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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치인 지지율 1위 에마뉘엘 마크롱, 부인도 경제 정책 회의에 참석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는, 프랑스 정치권의 새로운 얼굴’.

2015년 2월 공영 방송 프랑스2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제목이었다. 방송에서 다룬 주인공은 당시 경제산업부 장관이었던 에마뉘엘 마크롱(39)이다. 마크롱 전 장관은 지난 4년간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각료였다. 영국의 시사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에선 그에 관한 특집 기사를 다루기도 했었다. 마크롱 전 장관은 1977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40세에 불과하다. 그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만남을 주선했던 인물은 바로 대통령의 경제 자문인 자크 아탈리였다. 아탈리 역시 30세에 프랑수아 미테랑의 경제팀에 들어간 수재였었다. 아탈리는 마크롱과의 첫 만남에서 ‘큰 재목’임을 단번에 알아봤다고 한다. 마크롱 전 장관이 주목을 끈 것은 좌파이념을 지키려는 사회당 내각에서 우파적인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그는 프랑스 좌파의 금기를 수시로 건드렸다. 프랑스 사회당의 상징이 되어버린 주 35시간 노동제와 휴일영업 제한에 이르기까지 그는 좌우를 넘나드는 행보로 갈채를 받았다. 사회당 내부에서보다 야당인 우파를 비롯한 전체 유권자들 사이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았다. 
프랑스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산업부 장관. 원안은 24세 연상의 부인인 브리지트 마크롱 © EPA 연합

고등학생과 교사로 첫 만남

 현재 그는 사회당을 위시한 좌파 진영에선 가장 확실한 대선 후보다. 지난 9월 1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Odoxa가 프랑스 공영방송의 의뢰를 받아 조사한 지지도에 따르면 마크롱 전 장관은 28%의 지지를 받아 전체 1위에 올랐다. 현직 대통령인 프랑수아 올랑드는 고작 8%밖에 얻지 못했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지지를 받고 있다는 그의 장점은 뒤집어 말하면 ‘좌파’도 ‘우파’도 아닌 회색지대에 위치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 좌파 주간 마리안의 마크 엔드웰 기자가 집필한 마크롱에 대한 책의 제목을 《애매모호한 마크롱 선생》이라고 붙인 점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은 정체가 묘연한 마크롱 자신이 아니다. 그는 지난 8월30일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사회당 내각과는 선을 긋고 대선 가도에 올라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면에서 여론의 시선이 집중된 곳은 바로 마크롱 전 장관의 부인인 브리지트 마크롱이다. 역대 대선주자들은 모두 멘토나 자문을 곁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마크롱 전 장관의 경우 그의 행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인물은 바로 그의 아내인 브리지트 마크롱이다.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고 브리지트 트로노로 불리기도 한다. 대선이라는 큰 싸움에서 후보 부부의 팀플레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들 부부의 모습은 조금 색다르다. 단순한 ‘내조’나 ‘조력’의 차원이 아니다. 마크롱의 정치 행보를 분석했던 엔드웰 기자가 브리지트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보면 “브리지트는 마크롱의 모든 회의에 동석하고 의견을 내놓는다”라며 “그녀의 견해가 마크롱을 무겁게 짓누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보도 전문채널인 BFM tv 역시 그녀를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BFM의 이 표현은 단순한 커리어우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싸늘해진 프랑스 여론

 프랑스에서는 정치인의 사생활은 건드리지 않는 금기가 있지만 그들의 러브스토리를 공개하고 나선 것은 마크롱 부부 자신들이었다. 지난 8월 파리마치와의 단독 인터뷰를 가졌고 부부가 해변을 걷는 사진은 표지를 장식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마크롱의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중부의 소도시 아미앙의 사립 고등학교를 다니던 마크롱은 프랑스어 교사이자 연극수업을 진행하던 브리지트 트로노를 만나게 된다. 당시 17세의 마크롱은 “어떤 일이 있어도 당신과 결혼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당시 브리지트가 19세의 맏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브리지트는 2005년 남편과 이혼하며 마크롱과 재혼했다. 그들의 나이 차이는 무려 24년이다. 브리지트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세 명의 자녀를 두었고 6명의 손자가 있다. 호적상으로 마크롱은 할아버지인 셈이다. 브리지트가 단순한 조력자를 넘어 마크롱의 정치적 조언자라는 이야기는 이미 경제산업부 장관 재직 시절부터 회자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그의 탈(脫)좌파적 행보로 세간의 주목을 끌 당시, 앞다투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했던 프랑스 언론들에 의해 브리지트의 존재가 드러난 것이다. 장관 재직 시절 프랑스 최대 민영 케이블인 카날 플뤼스가 동행해 취재한 바에 따르면 브리지트는 장관이 주재하는 회의에 같이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엔드웰 기자도 언급했던 바다. 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마크롱은 “보수도 없이 자원봉사로 이렇게 나의 일을 도와주고 있다”라고 자랑스럽게 답했다. 이것이 더 논란을 낳았다. 다시 말하면 아무런 직책도 없는 배우자가 프랑스 산업을 총괄하는 경제부 장관이 주재하는 내부회의에 버젓이 참석한다는 것을 대놓고 공표한 셈이 되어버린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녀는 이제 권력의 주변 인물이 아닌 권력의 실체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마크롱이 브리지트 없이는 넥타이도 고르지 못한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마크롱 측은 “일에 집중하기 위해 모든 것을 브리지트가 도맡아준다”라고 정면으로 받아쳤다. 마크롱 커플의 이러한 행보에 여론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못해 ‘넌더리’가 난다는 반응이다. 지난 8월 파리마치 표지 등장 직후 SNS에는 조롱 섞인 표현이 줄을 이었다고 프랑스 무가(無價) 일간지 ‘20미뉴트’는 보도했다. 트위터 사용자인 장 소리앙은 마크롱 커플의 표지사진과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표지를 장식했던 사르코지 브루니 커플의 파리마치 표지 사진을 동시에 게재하며 “기존 정치인과는 전혀 다르다”고 비꼬았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과 그의 부인 카를라 브루니 사르코지 © EPA 연합

프랑스인들의 이러한 부정적인 반응은 대통령의 사생활, 그것도 대통령 부인을 둘러싼 온갖 언론플레이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대 프랑스 대선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던 것 역시 바로 배우자의 행보였다. 2007년 대선 당시 사르코지 후보는 대선 직전 사생활을 둘러싼 일련의 루머에 대해 “나도 평범한 이들처럼 부부간의 문제가 있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해 오히려 여론의 동정표를 얻고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대선 직후의 이혼과 숙려기간을 거치지 않고 4개월 만에 전직 모델과의 재혼,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둘러싼 언론플레이로 지지율이 추락했으며 프랑스 국민들은 그에게 재선을 허락하지 않았다. 2012년 사르코지와 대결한 올랑드가 승기를 잡은 것은 ‘대통령다운 사생활 관리’를 강조하며 사르코지를 몰아붙였던 2차 TV 토론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대통령의 배우자 문제는 올랑드의 발목마저 잡았다. 현재 10%대의 역사상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올랑드 대통령의 추락은 법인세와 부유세 등에 관한 무수히 많은 공약 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배우자도 없이 애인과 전 동거녀 간에 불거진 정치적 암투와 사건 사고가 결정적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이제 막 대권 가도에 뛰어든 마크롱 전 장관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두고 볼 일이다. 배우자의 전폭적인 지지는 배를 나아가게 하는 순풍일 수도 있지만, 과거의 사례처럼 역풍으로 변하면 추락을 모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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