해 몸을 추수를 시간을 달라고 한 것은 여전히 그가 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언론에 자신의 입장을 강변하는 인터뷰를 진행할 힘은 남아있고, 검찰수사를 받을 정도의 건강상태는 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도 어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존재가 최씨를 보호하고 조종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마치 피해자인양 언론플레이로 국민을 우롱한다면 더 큰 죄를 짓는 것임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검찰이 이번에 조금이라도 명예회복을 하기 위해서는 최순실 게이트에 관한 모든 것을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의 핵심 당사자 최순실씨가 10월30일 오전 7시30분경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이동하고 있다. ⓒ 뉴시스

한편, 최씨가 주변 사람들과 뭔가 지금의 분위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최씨가) 예상을 뒤집고 곧바로 귀국한 모종의 배경이 있겠지만, 당초의 기대했던 그림대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 이유로 “검찰의 기류가 이전과는 달라졌고, 최씨가 들어와서 증거 인멸이나 말맞추기를 시도해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